수학·컴퓨터

수학적 모델링으로 보는 covid 19의 확산

COVID-19 팬데믹 당시 확진자 급증과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을 수학적 모델로 추적하고 방역 정책을 시뮬레이션한 수리역학의 역할을 조명한다.

편집부 · 2023년 10월 16일 · 읽는 데 4분

디지털 전염병학, 실시간으로 확산 벡터를 계산하는 복잡한 수학 방정식과 함께 빛나는 붉은 감염 핫스팟으로 비춰진 세계 지도
디지털 전염병학, 실시간으로 확산 벡터를 계산하는 복잡한 수학 방정식과 함께 빛나는 붉은 감염 핫스팟으로 비춰진 세계 지도

2020년 초,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바이러스 하나가 전 세계를 셧다운시켰다. COVID-19 팬데믹의 공포 앞에서 인류는 속수무책이었다. 정치인들은 허둥지둥 국경을 닫았고, 병원 앞에는 구급차가 줄을 섰다. 바로 그 대혼돈의 시기, 정부의 밀실에서 방역의 방향타를 쥔 사람들은 바이러스 학자가 아니라 차가운 모니터 앞에서 숫자를 두드리는 '수학자'들이었다. 그들은 바이러스의 증식 속도, 사람들의 이동량, 백신의 효능을 모두 복잡한 '미분 방정식'에 쑤셔 넣고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내일 당장 식당 문을 9시에 닫지 않으면 다음 주 확진자는 1만 명을 돌파할 것입니다." 수학자들의 이 냉혹하고도 섬뜩한 경고 곡선은 현실에서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바이러스의 비말을 수학 공식으로 번역해 보이지 않는 적인 COVID-19의 숨통을 조였던 '수학적 방역 모델링'의 치열했던 3년의 전쟁을 되짚어보자.

팬데믹의 뼈대, SEIR 모델의 가동

전염병이 터지자 수학자들은 가장 강력한 무기인 'SEIR 모델'을 꺼내 들었다. 인구를 4개의 바구니로 나누는 계산법이다. 아직 병에 안 걸린 사람(S),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지만 증상이 없는 잠복기 환자(E), 기침을 하며 병을 퍼뜨리는 감염자(I), 그리고 완치되어 면역력을 얻은 사람(R)이다. COVID-19가 에볼라나 메르스보다 훨씬 악랄했던 이유는 바로 저 두 번째 바구니, '증상이 없는 잠복기(E)' 환자들 때문이었다. 열도 나지 않는 사람들이 며칠 동안 지하철을 타고 클럽을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뿜어댔다. 수학자들은 확진자들의 신용카드 내역과 휴대폰 GPS 데이터를 갈아 넣어, 확진자 1명이 하루에 평균 몇 명과 접촉하는지(접촉 행렬)를 미분 방정식의 변수(베타값)로 설정했다. 이 공식을 통해, 오늘 병원에 나타난 100명의 확진자 뒤에 보이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E)가 지역사회에 몇 백 명이나 숨어 있는지를 족집게처럼 유추해 낼 수 있었다.

마법의 숫자, 재생산지수(R)를 꺾어라

코로나 방역의 모든 정책은 단 하나의 수학적 숫자를 통제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바로 '감염 재생산지수(R)'다. 감염자 1명이 평균 몇 명에게 병을 옮기는지를 나타내는 이 숫자가 1보다 크면 확진자가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1보다 작으면 바이러스는 서서히 굶어 죽는다. 초기 코로나의 R값은 2.5를 넘나들었다. 수학자들의 시뮬레이션 결과, 전염력(바이러스 자체의 힘)은 인간이 바꿀 수 없으니 오직 '만나는 횟수'를 줄여야만 R값을 1 이하로 꺾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밤 10시 이후 식당 영업 제한" 같은 가혹한 정책들은 공무원들의 탁상공론이 아니라, 수학 모델을 수만 번 돌려 찾아낸 가장 뼈아픈 역학적 타협점(임계치)이었다. 실제로 거리두기를 1단계 올릴 때마다 그래프의 꼭대기가 마술처럼 꺾여 내려오는 '곡선 평탄화(Flattening the curve)' 현상은 수학이 현실 세계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압도적인 증거였다. 바이러스 전염을 추적하여 한쪽에는 붐비는 도시의 거리를, 다른 한쪽에는 그 사람들의 완벽하게 시뮬레이션된 수학적 포인트 클라우드를 보여주는 분할 화면

변이의 습격과 모델의 한계

하지만 2021년 알파, 델타 변이가 등장하고 2022년 오미크론이 터지면서 수학 모델은 패닉에 빠졌다. 오미크론은 R값이 무려 10에 달할 정도로 전파력이 미친 듯이 빨랐고, 기존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면역망(R 바구니)을 비웃듯 다시 뚫고 들어왔다(재감염). 확진자 수가 수학 공식이 예측한 최대치를 훌쩍 넘겨 수십만 명 단위로 폭발해 버렸다. 수학자들은 부랴부랴 방정식을 뜯어고쳤다. 백신 효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뚝뚝 떨어지는 비율, 오미크론의 치명률 저하 변수 등을 공식에 새로 끼워 넣었다. 그 결과 오미크론 유행 시기에는 확진자 수를 억누르는 것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며, 대신 중환자실 침상 개수(의료 역량)를 초과하지 않도록 노인과 고위험군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로 방정식의 목표값 자체를 완전히 수정(피해 최소화 전략)하게 되었다.

백신 접종의 지독한 딜레마

백신이 처음 나왔을 때, "누구부터 맞힐 것인가?"에 대한 답 역시 수학자들이 내놓았다. 수리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활동량이 벅적대는 20대를 먼저 맞히면 전체 확진자 수(유행 규모)를 가장 빨리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라면 치명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60대 이상을 먼저 맞히는 것이 정답이었다. 각국 정부는 수학자들이 던져준 이 두 가지 양극단의 그래프를 놓고, 결국 생명 구출을 최우선으로 하여 고령자 우선 접종이라는 정책을 확정 지었다. 수학이 생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현대판 '트롤리 딜레마'의 심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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