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비만 그 관계에 대하여
잠이 부족할 때 식욕 호르몬 렙틴과 그렐린의 균형이 무너져 비만을 유발하는 생화학적 메커니즘과, 수면 부족이 뇌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는 과정을 설명한다.
편집부 · 2021년 5월 21일 · 읽는 데 4분
다이어트를 다짐하고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하며 매일 헬스장에서 땀을 흘려도 도무지 살이 빠지지 않아 절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원인은 의지력 부족도, 운동량 부족도 아닐 수 있다. 범인은 어젯밤 당신이 스마트폰을 보느라 깎아 먹은 '수면 시간'이다. 우리는 흔히 잠을 적게 자면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져 칼로리 소모가 많아지니 살이 빠질 것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 몸의 화학 공장은 정반대로 돌아간다. 잠을 줄이는 것은 뇌에 '비상사태' 사이렌을 울려 체지방을 미친 듯이 축적하게 만드는 자폭 스위치를 누르는 것과 같다. 당신이 밤을 새울 때, 뇌 속에서는 포만감을 알리는 호르몬과 식욕을 폭발시키는 호르몬의 아슬아슬한 시소가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현대인의 가장 치명적인 질병 중 하나인 비만과 수면 부족 사이에 얽힌 지독하고도 끈적끈적한 생화학적 악순환의 사슬을 파헤쳐 보자.
식욕 시소의 붕괴, 렙틴과 그렐린
우리 몸은 식욕을 통제하기 위해 두 개의 강력한 호르몬 액셀과 브레이크를 사용한다. '렙틴(Leptin)'은 지방 세포에서 뿜어져 나와 뇌에 "이제 배가 부르니 숟가락을 내려놓아라"라고 명령하는 훌륭한 브레이크다. 반대로 위에 아무것도 없을 때 위장 벽에서 분비되는 '그렐린(Ghrelin)'은 "배가 고프니 당장 뭐라도 입에 집어넣어라!"라고 아우성치는 맹렬한 액셀러레이터다. 정상적인 수면을 취할 때는 이 두 호르몬이 완벽한 시소 타기를 하며 식욕을 통제한다. 그런데 하루 5시간 이하로 수면이 부족해지는 순간, 뇌는 이것을 심각한 '생존 위기'로 착각한다. 브레이크인 렙틴의 분비량은 20% 가까이 뚝 떨어지고, 반대로 식욕 폭주 호르몬인 그렐린은 30% 넘게 미친 듯이 치솟는다. 당신의 의지가 나약해서 밤에 치킨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잠이 부족해 고장 난 생화학적 시소가 뇌에 강제로 폭식을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의 지방 축적
수면 부족이 부르는 또 다른 재앙은 '코르티솔(Cortisol)' 호르몬의 폭발이다. 코르티솔은 우리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거나 맹수에게 쫓길 때 근육에 비상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뿜어져 나오는 호르몬이다. 밤에 잠을 자지 않으면 몸은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되고, 코르티솔이 쉴 새 없이 혈관을 타고 돈다.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면 우리 몸은 미래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들어오는 모든 칼로리를 소모하지 않고 악착같이 '지방(특히 복부 내장 지방)' 형태로 배에 꾹꾹 눌러 저장해 둔다. 게다가 코르티솔은 혈당을 강제로 끌어올리기 위해 인슐린의 기능을 떨어뜨려(인슐린 저항성), 결국 살이 찌는 것은 물론이고 2형 당뇨병의 치명적인 방아쇠까지 당기게 된다. 깨어있는 시간이 피곤할수록 당신의 배는 튜브처럼 부풀어 오른다.
뇌의 전두엽 마비와 정크푸드의 유혹
호르몬만 고장 나는 것이 아니다. 잠이 부족하면 이성적 판단과 인내심을 관장하는 뇌의 '전두엽' 피질의 활동이 급격히 둔화하며 사실상 마비 상태가 된다. 반면 본능적인 쾌락과 보상을 쫓는 뇌의 '편도체'는 극도로 흥분한다. 이성의 브레이크가 풀리고 쾌락 본능이 폭발하는 것이다.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마트에 가면 채소나 단백질 대신 초콜릿, 도넛, 감자튀김 같은 고열량 덩어리(정크푸드)에 강박적으로 시선이 꽂힌다. 뇌 영상을 찍어보면, 수면 부족 상태의 뇌는 샐러드를 볼 때는 아무 반응이 없다가 햄버거 사진을 보는 순간 보상 회로가 미친 듯이 번쩍거린다. 피곤한 뇌가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극강의 쾌락(설탕과 지방)을 요구하는 마약 중독과 똑같은 화학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수면의 양보다 무서운 '수면의 질'
시간을 오래 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수면 무호흡증이나 잦은 코골이 때문에 잠을 자면서 계속 뇌가 깨어나는(미세 각성) 사람들은, 8시간을 자도 깊은 잠(서파 수면)에 들지 못한다. 깊은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은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고 지방 대사를 정상화하는 성장 호르몬을 대량으로 뿜어내는데, 잠의 질이 엉망이면 이 복구 시스템이 멈춰버린다. 수면 무호흡증 환자들의 비만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비만해서 숨이 막히기도 하지만 숨이 막혀 뇌가 밤새 스트레스를 받으니 다시 체지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끔찍한 무한 루프에 갇히기 때문이다. ![생체 시계(일주기 리듬)가 녹고 결함이 발생하여 지방 세포가 빠르게 증식하는 원인이 되는 추상적 시각화](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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