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컴퓨터

수리생물학 숨겨진 전염병을 찾아내다

전염병의 확산을 수학적 방정식으로 예측하는 SIR 모델의 원리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어 팬데믹을 통제하는 수리생물학의 역할을 조명한다.

편집부 · 2022년 6월 30일 · 읽는 데 4분

역학 개념, 네온 빨간색 선으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보여주며 세계 지도 위에 겹쳐진 빛나는 수학적 네트워크 그래프
역학 개념, 네온 빨간색 선으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보여주며 세계 지도 위에 겹쳐진 빛나는 수학적 네트워크 그래프

전염병이 창궐하면 뉴스는 연일 확진자 수와 백신 접종률을 보도하며 공포를 쏟아낸다. 의사들은 병원에서 환자의 목숨을 살리려 사투를 벌이고, 생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하며 백신을 만든다. 그렇다면 수학자들은 무엇을 할까? 그들은 현미경 대신 컴퓨터를 켜고 미분 방정식을 푼다. "내일 확진자는 몇 명이 될까?",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3단계로 올리면 유행이 언제 꺾일까?", "백신을 노인부터 맞혀야 할까, 아니면 활동량이 많은 20대부터 맞혀야 할까?" 국가의 존망을 결정짓는 이 무서운 질문들에 대해, 수학자들은 직관이나 감이 아니라 오직 차가운 숫자와 확률로 완벽한 방역의 지도를 그려낸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상호작용을 수학 공식으로 번역하여 숨어있는 무증상 감염자까지 찾아내는 질병 통제의 브레인, '수리생물학(Mathematical Biology)'의 치밀한 예측 메커니즘을 파헤쳐 보자.

방역의 기초 공식, SIR 모델

전염병 예측의 가장 뼈대가 되는 수학적 공식은 1927년 커맥과 맥켄드릭이 만든 'SIR 모델'이다. 이들은 전체 인구를 단 세 가지 그룹으로 싹둑 나누었다. 첫째,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정상인 그룹(Susceptible). 둘째, 병에 걸려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니는 감염자 그룹(Infectious). 셋째, 병에서 나아 면역력을 가졌거나 죽어서 더 이상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않는 격리자 그룹(Removed)이다. 정상인(S)이 감염자(I)를 만나 병이 옮으면 I 그룹으로 넘어가고, I 그룹의 사람이 시간이 지나 회복되면 R 그룹으로 넘어간다. 수학자들은 이 세 그룹 인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나타내는 정교한 미분 방정식을 세웠다. 감염자가 하루에 만나는 사람의 수, 바이러스의 전파력, 그리고 병이 낫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방정식에 집어넣으면, 유행이 언제 최고점(정점)을 찍고 언제 소멸할지를 며칠 단위로 기가 막히게 그려내는 감염병 곡선이 탄생한다.

마법의 숫자,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

SIR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R0(알 제로)'라고 부르는 기초감염재생산지수다. 이는 '감염자 1명이 평균적으로 몇 명의 정상인에게 병을 옮기는가'를 나타내는 무시무시한 지표다. R0가 1보다 크면 전염병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기하급수적으로 퍼져나가고(팬데믹), R0가 1보다 작으면 병은 전파력을 잃고 서서히 사멸한다. 코로나19 초기 바이러스의 R0는 약 2~3 정도였고, 델타나 오미크론 변이는 이 숫자가 6에서 10까지 미친 듯이 치솟았다. 국가 방역의 핵심은 무조건 이 R0 값을 '1 미만'으로 꺾어 내리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전파력 자체를 바꿀 수는 없으니,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횟수를 강제로 줄이는 수밖에 없다. 학교를 닫고 식당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정치적인 결정이 아니라, R0를 1 미만으로 맞추기 위해 수학자들이 계산해 낸 피도 눈물도 없는 역학적 차단선(임계점)의 결과물이다. 개념적 수학, 급증하는 바이러스 입자 모양으로 변형되며 공중에 떠 있는 복잡한 미적분 방정식

보이지 않는 적, 무증상 감염자를 추적하라

코로나19가 끔찍했던 이유는 확진 판정을 받지 않고 멀쩡하게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뿜어대는 '무증상 감염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적은 통계에 잡히지 않으니 방역망이 모조리 뚫렸다. 수리생물학자들은 SIR 모델을 업그레이드하여,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잠복기에 있는 그룹(Exposed)을 추가한 SEIR 모델을 꺼내 들었다. 이들은 확진자 데이터와 휴대폰 위치 정보(GPS), 대중교통 이용량 등 막대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에 먹였다. 그리고 역으로 미분 방정식을 풀어, "현재 하루 확진자가 100명이 나온다면, 수학적 확률상 지역 사회에 숨어 있는 무증상 감염자는 450명이다"라는 식으로 숨은 빙산의 크기를 족집게처럼 유추해 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역 당국은 어디에 선별진료소를 집중적으로 세우고 병상을 몇 개나 비워두어야 할지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백신의 수학, 누구부터 맞아야 할까

백신이 처음 개발되어 수량이 부족할 때, 수리생물학자들은 "백신을 어떻게 배분해야 사망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라는 지독한 딜레마를 시뮬레이션했다. 모델링 결과, 사망자를 가장 확실하게 줄이는 방법은 치명률이 높은 65세 이상 노인과 의료진에게 먼저 백신을 집중하는 것이었다. 반면 전염병의 확산 속도(R0) 자체를 꺾고 싶다면, 매일 출퇴근하며 사람을 가장 많이 만나는 20~40대 활동 인구에게 백신을 맞히는 것이 유리하다는 시나리오도 도출했다. 수학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지만, 정책 입안자들이 최악을 피하고 최선을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갈래의 미래 지도를 완벽하게 그려서 책상 위에 올려주는 역할을 완수했다. ![디지털 분석, 눈에 보이지 않는 수학적 개입에 의해 뾰족한 감염 곡선이 평평해지는 것을 보여주는 컴퓨터 대시보드](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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