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과학 그래프로 이루어진 우주
점과 선으로 세상의 모든 연결을 추상화하는 '그래프 이론'이 어떻게 뇌신경망, 전염병 확산, 소셜 네트워크를 해석하는 네트워크 과학으로 진화했는지 탐구한다.
편집부 · 2023년 1월 26일 · 읽는 데 4분
인간의 뇌 속에는 1천억 개의 신경 세포가 얽혀 있고, 페이스북에는 30억 명의 사람들이 친구 맺기로 묶여 있으며, 글로벌 물류망은 전 세계 수천 개의 항구를 그물처럼 연결하고 있다. 언뜻 보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시스템들 사이에는 소름 돋도록 똑같은 수학적 공통점이 숨어 있다. 바로 '점(Node)'과 그 점들을 잇는 '선(Edge)'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네트워크'라는 사실이다. 복잡한 현실의 껍데기를 다 벗겨내고 오직 점과 선만 남겨 세상의 뼈대를 엑스레이처럼 들여다보는 학문, 이것이 바로 수학의 '그래프 이론(Graph Theory)'이자 현대의 '네트워크 과학(Network Science)'이다. 구글의 검색 엔진이 수백억 개의 웹페이지 중 가장 중요한 문서를 1초 만에 찾아내고, 전염병 학자들이 코로나19의 다음 확산 지역을 귀신같이 예측할 수 있는 비결도 모두 이 점과 선의 마법 덕분이다. 일곱 개의 다리 건너기 놀이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인공지능과 우주의 구조까지 설명하는 과학으로 진화한 네트워크 과학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쾨니히스베르크의 7개의 다리
그래프 이론의 씨앗은 1736년, 스위스의 천재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의 손에서 탄생했다. 당시 프로이센의 도시 쾨니히스베르크에는 강을 가로지르는 7개의 다리가 있었는데, 시민들은 "어느 다리도 두 번 건너지 않고 7개의 다리를 모두 한 번씩만 건너서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퀴즈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오일러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도시의 화려한 풍경, 강물의 폭, 다리의 길이 같은 자잘한 정보는 몽땅 무시해 버렸다. 대신 4개의 땅덩어리를 '점(Node)'으로, 7개의 다리를 점을 잇는 '선(Edge)'으로 아주 단순하게 그렸다. 오일러는 이 추상적인 그림(그래프)을 뚫어지게 분석한 끝에, 한붓그리기가 가능하려면 홀수 개의 선이 연결된 점이 0개이거나 딱 2개여야 한다는 기가 막힌 수학적 공식을 증명해 냈다. 쾨니히스베르크는 모든 땅덩어리에 홀수 개의 다리가 연결되어 있었으므로 불가능하다는 명쾌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연결성'이라는 본질만 남겨 단순화시킨 위대한 통찰이었다.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 좁은 세상
20세기 후반, 오일러의 점과 선은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거대한 소셜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칼날로 진화했다. 가장 유명한 개념이 바로 '좁은 세상 네트워크(Small-World Network)'다. 1960년대 스탠리 밀그램은 미국 한가운데 있는 낯선 사람에게 편지를 주고, 아는 사람을 통해서만 보스턴에 있는 목표 인물에게 편지를 전달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 놀랍게도 편지는 평균 '여섯 명'만을 거쳐 목표물에 도착했다. 이른바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다. 수학자 던컨 와츠와 스티븐 스트로가츠는 이 현상을 네트워크 이론으로 증명해 냈다. 우리 주변의 친구들은 끼리끼리 뭉쳐 있는 끈끈한 덩어리(클러스터)를 이루고 있지만, 아주 가끔 멀리 있는 엉뚱한 그룹의 사람과 연결된 무작위 한 선(장거리 지름길)이 존재한다. 이 몇 개의 무작위 한 '지름길' 선 덕분에, 수십억 명의 거대한 점들이 단 6번의 건너뛰기만으로 전부 연결되는 마술 같은 좁은 세상이 완성되는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 척도 없는 네트워크
좁은 세상 이론에 이어 알베르트라슬로 바라바시(Albert-László Barabási)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법칙인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를 발견해 냈다. 그는 인터넷 웹페이지들의 링크 연결망을 분석하다가 기이한 패턴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웹페이지(점)는 링크(선)가 1~2개밖에 없는 '아싸' 였지만,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극소수의 점들은 수백만 개의 선이 꽂혀 있는 초거대 '허브(Hub)'로 굴림하고 있었다. 공항의 비행기 노선(인천, 허브 공항)이나 할리우드 배우들의 출연 인맥도 똑같았다. 바라바시는 이것이 '선호적 연결(Preferential Attachment)'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웹페이지가 생기면 당연히 유명한(이미 선이 많은) 구글에 링크를 걸고 싶어 한다. 돈이 돈을 벌 듯, 점의 세계에서도 '연결이 연결을 부르는 부익부 빈익빈' 법칙이 지배하는 것이다. 이 척도 없는 네트워크는 웬만한 점(아싸)들이 무작위로 파괴되어도 시스템이 거뜬히 굴러가지만, 중앙의 거대 허브 점 하나만 테러를 당해 끊어지면 전 세계 네트워크가 순식간에 마비(예: 카카오톡 먹통 사태)되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
구글의 페이지랭크와 바이러스의 확산
오늘날 글로벌 IT 기업과 과학계는 이 네트워크 과학을 무기로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구글 검색 엔진의 심장인 '페이지랭크(PageRank)' 알고리즘은 단순히 단어가 많이 들어간 문서를 찾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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