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새 에너지 패러다임의 주인공 미래 에너지 유망주 수소 연료의 발전

탄소 배출 제로의 궁극적 청정에너지인 수소 연료전지의 화학적 메커니즘과, 그린 수소 생산을 가로막는 기술적, 경제적 장벽을 짚어본다.

편집부 · 2024년 1월 31일 · 읽는 데 4분

첨단 회로도, 수소와 산소를 결합하여 물과 전기를 생산하는 화학 반응을 보여주는 빛나는 투명 수소 연료 전지
첨단 회로도, 수소와 산소를 결합하여 물과 전기를 생산하는 화학 반응을 보여주는 빛나는 투명 수소 연료 전지

지구 온난화의 시한폭탄이 똑딱거리는 지금, 화석 연료를 대체할 완벽한 에너지를 찾기 위해 인류는 사활을 걸고 있다. 전기차가 도로를 덮고 태양광 패널이 산을 뒤덮고 있지만, 배터리의 무거운 무게와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한 태양과 바람의 한계는 명확하다. 이 모든 단점을 한 방에 날려버릴 '궁극의 구원자'로 떠오른 물질이 있다.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하고 가벼우며, 불태워도 시꺼먼 매연 대신 '순수한 물' 한 컵만 남기고 사라지는 완벽한 청정에너지. 바로 '수소(Hydrogen)'다. 수소는 단순히 폭발하는 가스가 아니라, 그 자체로 거대한 전기를 품고 있는 마법의 배터리다. 공기 중의 산소와 수소를 결합시켜 전기를 뽑아내는 수소 연료전지의 기가 막힌 화학적 메커니즘과, 수소 경제의 유토피아를 가로막고 있는 색깔 있는 딜레마(그레이, 블루, 그린 수소)를 낱낱이 파헤쳐 보자.

폭발이 아닌 결합, 수소 연료전지의 마법

많은 사람들이 수소차를 생각하면 가스를 엔진에서 '펑' 하고 터뜨려(연소) 달리는 자동차를 상상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다. 현대 수소차의 핵심은 엔진이 아니라 '수소 연료전지(Fuel Cell)'라는 거대한 화학 공장이다. 우리가 중학교 과학 시간에 물에 전기를 흘려보내면 수소와 산소 뽀글뽀글 분리되던(물의 전기 분해) 실험을 기억할 것이다. 수소 연료전지는 이 실험을 정확히 거꾸로 돌린 것이다. 탱크에 충전된 수소 가스(H2)를 전지 안으로 밀어 넣으면, 백금 촉매가 수소 원자를 '전자'와 '수소 이온'으로 찢어버린다. 갈 곳을 잃은 전자는 전선을 타고 반대편으로 미친 듯이 달려가며 자동차의 모터를 맹렬하게 돌리는 '전기'가 된다. 모터를 돌리고 반대편으로 넘어온 전자는, 밖에서 빨아들인 공기 중의 '산소(O2)' 그리고 아까 찢어졌던 '수소 이온'과 만나 기분 좋게 껴안으며 '물(H2O)'로 변신한다. 기름 냄새 나는 매연 대신 자동차 배기구로 시원하고 깨끗한 생수가 뚝뚝 떨어지는 기적이 바로 이 단순하고도 위대한 화학 결합에서 나온다.

달리는 공기청정기

수소차의 마법은 배기가스가 깨끗하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도로의 미세먼지를 빨아들여 공기를 정화하는 '달리는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수소 연료전지 안에서 산소와 수소가 결합하려면, 공기 중의 산소가 불순물 하나 없이 아주 깨끗해야만 백금 촉매가 망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수소차 앞범퍼에는 엄청나게 촘촘한 고성능 공기 필터가 3단계로 장착되어 있다. 자동차가 앞으로 달리면서 매연과 초미세먼지로 가득 찬 도심의 더러운 공기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필터로 먼지를 99.9% 걸러낸 뒤 깨끗한 산소만 뽑아 쓴다. 수소차가 1시간을 달리면 성인 40명이 하루 종일 마실 수 있는 맑은 공기가 배기구를 통해 뿜어져 나온다. 트럭이나 버스처럼 덩치가 크고 많이 달리는 상용차일수록 대기 오염을 막는 효과가 어마어마하게 커지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승용차보다 대형 수소 트럭 개발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창한 날, 배기구에서 순수한 물방울만 배출하는 매끄러운 수소 구동 트럭이 있는 미래형 고속도로

수소의 역설, 회색 수소와 파란색 수소

수소 자동차 자체는 완벽하게 깨끗하지만, 치명적인 모순이 하나 숨어 있다. "그 수소 가스를 도대체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수소의 90% 이상은 천연가스(메탄)를 뜨거운 스팀으로 쪄서 강제로 수소를 분리해 내는 '개질 수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굴뚝으로 뿜어져 나온다는 점이다. 생산 과정은 시꺼먼 매연을 뿜으면서, 결과물인 수소차만 깨끗하다고 우기는 이 위선적인 수소를 학계에서는 '그레이(Gray) 수소'라고 부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뽑아낼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날리지 않고, 포집기(CCUS 기술)로 꽉 잡아서 땅속 깊은 폐가스전에 묻어버리는 '블루(Blue) 수소' 기술이 징검다리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타협안이다.

궁극의 성배, 그린(Green) 수소

인류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도착지는 오직 '그린(Green) 수소'뿐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기를 쌩쌩 돌려 만든 100% 친환경 '전기'를 이용해, 바닷물을 전기 분해하여 수소를 얻는 방식이다. 생산 과정부터 자동차 배기구까지 단 1그램의 탄소도 배출하지 않는 완벽한 무결점의 사이클이다. 게다가 그린 수소는 남아도는 재생 에너지를 저장하는 완벽한 배터리 역할도 한다. 봄가을에 태양광 전기가 너무 많이 남아돌아 송전망이 터질 위기일 때, 그 남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 커다란 탱크에 저장해 두었다가 전기가 부족한 겨울철에 꺼내서 다시 연료전지로 돌리면 되는 것이다. 수소는 액화시키거나 암모니아 형태로 바꾸면 배에 싣고 태평양을 건너 수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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