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사이코패스의 뇌구조는 다르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들의 뇌 속 공감 회로 결함을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범죄의 생물학적 결정론에 대한 윤리적 논쟁을 짚어본다.

편집부 · 2024년 1월 24일 · 읽는 데 4분

빛나는 색상으로 편도체의 차이를 강조하는, 정상인의 뇌와 사이코패스의 뇌의 나란한 기능적 MRI 스캔
빛나는 색상으로 편도체의 차이를 강조하는, 정상인의 뇌와 사이코패스의 뇌의 나란한 기능적 MRI 스캔

아무런 이유 없이 무고한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하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연쇄 살인마. 유가족 앞에서도 미소를 지으며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 끔찍한 범죄자들의 뉴스를 볼 때마다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대중들은 그들을 '악마'라 부르며 분노하지만, 뇌과학자들과 신경학자들은 그들을 윤리적 심판대에 올리는 대신 차가운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기계 안으로 눕힌다. 수십 년간 축적된 뇌 스캔 데이터는 충격적인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들이 악마라서 잔인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머릿속에 있는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억제하는 '공감의 브레이크' 신경 회로가 아예 물리적으로 망가져 있거나 태어날 때부터 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악은 선택하는 것일까, 아니면 손상된 뇌 세포가 만들어낸 생물학적 결과물일까? 잔인한 사이코패스들의 두개골 속에 숨겨진 결함투성이 뇌 구조와, 이로 인해 촉발된 신경법학(Neurolaw)의 뜨거운 윤리적 논쟁을 들여다보자.

공감의 스위치가 꺼진 편도체(Amygdala)

우리가 타인이 울거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굳이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내 마음이 함께 아프고 눈물이 고인다. 이것은 뇌 깊숙한 곳에 아몬드 모양으로 자리 잡은 '편도체(Amygdala)'라는 감정 중추가 강력하게 경고 신호를 뿜어내기 때문이다. 편도체는 공포, 슬픔,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는 뇌의 화재경보기다. 그런데 신경과학자 켄트 키일(Kent Kiehl)이 수백 명의 사이코패스 재소자들의 뇌를 fMRI로 촬영한 결과, 그들의 뇌에서는 이 편도체가 일반인에 비해 눈에 띄게 쪼그라들어(부피가 약 15~20% 감소) 있었으며, 끔찍한 사진을 보여주어도 편도체에 불이 켜지지(활성화) 않았다. 화재경보기가 통째로 고장 나 버린 것이다. 편도체가 작동하지 않으니 타인의 고통이나 두려움을 표정을 통해 전혀 읽어내지 못한다. 칼에 찔린 피해자가 고통에 비명을 질러도, 사이코패스의 뇌는 그 소리를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차는 소리처럼 아무런 감정적 동요 없이 무미건조한 정보로만 받아들인다. 그들에게 타인은 감정을 교류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고 부수는 차가운 '물건'에 불과하다.

브레이크 없는 스포츠카, 전두엽의 마비

편도체가 망가졌다 해도 모든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화가 나서 누군가를 해치고 싶은 충동이 일어도, 우리 뇌의 가장 앞부분에 있는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이 "이러면 안 돼, 감옥에 갈 거야"라며 강력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주기 때문이다. 안와전두피질은 충동을 억제하고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뇌의 최고 사령관이다. 그런데 사이코패스나 극악한 흉악범들의 뇌 스캔 사진을 보면, 이 전두엽 부분의 활동성이 까맣게 꺼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편도체(감정)와 안와전두피질(이성)을 연결해 주는 신경 다발인 '갈고리다발(Uncinate fasciculus)'이 끊어지다시피 얇아져 있어, 두 부위 간의 소통이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 이성이 감정의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이코패스의 뇌는 가속 페달만 있고 브레이크 라인이 완전히 잘려 나간 고장 난 스포츠카와 같다. 눈앞의 충동과 쾌락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면 훗날 어떤 파국을 맞게 될지 계산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에 그토록 무모하고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것이다. 스릴러 분위기, 어두운 골목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 같은 모습, 차가운 푸른색으로 빛나는 뇌가 겹쳐진 모습

악마는 태어나는가, 길러지는가

이러한 뇌의 결함은 선천적인 것일까, 후천적인 것일까? 신경과학자 제임스 팰런(James Fallon)의 기구한 사연이 이 논쟁의 핵심을 찌른다. 그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들의 뇌를 연구하던 중, 대조군으로 섞여 있던 자신의 뇌 MRI 스캔 사진을 보고 경악했다. 자신의 뇌가 전두엽 기능이 완전히 꺼져 있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와 완벽하게 일치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의 유전자 검사 결과 극도의 공격성을 유발하는 'MAOA 전사 유전자(전사의 유전자)'까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팰런은 살인마가 아니라 성공한 과학자이자 다정한 아버지로 살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는 자신이 범죄자가 되지 않은 이유가 '따뜻한 양육 환경' 덕분이라고 결론 내렸다. 어린 시절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과 안정적인 환경이 폭력적인 생물학적 스위치가 켜지는 것을 막아주었다는 것이다. 반면, 유전적 결함을 안고 태어난 아이가 심각한 아동 학대나 폭력적인 환경(후성유전학적 스위치)에 노출될 때, 뇌의 편도체와 전두엽이 물리적으로 완전히 파괴되며 연쇄 살인마라는 악마가 탄생하게 된다. 악마는 씨앗으로 태어나지만, 그 씨앗을 꽃피우는 것은 사회의 잔인한 토양이다.

신경법학의 딜레마, 뇌가 그랬으니 무죄인가?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가 다르다는 과학적 팩트는 법정에 거대한 윤리적 폭탄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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