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비운의 행성 행운의 소행성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잃게 된 천문학적 배경과,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품고 있는 소행성들의 과학적 가치를 조명한다.

편집부 · 2022년 1월 21일 · 읽는 데 4분

우주 예술, 태양계의 어두운 변두리를 표류하며 희미하게 빛나는 고독한 왜소행성 명왕성
우주 예술, 태양계의 어두운 변두리를 표류하며 희미하게 빛나는 고독한 왜소행성 명왕성

2006년 8월, 체코 프라하에 모인 국제천문연맹(IAU) 소속 천문학자들의 투표로 우주의 족보가 완전히 다시 쓰였다. 우리가 어릴 적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달달 외우며 태양계의 9번째 행성으로 굳게 믿고 있었던 '명왕성(Pluto)'이 76년 만에 행성이라는 꼬리표를 떼이고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강등당한 것이다. 명왕성을 발굴해 냈던 미국의 천문학자들과 전 세계 우주 팬들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차가운 과학의 잣대는 명왕성의 기묘한 물리적 특징들을 더 이상 행성으로 품어주지 않았다. 명왕성에게는 뼈아픈 비운의 사건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사건은 그동안 행성들의 덩치에 밀려 우주의 잡동사니나 돌멩이 취급을 받던 '소행성(Asteroid)'들이 태양계 진화의 결정적인 단서를 품은 행운의 천체로 급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명왕성이 왕좌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천문학적 이유와, 태양계의 화석이라 불리는 소행성들이 간직한 45억 년 전의 비밀을 파헤쳐 보자.

명왕성, 처음부터 어색했던 불청객

1930년 미국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해왕성 너머에서 명왕성을 처음 발견했을 때, 학계는 태양계의 완벽한 아홉 번째 퍼즐 조각을 찾았다며 환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명왕성은 행성 패밀리에 끼기에는 너무나 이상한 특징들을 쏟아냈다. 우선 크기가 너무 작았다. 처음에는 지구만 할 줄 알았지만, 관측 기술이 발달하면서 달(Moon)보다도 작고 심지어 질량은 지구의 500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다른 8개의 행성들은 모두 태양의 적도면을 따라 평평한 원 궤도로 도는데 반해, 명왕성 혼자만 궤도가 위아래로 심하게 찌그러져 17도나 삐딱하게 기울어진 채 궤도를 돌고 있었다. 심지어 태양에 가까워질 때는 8번째 행성인 해왕성의 궤도 안쪽으로 파고드는 기행을 보이기도 했다. 돌로 된 흙이나 가스로 뭉쳐진 다른 행성들과 달리 명왕성은 질량의 대부분이 꽁꽁 언 얼음 덩어리라는 점도 기존 행성 분류법(지구형/목성형) 어디에도 들어맞지 않는 골칫거리였다.

카이퍼 대의 발견, 결정타를 날리다

명왕성의 지위가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 해왕성 바깥의 어두운 우주 공간, 즉 '카이퍼 대(Kuiper Belt)'에서 수많은 얼음 천체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면서부터다. 결정타는 2005년 마이클 브라운 연구팀이 발견한 '에리스(Eris)'였다. 에리스는 명왕성보다 덩치가 약간 작았지만, 질량은 명왕성보다 오히려 27%나 더 무거웠다. 천문학자들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명왕성을 계속 행성으로 놔둔다면 에리스를 10번째 행성으로 올려야 했고, 앞으로 카이퍼 대에서 명왕성만 한 얼음 덩어리가 튀어나올 때마다 태양계 행성의 개수를 11개, 12개로 끝없이 늘려야 할 판이었다. 결국 국제천문연맹은 골머리를 앓다가 행성의 정의를 새롭게 규정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행성은 태양을 돌아야 하고, 스스로 둥근 공 모양을 유지할 만큼 중력이 커야 하며, 자신의 궤도 주변에 있는 다른 천체들을 다 쓸어버려(청소하여) 지배적인 위치에 있어야 한다." 명왕성은 둥근 모양이긴 했지만, 궤도 주변에 수많은 카이퍼 대의 얼음 찌꺼기들을 달고 다녔기 때문에 마지막 세 번째 조건에서 탈락하며 왜소행성 '134340'이라는 초라한 일련번호로 강등되고 말았다. 멀리 떨어진 태양 궤도를 도는 바위 잔해로 가득 찬 붐비는 소행성대, 영화 같은 조명

태양계의 화석, 소행성의 반전

명왕성이 몰락하는 동안, 화성과 목성 사이의 텅 빈 공간(소행성대)을 맴도는 수백만 개의 바위 덩어리들, 즉 '소행성(Asteroids)'들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다. 소행성들은 45억 년 전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질 때 미처 행성으로 뭉쳐지지 못하고 남은 우주의 건축 폐기물들이다. 수십억 년 동안 지진이나 화산 폭발로 지각이 완전히 변해버린 지구와 달리, 소행성들은 탄생 당시의 성분과 구조를 우주의 냉동고 안에서 고스란히 얼어붙은 채 간직하고 있는 '우주의 타임캡슐'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바닷물과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물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해답이 혜성과 소행성의 뱃속에 들어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행성이 우주의 현재를 보여주는 깔끔한 인테리어라면, 소행성은 태양계의 과거를 날것 그대로 품고 있는 가장 귀중한 지질학적 화석인 셈이다.

하야부사와 오시리스-렉스의 샘플 채취쇼

이 행운의 소행성들을 연구하기 위해 인류는 망원경 관측을 넘어 직접 로봇을 보내 흙을 퍼오는 어마어마한 미션들을 잇달아 성공시키고 있다. 2010년 일본의 탐사선 '하야부사'는 천신만고 끝에 소행성 '이토카와'의 미세한 먼지를 지구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고, 후속작인 하야부사 2호는 2020년 소행성 '류구'에서 폭약을 터뜨려 내부의 흙 5그램을 채취해 돌아오는 쾌거를 이루었다. 분석 결과 이 먼지 속에는 놀랍게도 생명체의 필수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 등 수십 종의 유기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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