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불타는 얼음 메테인 하이드레이트

심해저에 묻혀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 '메테인 하이드레이트'의 독특한 화학 구조와, 상용화를 가로막는 기술적, 환경적 딜레마를 분석한다.

편집부 · 2021년 12월 29일 · 읽는 데 4분

어두운 배경에서 기계 팔이 들고 있는 불타는 빛나는 얼음 덩어리, 과학적 개념 이미지
어두운 배경에서 기계 팔이 들고 있는 불타는 빛나는 얼음 덩어리, 과학적 개념 이미지

얼음은 차갑고,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당연히 불에 타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가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이 상식을 뒤집는 기괴한 물질이 있다. 겉보기에는 드라이아이스나 눈 뭉치처럼 새하얀 얼음 덩어리인데, 불을 갖다 대면 녹아내리는 대신 활활 타오르며 맹렬한 불꽃을 내뿜는 '불타는 얼음(Flaming Ice)'이다. 과학계에서 '메테인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라고 부르는 이 물질은 현재 전 세계 깊은 바다 밑바닥과 영구동토층 아래에 어마어마한 양이 묻혀 있다. 전문가들은 이 불타는 얼음에 매장된 천연가스의 양이 인류가 사용해 온 석유와 석탄을 모두 합친 것보다 2배나 많을 것으로 추정하며, 다가올 에너지 고갈 시대를 구원할 '궁극의 대체 에너지'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화석 연료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대한민국 주변의 동해 바다 밑에도 수십 년 치를 쓸 수 있는 막대한 양이 묻혀 있어 '동해의 노다지'로 불리기도 한다. 기적의 에너지원일까, 아니면 건드려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일까? 메테인 하이드레이트의 기묘한 화학 구조와 이를 둘러싼 채굴의 딜레마를 들여다보자.

물 분자 새장에 갇힌 메테인 가스

메테인 하이드레이트가 불에 타는 이유는 그 화학적 구조 안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 아주 깊은 바닷속은 수압이 엄청나게 높고 온도는 0도에 가깝게 뚝 떨어진 극한의 환경이다. 이곳에서 죽은 플랑크톤이나 해양 생물들이 썩으면서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테인(CH4)' 가스가 몽글몽글 뿜어져 나온다. 보통의 가스라면 뽀글뽀글 수면 위로 날아가 버리겠지만, 심해의 엄청난 압력과 차가운 온도는 물 분자(H2O)들을 강제로 결합시켜 '정이십면체' 모양의 튼튼한 얼음 새장을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이 얼음 새장 하나하나의 빈 공간 속에 메테인 가스 분자가 딱 하나씩 갇혀버리게 된다. 즉, 메테인 하이드레이트는 물과 가스가 화학적으로 결합한 것이 아니라, 얼음이라는 감옥 안에 가스가 갇혀 있는 물리적인 포접 화합물(Clathrate)이다. 이 얼음 덩어리를 바다 위로 끌어올려 압력을 낮추고 불을 붙이면, 얼음 새장이 녹아내리면서 갇혀 있던 고농도의 메테인 가스가 뿜어져 나와 활활 타오르는 '불타는 얼음'의 마술이 완성되는 것이다. 얼음 1리터 속에 무려 164리터의 메테인 가스가 압축되어 있을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 밀도를 자랑한다.

청정에너지로서의 압도적인 매력

메테인 하이드레이트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연소할 때 발생하는 오염 물질이 기존 화석 연료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석탄이나 석유를 태울 때 뿜어져 나오는 황산화물(미세먼지 원인)이나 질소산화물이 거의 배출되지 않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석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완전한 친환경 재생 에너지는 아니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이 기저 전력을 완벽히 대체하기 전까지 화석 연료 시대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최고의 '브릿지(징검다리) 에너지'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 대륙붕 연안에 고루 분포하고 있어 중동 국가들의 석유 무기화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는 지정학적 장점도 크다. 일본은 이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체 에너지 확보를 위해 2013년 난카이 해구에서 세계 최초로 메테인 하이드레이트 시험 생산에 성공하며 상용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물 분자들로 이루어진 새장 속에 갇힌 메테인 가스 분자를 보여주는 분자 구조

판도라의 상자, 채굴의 치명적 딜레마

하지만 이 노다지를 캐내는 일은 폭탄 스위치를 건드리는 것과 같다. 메테인 하이드레이트는 온도와 압력의 아주 좁고 위태로운 균형 위에서만 얼음 상태를 유지한다. 만약 심해저에서 이것을 캐내기 위해 구멍을 뚫고 열을 가하거나 압력을 낮추는 순간, 얼음 새장이 무너지며 고체의 부피가 순식간에 160배가 넘는 가스로 폭발적으로 팽창하게 된다. 자칫 잘못하면 해저 지반이 무너져 내려 거대한 심해 산사태와 끔찍한 쓰나미를 유발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과거 빙하기가 끝날 무렵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메테인 하이드레이트가 대규모로 녹아내려 엄청난 해저 산사태(스토레가 슬라이드)가 일어났던 지질학적 흔적을 경고하고 있다. 지반 침하의 위험 때문에 석유처럼 단순히 파이프를 꽂아 빨아올리는 방식은 불가능하며, 뜨거운 물을 주입하거나 압력을 서서히 낮추는 고도의 정밀 제어 기술이 필요하지만 아직 완벽하게 안전성을 담보할 기술은 완성되지 않았다.

지구 온난화의 시한폭탄

더 끔찍한 시나리오는 채굴 과정에서 메테인 가스가 공기 중으로 대량 유출되는 상황이다. 메테인은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20배에서 80배나 강력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기후 악당이다. 만약 실수로 심해의 가스가 대기 중으로 풀려나거나,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 자연 상태의 메테인 하이드레이트가 녹아내리기 시작한다면, 지구의 기온은 통제 불능 상태로 치솟는 기후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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