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바이킹이 먼 바다를 항해할 수 있었던 이유 태양을 찾아주는 전설의 돌이 있다

나침반이 없던 시절, 북대서양의 짙은 안개 속에서도 태양의 위치를 찾아 항해를 가능하게 했던 바이킹의 '태양석'과 편광 현상의 물리학적 원리를 파헤친다.

편집부 · 2021년 3월 24일 · 읽는 데 4분

목조 배 위에서 흐린 하늘을 향해 빛나는 반투명 수정을 들고 있는 바이킹 항해사의 영화 같은 역사적 아트
목조 배 위에서 흐린 하늘을 향해 빛나는 반투명 수정을 들고 있는 바이킹 항해사의 영화 같은 역사적 아트

서기 8세기부터 11세기 무렵, 뿔 달린 투구와 거친 수염으로 상징되는 북유럽의 전사들 '바이킹(Viking)'은 특유의 빠르고 날렵한 롱쉽(Longship)을 타고 거친 북대서양을 제패했다. 그들은 단순히 유럽 해안가를 약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거쳐 콜럼버스보다 무려 500년이나 앞서 북미 대륙(빈랜드)에 도달하는 놀라운 항해술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역사학자들에게 가장 큰 미스터리는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그 먼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당시 유럽에는 자기를 띠는 바늘을 이용한 나침반이 아직 도입되지 않았고, 바이킹들이 주로 활동하던 북대서양의 바다는 일 년 내내 두꺼운 구름과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어 별이나 태양을 보고 방향을 가늠하는 천문 항해술을 쓰기도 극히 어려웠다. 아이슬란드의 고대 전설 '사가(Saga)'에는 바이킹의 왕이 구름이 잔뜩 낀 날에 마법의 '태양석(Sunstone)'을 하늘에 비추어 보이지 않는 태양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냈다는 신비로운 구절이 등장한다. 오랫동안 신화 속의 마법 도구로만 여겨졌던 이 태양석의 정체가 최근 물리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단순한 돌멩이가 아니라 빛의 성질을 교묘하게 이용한 고도의 광학 내비게이션 기기였음이 밝혀졌다. 마법이 과학이 되는 경이로운 순간을 살펴보자.

마법의 돌의 정체, 아이슬란드 방해석

전설 속 태양석의 유력한 정체로 지목된 것은 아이슬란드에서 흔하게 채굴되는 투명한 광물인 '방해석(Iceland Spar, Calcite)'이다. 1669년 덴마크의 과학자 에라스무스 바르톨리누스가 처음 학계에 보고한 이 신비한 돌은, 투명한 얼음조각처럼 생겼지만 그 밑에 있는 글씨를 보면 글씨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 기이한 광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를 물리학 용어로 '복굴절(Birefringence)'이라고 한다. 빛이 방해석 결정 안으로 들어오면, 원자 배열의 특이한 구조 때문에 빛이 두 갈래의 경로(상당 광선과 이상 광선)로 나뉘어 꺾이게 된다. 바이킹들은 이 굴절 현상의 복잡한 물리 법칙(스넬의 법칙 등)을 수학적으로 알지는 못했지만, 경험을 통해 이 투명한 돌을 하늘에 대고 돌려보면 돌을 통과해 나오는 두 가닥의 빛의 밝기가 변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돌에 검은 점을 하나 찍고 하늘을 향해 돌리다 보면 겹쳐 보이던 두 개의 점의 진하기가 완벽하게 똑같아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 순간 돌이 가리키는 방향에 구름에 가려진 태양이 위치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태양광과 편광 현상의 비밀

그렇다면 왜 방해석을 돌릴 때 빛의 밝기가 변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태양빛이 대기를 통과할 때 겪는 '편광(Polarization)' 현상에 있다.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상하좌우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는 파동이다. 하지만 이 빛이 지구 대기층으로 들어와 공기 분자나 미세한 수증기와 부딪혀 산란(Scattering)될 때,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만 남게 되는데 이를 편광이라고 부른다. 짙은 안개나 구름 때문에 태양이 직접 보이지 않더라도 하늘 전체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는 편광된 빛이 원심형으로 퍼져 있다. 꿀벌이나 철새 같은 동물들은 눈 자체에 편광 필터가 있어 구름 낀 날에도 태양의 위치를 본능적으로 감지하지만, 인간의 눈은 편광을 구분할 수 없다. 이때 방해석이 인간의 눈을 대신하는 편광 필터 역할을 한다. 흩어져 있는 편광된 빛이 방해석을 통과할 때, 돌의 결정 방향과 빛의 진동 방향이 일치하면 빛이 강하게 통과하고, 어긋나면 빛이 약해진다. 바이킹의 항해사들은 갑판에 서서 방해석을 좌우로 천천히 흔들며 빛이 가장 강해지는, 즉 돌과 하늘의 편광 방향이 딱 맞아떨어지는 지점을 찾아 태양의 정확한 방위각을 유추해 냈다. 빛을 두 개의 편광된 광선으로 분할하는 방해석 결정의 물리학 다이어그램

가상의 태양 나침반과 항로의 완성

하지만 태양석 하나만으로는 배의 정확한 진행 방향을 결정할 수 없었다. 태양석은 단지 구름 뒤에 숨은 태양의 위치만을 알려줄 뿐이기 때문이다. 바이킹들은 태양석으로 찾아낸 태양의 위치를 바탕으로, 나무로 둥글게 깎아 만든 '태양 나침반(Sun Compass)'을 함께 사용했다. 나무판자에 눈금을 새기고 가운데에 막대를 꽂은 해시계와 비슷한 원리였다. 그들은 계절과 위도에 따라 태양의 그림자가 움직이는 곡선 궤적을 나무판자에 미리 정교하게 새겨 놓았다. 항해 중 짙은 안개가 끼면, 먼저 태양석으로 보이지 않는 태양의 방향을 찾은 뒤 태양 나침반을 그 방향으로 맞추고 가상의 그림자(막대의 끝)가 나무판자의 곡선 눈금 위에 정확히 겹치도록 배의 방향을 조타했다. 편광 광물을 이용한 탐지 기술과 태양의 궤적을 계산한 기하학적 천문학 지식이 결합된 이 정교한 항법 시스템은, 21세기의 물리학자들과 항해 전문가들이 실제 바다에서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오차 범위가 불과 수 도(degree) 이내일 정도로 엄청난 정확도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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