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의 실체와 노화의 연관성
세포 내 에너지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의 독특한 진화적 기원과, 이들이 생산하는 활성 산소가 인간의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파헤친다.
편집부 · 2021년 2월 28일 · 읽는 데 4분
우리 몸을 구성하는 약 30조 개의 세포 안에는 숨을 쉴 때 들어온 산소를 태워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작은 발전소가 수십에서 수백 개씩 들어 있다. 바로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다. 흔히 생물학 교과서에서 강낭콩 모양에 꼬불꼬불한 주름이 잡힌 소기관으로 묘사되는 미토콘드리아는 우리가 음식을 먹고 뛸 수 있게 해주는 필수적인 존재다. 그러나 이 고마운 에너지 공장에는 섬뜩한 비밀이 하나 숨겨져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애초에 우리의 세포가 아니었으며, 수십억 년 전 우리 조상의 세포 속으로 기어들어 온 기생 세균이었다는 사실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이들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바로 그 과정이 역설적으로 우리 몸을 늙고 병들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이다. 진화의 과정에서 우연히 동거를 시작한 이 기묘한 세입자는 어떻게 우리의 생사를 쥐락펴락하는 주인이 되었을까? 세포 생물학의 가장 극적인 드라마이자 노화의 비밀을 간직한 미토콘드리아의 화학적 메커니즘을 들여다보자.
적과의 동침, 내부공생설
미토콘드리아가 원래 독립된 세균이었다는 주장은 1960년대 미국의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가 제안한 '내부공생설(Endosymbiotic Theory)'에서 출발했다. 당시 과학계는 이를 이단적인 주장으로 비웃었지만,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녀의 가설은 완벽한 사실로 증명되었다. 인간의 세포핵 속에 있는 DNA와 전혀 다른, 미토콘드리아만의 독자적인 원형 DNA(mtDNA)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약 20억 년 전, 지구에 산소가 풍부해지기 시작할 무렵, 혐기성(산소를 싫어하는) 단세포 생물이었던 인류의 먼 조상은 산소를 이용해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는 호기성 세균을 통째로 잡아먹었다. 그런데 소화가 되지 않은 채 세포 내부에 살아남은 이 세균은 숙주에게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대신, 안전한 집과 영양분을 제공받는 완벽한 공생 관계를 맺게 되었다. 이 획기적인 에너지 혁명 덕분에 단세포 생물은 덩치를 키우고 복잡한 다세포 생물로 진화할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까마득한 옛날, 조상 세포의 뱃속에서 소화되지 않고 살아남은 세균의 후손들을 세포막 안에 품고 살아가는 걸어 다니는 식민지인 셈이다.
활성 산소, 배기가스의 저주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이용해 포도당을 분해하고 ATP라는 형태의 화학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산소와 휘발유를 태워 동력을 얻는 것과 완벽히 같은 화학적 연소 과정이다. 자동차 엔진이 불완전 연소를 거치며 유해한 매연을 내뿜듯,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 공정에서도 치명적인 배기가스가 발생한다. 바로 '활성 산소(Free Radical)'다. 대사 과정에서 소비되는 산소의 약 1~2%는 전자쌍을 잃어버리고 매우 불안정하고 공격적인 상태인 활성 산소로 변한다. 이 불량 산소 분자들은 부족한 전자를 채우기 위해 주변에 있는 세포막의 지질, 단백질, 심지어 DNA에 닥치는 대로 달라붙어 산화 반응(녹스는 현상)을 일으키며 파괴한다. 젊고 건강할 때는 세포 내에 항산화 효소(SOD, 카탈라아제 등)가 충분히 분비되어 활성 산소를 즉각적으로 중화시켜 물로 배출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거나 과도한 스트레스, 과식 등으로 미토콘드리아에 과부하가 걸리면 활성 산소의 발생량이 자체 방어선을 뚫고 넘쳐흐르며 세포를 무자비하게 공격하기 시작한다.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와 노화
활성 산소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역설적으로 활성 산소를 만들어낸 미토콘드리아 그 자신이다. 세포핵에 있는 우리의 메인 DNA는 두꺼운 막과 단백질(히스톤)에 둘러싸여 철저히 보호받는 반면, 미토콘드리아의 독자적인 DNA는 활성 산소가 쏟아져 나오는 공장 한가운데 벌거벗은 채로 노출되어 있다. 게다가 손상된 DNA를 스스로 수리하는 복구 시스템마저 매우 부실하다. 이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 발생률은 핵 DNA보다 10배 이상 높다. 시간이 흐르며 공격을 받아 망가진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는 제대로 못 만들면서 매연(활성 산소)만 더 많이 뿜어내는 고장 난 낡은 엔진으로 전락한다. 세포는 에너지가 부족해져 서서히 기능을 잃어가고, 넘쳐나는 활성 산소는 마침내 세포핵의 메인 DNA까지 파괴하여 암세포를 만들거나 세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피부에 주름이 지고, 근육이 빠지며, 심장과 뇌의 기능이 쇠퇴하는 일련의 노화 과정은 결국 수십 년간 누적된 미토콘드리아의 화학적 자해 행위가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 하는 생물학적 이유
그렇다면 이 불가피한 노화의 타이머를 늦출 방법은 없을까? 과학적으로 입증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식(Caloric Restriction)'과 '운동'이다. 음식을 적게 먹으면 에너지 공장으로 들어가는 연료가 줄어들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가 쉴 틈을 얻어 활성 산소 배출량이 극적으로 감소한다. 반대로 과식을 하면 공장이 쉴 새 없이 풀가동되면서 배기가스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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