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물이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는 힘, 모세관 현상

가는 유리관 속 물은 저절로 위로 올라가고, 휴지는 물을 빨아들인다. 표면 장력과 부착력이 만드는 모세관 현상이 식물과 생활 속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본다.

편집부 · 2026년 10월 14일 · 읽는 데 4분

가는 유리관 속으로 색깔 물이 올라간 모습
가는 유리관 속으로 색깔 물이 올라간 모습

모세관 현상은 아주 가는 관이나 좁은 틈 속의 액체가 중력을 거슬러 저절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현상이다. 물에 가는 유리관을 꽂으면 관 속 물의 높이가 바깥 수면보다 높아지고, 관이 가늘수록 더 높이 올라간다. 이 현상은 액체 분자끼리 서로 끌어당기는 힘과, 액체가 관의 벽에 달라붙으려는 힘 사이의 겨루기로 생긴다. 휴지가 물을 빨아들이고 식물이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이 원리가 관여한다.

응집력과 부착력의 겨루기

물 분자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성질이 강하다. 물 분자 사이의 이런 끌림을 응집력이라 부르며, 물 표면이 얇은 막처럼 팽팽하게 당겨지는 표면 장력도 여기서 나온다. 한편 물 분자는 유리처럼 특정한 물질의 표면에도 잘 달라붙는데, 이 힘을 부착력이라고 한다. 물과 유리 사이의 부착력이 물 분자끼리의 응집력보다 강하면, 물은 유리벽을 타고 올라가려 한다.

가는 유리관 속에서는 벽에 붙은 물이 위로 기어오르며 수면을 오목하게 만든다. 표면 장력은 이 오목한 수면을 평평하게 펴려고 하면서 아래의 물기둥 전체를 끌어올린다. 물기둥이 올라갈수록 그 무게도 늘어나는데, 끌어올리는 힘과 물기둥의 무게가 같아지는 높이에서 멈춘다.

유리컵 속 물의 표면이 가장자리에서 살짝 올라간 모습

관이 가늘수록 더 높이 오르는 이유

끌어올리는 힘은 물이 벽과 맞닿은 둘레의 길이에 비례한다. 반면 들어 올려야 하는 물의 무게는 관의 단면적에 비례한다. 관의 반지름이 절반으로 줄면 둘레는 절반이 되지만 단면적은 4분의 1로 줄어든다. 들어 올릴 무게가 훨씬 빨리 줄어드니 물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물이 올라가는 높이는 관의 반지름에 반비례한다.

관의 안지름 물이 오르는 높이 (대략)
1 mm 약 3 cm
0.1 mm 약 30 cm
0.01 mm 약 3 m

머리카락보다 가는 틈에서는 물이 수 미터까지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실제 높이는 액체의 종류와 벽의 재질,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수은은 왜 반대로 내려가나

모든 액체가 관을 타고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수은에 가는 유리관을 꽂으면 관 속 수은의 높이가 오히려 바깥보다 낮아지고, 수면도 위로 볼록해진다. 수은 원자끼리의 응집력이 수은과 유리 사이의 부착력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수은은 벽에 달라붙기보다 자기들끼리 뭉치려 하고, 그 결과 관 속에서 밀려 내려간다.

같은 물이라도 벽의 재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기름기가 있는 표면이나 방수 코팅을 한 표면에서는 물이 잘 달라붙지 못해 방울로 맺힌다. 우비나 연잎 위에서 물방울이 동그랗게 굴러떨어지는 것도 부착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종이 타월 끝이 물에 닿아 물이 위로 번져 올라가는 모습

휴지와 흙, 식물 속의 모세관 현상

휴지나 수건이 물을 빨아들이는 것은 섬유 사이의 가는 틈들이 수많은 모세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흙 속의 작은 알갱이 사이 틈도 마찬가지라서, 땅속 깊은 곳의 물이 지표 가까이까지 올라올 수 있다. 벽돌 건물의 아랫부분이 땅에서 올라온 습기로 얼룩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

식물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더 복잡하다. 줄기 속 물관은 매우 가늘어 모세관 현상이 물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보탠다. 하지만 수십 미터 높이의 나무 꼭대기까지 물을 올리기에는 모세관 현상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는 잎에서 물이 증발하며 물관 속 물기둥을 위로 잡아당기는 힘이 큰 역할을 한다. 물 분자끼리 강하게 붙들고 있기 때문에 물기둥이 끊어지지 않고 줄줄이 딸려 올라가는데, 이 과정에서도 응집력과 부착력이 핵심이다.

작은 세계에서 커지는 힘

모세관 현상은 크기가 작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중요해진다. 우리 몸 크기에서는 중력이 압도적이지만, 곤충이나 미세한 관 속에서는 표면의 힘이 중력을 이긴다. 소금쟁이가 물 위를 걷는 것, 펜촉에서 잉크가 일정하게 흘러나오는 것, 손가락 한 방울의 피로 검사하는 진단 키트가 펌프 없이 시료를 빨아들이는 것도 모두 이 작은 세계의 물리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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