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빌리지 건설
인류의 화성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이자 달 표면에 영구적인 거주지를 건설하려는 다국적 프로젝트 '문 빌리지'의 계획을 조명한다.
편집부 · 2021년 4월 27일 · 읽는 데 4분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인류 최초의 발자국을 남긴 이후, 달은 오랫동안 냉전 시대의 치열한 체제 경쟁이 남긴 상징적인 전리품으로만 기억되었다. 아폴로 계획이 종료된 뒤 인류의 시선은 잠시 지구 저궤도의 우주정거장에 머물렀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며 전 세계 우주 기관과 민간 기업들은 다시금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달을 향해 뜨거운 구애를 보내고 있다. 과거의 탐사가 단순히 '달에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의 깃발 꽂기 경쟁이었다면, 지금의 목표는 완전히 다르다. 인류가 달에 머물며 자원을 캐내고 영구적으로 거주하는 것, 즉 달을 인류의 두 번째 고향이자 더 먼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전초기지로 만드는 것이다. 이 원대한 비전의 중심에는 유럽우주국(ESA)이 제안한 '문 빌리지(Moon Village)' 프로젝트가 있다. 이는 단일 국가의 독점적인 기지가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와 민간 기업, 과학자들이 모여 협력하는 일종의 다국적 우주 마을을 세우자는 개방형 개념이다. 모래바람이 불고 방사선이 쏟아지는 척박한 달 표면에 어떻게 인간이 숨 쉬고 살아갈 도시를 지을 수 있을지 그 구체적인 청사진을 들여다보자.
달의 남극, 자원의 오아시스를 찾아서
문 빌리지가 들어설 가장 유력한 장소는 달의 남극 근처에 있는 거대한 분화구 지대다. 달은 지구와 달리 공기가 없고 일교차가 섭씨 영하 170도에서 영상 130도를 오르내리는 극단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남극의 깊은 분화구 안쪽은 수십억 년 동안 태양 빛이 한 번도 닿지 않은 영구 음영 지역으로, 이 얼어붙은 어둠 속에는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얼음(물)'이 다량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확신되고 있다. 물은 달 기지 건설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물을 녹여 정수하면 우주비행사들의 식수로 사용할 수 있고, 전기 분해를 거치면 산소와 수소로 분리하여 거주지 내의 호흡용 산소를 공급하거나 우주선의 막강한 추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무거운 물이나 연료를 지구에서 쏘아 올리는 데는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달 현지에서 식수와 연료를 자급자족할 수 있다는 것은 우주 기지 유지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2009년 나사의 엘크로스(LCROSS) 탐사선이 달 남극 분화구에 고의로 충돌하여 물 분자의 존재를 확인한 이후, 남극은 차세대 달 탐사의 가장 뜨거운 격전지가 되었다.
달의 흙으로 짓는 3D 프린팅 하우스
달에 집을 짓는 방식 또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두꺼운 철판으로 만든 무거운 거주 모듈을 지구에서 만들어 달까지 실어 나르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과학자들은 팽창식 튜브 모양의 뼈대를 가져간 뒤, 현지에 널려 있는 달의 모래와 먼지인 '레골리스(Regolith)'를 건축 자재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안해 냈다. 특수한 로봇이나 3D 프린터가 레골리스를 긁어모아 마이크로파로 가열하여 벽돌처럼 단단하게 구워내고, 이를 거주 모듈 겉면에 겹겹이 쌓아 올려 견고한 돔 형태의 보호벽을 짓는 것이다. 레골리스 돔은 단순한 벽돌집이 아니다. 공기가 없는 달 표면으로 쏟아지는 치명적인 태양 방사선과 우주 방사선을 막아주는 훌륭한 방패 역할을 하며, 시속 수만 킬로미터로 날아와 부딪히는 미세 운석의 타격으로부터 우주비행사들의 목숨을 안전하게 보호해 준다. 또한 극단적인 달의 일교차를 차단하는 훌륭한 단열재 역할까지 톡톡히 해낸다. 현지 자원 활용(ISRU) 기술의 발전은 3D 프린터 하나만으로 지구 밖의 황량한 사막을 최첨단 거주지로 둔갑시키는 마법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심우주 탐사의 징검다리
문 빌리지는 단지 달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쌓기 위한 목적에 그치지 않는다. 궁극적인 목표는 화성과 그 너머의 심우주로 인류를 보내기 위한 우주 주유소이자 테스트베드(Testbed)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구는 중력이 매우 강해서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려면 막대한 양의 연료가 필요하지만,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하여 훨씬 적은 연료로도 우주선을 발사할 수 있다. 만약 지구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이 무거운 연료를 비운 채 가볍게 지구 궤도를 벗어난 다음, 달에 들러 문 빌리지에서 생산된 값싼 수소 연료를 채운 뒤 출발한다면 화성 탐사의 효율성과 경제성은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또한 화성과 같이 극한의 고립된 환경에서 생명 유지 장치를 돌리고, 자급자족식 온실에서 식물을 재배하며, 고장 난 장비를 수리하는 생존 훈련을 지구와 비교적 가까운(약 3일 거리) 달에서 미리 겪어보는 것은 실패의 위험을 줄이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달은 인류가 심우주라는 더 깊고 어두운 바다로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머무르는 마지막이자 가장 안전한 항구다.
다국적 협력과 민간 우주 시대의 도래
유럽우주국이 구상하는 문 빌리지는 특정한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이 아니라, 여러 나라와 기업들이 각자의 목적에 맞게 세운 시설들이 모여 점진적으로 인프라를 공유하며 확장해 나가는 형태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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