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먼 우주를 꿰뚫는 x ray 중력파

엑스선 천문학과 중력파 관측 기술이 결합하여 극한의 우주 환경을 탐구하는 다중신호 천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소개한다.

편집부 · 2023년 12월 30일 · 읽는 데 4분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는 중력파와 빛나는 엑스선 폭발의 추상적 표현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는 중력파와 빛나는 엑스선 폭발의 추상적 표현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의 비밀을 캐기 위해 오직 빛(가시광선)에만 의존해 왔다. 갈릴레오의 망원경에서 시작된 천문학은 이후 전파, 적외선, 자외선 망원경의 개발로 이어지며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의 영역으로 시야를 넓혀갔다. 특히 고에너지 상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엑스선(X-ray) 관측 기술은 블랙홀의 주변부나 펄서와 같은 우주의 극단적인 현상들을 포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빛이라는 매개체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두꺼운 성간 먼지 구름이나 가스에 막히면 신호가 흡수되거나 산란되어 그 너머의 진실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시공간 그 자체의 떨림인 '중력파(Gravitational Wave)' 관측이다. 2015년 LIGO 관측소가 최초로 블랙홀 충돌에 의한 중력파를 포착한 이후, 천문학은 시각뿐만 아니라 우주의 소리를 '듣는' 새로운 감각을 얻게 되었다. 최근 과학계는 먼 우주를 꿰뚫어 보는 중력파와,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엑스선 관측을 결합하여 이른바 '다중신호 천문학(Multi-messenger Astronomy)'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두 가지 서로 다른 우주의 신호가 만나 어떤 놀라운 비밀을 밝혀내고 있는지 따라가 보자.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극적인 춤사위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 운동을 할 때 호수 수면의 물결처럼 시공간의 곡률이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가는 파동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 그 존재를 예측했지만, 파동의 세기가 너무나 미약하여 100년이 지나서야 간신히 검출에 성공했다. 중력파가 지구에 도달할 정도로 강력하게 발생하려면, 태양 질량의 수십 배에 달하는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하거나 밀도가 엄청난 중성자별이 서로 나선형으로 돌며 병합하는 극한의 우주 이벤트가 필요하다. 이들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가까워질 때 시공간은 격렬하게 출렁이며 중력파를 방출한다. 중력파의 가장 큰 장점은 빛과 달리 우주 공간의 가스나 먼지, 심지어 별과 같은 물질을 통과할 때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주 초기의 밀도 높은 장막조차 뚫고 지나갈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인 것이다. 하지만 중력파 관측소인 간섭계는 신호가 날아온 방향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밤하늘의 넓은 구역 중 대략 어디쯤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만 짐작할 수 있을 뿐,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빛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엑스선 망원경, 충돌의 흔적을 쫓다

여기서 구원 투수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엑스선 우주 망원경이다.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할 때는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해 중력파만 방출되지만, 중성자별 두 개가 충돌하거나 중성자별과 블랙홀이 병합할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강력한 중력에 의해 중성자별이 갈기갈기 찢어지면서 막대한 양의 고에너지 물질이 우주 공간으로 분출된다. 이때 발생하는 빛은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감마선과 엑스선 영역에서 엄청난 섬광을 뿜어낸다. 지구의 중력파 관측소가 먼저 웅장한 시공간의 떨림을 감지하여 전 세계 천문대에 경보를 울리면, 찬드라 엑스선 관측선이나 스위프트 위성 같은 궤도 망원경들이 즉시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중력파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아 있는 고온의 잔해들이 내뿜는 엑스선 잔광(Afterglow)을 포착하기 위해서다. 엑스선 관측은 중력파로는 알 수 없는 폭발의 정확한 위치 좌표를 제공하고, 폭발 현장에서 어떤 화학적 원소들이 만들어졌는지, 분출물의 속도와 온도는 어떠한지에 대한 생생한 시각적 정보를 보충해 준다. 소리로 방향을 감지하고 곧바로 시선을 돌려 번쩍이는 섬광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셈이다. 경이로운 우주 이벤트인 두 블랙홀의 충돌을 시각화한 이미지

중력파와 엑스선이 만난 역사적인 순간

중력파와 빛을 이용한 다중신호 천문학의 위력을 전 세계에 알린 사건은 2017년에 발생한 'GW170817' 관측이다. 약 1억 3천만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두 개의 중성자별이 충돌하여 발생한 중력파가 LIGO와 Virgo 검출기에 포착되었다. 이와 동시에 감마선 폭발이 인공위성에 관측되었고, 수십 개의 광학 망원경과 엑스선 망원경들이 일제히 해당 좌표를 향해 관측을 시작했다. 특히 엑스선 망원경은 충돌 며칠 후부터 가스와 먼지를 뚫고 나오는 강력한 엑스선 제트를 선명하게 포착해 냈다. 과학자들은 이 데이터를 분석하여 중성자별 충돌 과정에서 금, 백금,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우주 공간에 대량으로 합성되어 뿌려진다는 사실을 역사상 처음으로 완벽하게 증명했다. 우리 손가락에 끼워진 금반지의 기원이 아주 먼 옛날 두 별의 처절한 파괴 과정에서 비롯되었음이 중력파와 엑스선의 합작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 관측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증명한 것을 넘어, 우주의 연금술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수십 년 된 미스터리를 명쾌하게 해결한 쾌거였다.

다중신호 천문학, 우주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다

엑스선 관측 기술과 중력파 네트워크의 결합은 우주의 팽창 속도를 가늠하는 허블 상수를 새롭게 측정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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