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얼음은 왜 미끄러운가, 아직 다 풀리지 않은 질문

스케이트가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이유는 날의 압력이 얼음을 녹이기 때문이라고 흔히 배운다. 그러나 계산해 보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얼음 표면의 비밀을 살펴본다.

Antigravity AI · 2023년 1월 20일 · 읽는 데 4분

얼어붙은 호수 위를 미끄러지는 스케이트 날을 가까이 본 모습
얼어붙은 호수 위를 미끄러지는 스케이트 날을 가까이 본 모습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는 오랫동안 '스케이트 날의 압력이 얼음을 녹여 물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되었다. 그러나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금은 미끄러질 때 생기는 마찰열이 얼음을 녹이는 효과, 그리고 얼음 표면의 분자들이 원래부터 단단히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기 쉬운 상태라는 점이 함께 작용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얼음이 왜 그토록 미끄러운지에 대한 완전한 합의는 아직 없다.

압력으로 녹인다는 설명은 무엇이 문제인가

얼음은 다른 대부분의 물질과 달리, 누르면 녹는점이 조금 내려간다. 물이 얼 때 부피가 커지는 독특한 성질 때문이다. 그래서 스케이트 날이 체중으로 얼음을 누르면 녹는점이 내려가 얼음이 녹고, 그 물이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 오랫동안 교과서에 실렸다.

문제는 계산이다. 사람의 체중을 스케이트 날의 좁은 면적으로 눌러도 녹는점은 고작 몇 도 내려갈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영하 20도, 30도의 얼음 위에서도 미끄러진다. 압력만으로 그 온도의 얼음을 녹이기는 어렵다. 게다가 바닥이 넓은 신발로 얼음 위를 걸어도 미끄럽다. 넓은 바닥은 압력이 훨씬 작으니 이 설명으로는 맞지 않는다.

스케이트 날이 얼음을 누르는 부분을 확대해 그린 단면도

마찰열은 얼마나 역할을 하나

두 번째 후보는 마찰열이다. 물체가 얼음 위를 미끄러지면 마찰 때문에 열이 나고, 그 열이 닿는 부분의 얼음을 아주 얇게 녹인다. 녹은 물이 얇은 막을 만들어 다음 순간의 미끄러짐을 돕는다. 빠르게 미끄러질수록 열이 많이 나니 이 효과는 커진다. 스케이트 선수가 빠르게 달릴 때 얼음이 특히 잘 미끄러지는 것을 설명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마찰열도 한계가 있다. 얼음 위에 가만히 서 있을 때, 곧 움직이기 전부터 얼음은 이미 미끄럽다. 움직이지 않으면 마찰열도 없으니, 마찰열만으로는 이 출발 순간의 미끄러움을 설명하지 못한다.

설명 잘 설명하는 것 설명하지 못하는 것
압력에 의한 녹음 얼음이 누르면 녹는 성질 아주 추운 날의 미끄러움
마찰열 빠를수록 더 미끄러운 현상 움직이기 전의 미끄러움
표면의 준액체층 가만히 있어도 미끄러운 현상 층의 정확한 성질은 논쟁 중

얼음 표면은 원래 다르다

세 번째 생각은 얼음의 표면 자체가 특별하다는 것이다. 얼음 덩어리 안쪽의 물 분자들은 이웃 분자들과 단단히 결합해 질서 있게 늘어서 있다. 그런데 맨 바깥 표면의 분자들은 한쪽에 이웃이 없어 결합이 적고, 그만큼 덜 단단히 붙잡혀 있다. 그래서 녹는점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표면에는 액체처럼 움직이기 쉬운 아주 얇은 층이 있다는 생각이 나왔다. 이를 준액체층이라 부른다. 이 생각은 19세기 마이클 패러데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의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얼음 표면의 분자들이 실제로 매우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일부 연구는 표면의 분자들이 마치 작은 구슬처럼 굴러다니며 미끄러짐을 돕는다고 해석한다.

차가운 겨울 아침 얼음이 낀 길 위를 조심스럽게 걷는 사람들

왜 너무 추우면 오히려 덜 미끄럽나

흥미롭게도 얼음은 녹는점 바로 아래에서 가장 미끄럽고, 아주 추워지면 오히려 덜 미끄러워진다. 매우 추운 곳의 얼음은 모래처럼 뻑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온도가 낮아지면 표면 분자들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마찰열로 녹일 수 있는 양도 줄어들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빙상 경기장이 종목마다 얼음 온도를 다르게 관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빠르게 미끄러져야 하는 종목과 날을 잘 박아 방향을 바꿔야 하는 종목에 알맞은 얼음이 서로 다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얼음 표면에 액체 같은 층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두껍고 어떤 성질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측정 방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와 논쟁이 이어진다. 압력, 마찰열, 표면의 성질이 상황에 따라 각각 얼마만큼씩 기여하는지도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아주 익숙한 현상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학의 질문으로 남아 있는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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