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끝에서 우주를 보다
남극은 천문 관측에 유리한 조건을 여럿 갖추고 있다.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관측이 있다.
편집부 · 2026년 9월 20일 · 읽는 데 2분
남극 대륙의 고원 지대에는 여러 나라의 천문 관측 시설이 있다. 접근이 어렵고 유지 비용이 큰 곳에 굳이 장비를 두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기가 방해하지 않는다
첫째 조건은 건조함이다.
대기 중의 수증기는 적외선과 밀리미터파를 흡수한다. 이 파장대를 관측하려는 망원경에게 수증기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남극 고원은 기온이 매우 낮아 공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 자체가 적다. 고도도 높아 대기층이 얇다.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관측지로 꼽히는 이유다.
둘째는 대기의 안정성이다. 별이 반짝이는 것은 대기의 흐름이 빛의 경로를 흔들기 때문이다. 남극 고원은 지표 부근의 공기 흐름이 안정적이어서 이 흔들림이 적다는 측정 결과가 있다.
밤이 길다
극야 기간에는 몇 달 동안 해가 뜨지 않는다.
같은 천체를 끊어지지 않고 오래 관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이나, 행성이 별 앞을 지나며 빛을 가리는 현상을 추적할 때 유리하다. 다른 곳에서는 낮과 밤이 반복되며 관측이 끊긴다.
하늘에서 천체의 위치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극지에서는 천체가 지평선에 대해 거의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며 돈다.
우주배경복사
남극에서 이루어진 대표적인 관측은 우주배경복사 연구다.
우주배경복사는 우주가 태어나고 약 38만 년이 지났을 때 퍼져 나간 빛이다. 지금은 파장이 늘어나 마이크로파 영역에 있다. 이 파장대는 수증기의 방해를 크게 받으므로 건조한 관측지가 필요하다.
이 빛의 미세한 밝기 차이에는 초기 우주의 물질 분포가 기록돼 있다. 편광 상태에는 그보다 앞선 시기의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이 분야에서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사례가 있었다. 2014년 초기 우주의 급팽창 증거를 찾았다는 발표가 있었으나, 이후 은하계 안의 먼지에서 나오는 신호로 설명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되면서 주장이 철회됐다.
얼음을 검출기로 쓰다
남극에서는 얼음 자체를 관측 장비로 쓰는 시설도 운영된다.
중성미자는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검출이 어렵다. 아주 드물게 물질과 부딪히면 하전 입자가 생기고, 그 입자가 얼음 속에서 희미한 빛을 낸다.
깊은 얼음 속에 광센서를 격자 모양으로 배치하면 이 빛을 잡을 수 있다. 얼음이 투명하고 위쪽의 두꺼운 층이 다른 입자를 걸러 주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이 방법으로 태양계 밖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검출됐다.
대가
관측 조건이 좋은 대신 운영이 어렵다. 겨울에는 항공기가 드나들 수 없어 고장이 나도 수리 인력을 보낼 수 없다. 소수의 월동 대원이 몇 달간 고립된 채 장비를 관리한다.
극저온에서 기계 부품과 전자 장비가 정상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것도 별도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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