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극지 생물들이 추위에 적응하는 방법

영하의 물속에서도 물고기의 체액은 얼지 않는다. 얼음이 자라는 것을 막는 단백질이 있기 때문이다.

편집부 · 2023년 4월 11일 · 읽는 데 2분

남극 주변 바다의 수온은 영하 1.9도까지 내려간다. 바닷물은 염분 때문에 이 온도에서도 얼지 않는다. 그런데 물고기의 체액은 염분 농도가 바닷물보다 낮아, 원래대로라면 얼어야 한다.

얼음이 자라는 것을 막는다

남극 어류의 체액에는 결빙방지 단백질이 들어 있다. 이 단백질은 어는점을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물이 얼려면 작은 얼음 결정이 먼저 생기고, 그 표면에 물 분자가 계속 붙어 자라야 한다. 결빙방지 단백질은 이 결정 표면에 달라붙는다. 붙은 자리에는 물 분자가 더 붙지 못하므로, 결정은 붙지 않은 틈 사이로만 자라게 된다.

틈으로 자라난 표면은 곡률이 커지고, 곡률이 큰 표면에는 물 분자가 붙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성장이 멈춘다.

이 방식에는 특징이 있다. 어는점은 내려가는데 녹는점은 거의 그대로다. 두 온도가 벌어지는 이 현상을 열이력이라 하며, 결빙방지 단백질의 작동을 확인하는 지표로 쓰인다.

얼기를 택하는 경우

곤충 가운데는 반대 전략을 쓰는 것들이 있다. 얼음을 막는 대신, 얼되 안전하게 어는 방식이다.

세포 안이 얼면 결정이 세포막을 찢는다. 그래서 세포 바깥에서 먼저 얼도록 유도한다. 얼음 형성을 촉진하는 물질을 세포 밖에 두어, 결정이 그곳에서 천천히 자라게 한다.

세포 밖의 물이 얼면 남은 액체의 농도가 높아지고, 삼투로 세포 안의 물이 빠져나온다. 세포는 쪼그라들지만 안에서 결정이 생기지는 않는다.

이때 세포를 보호하는 물질이 필요하다. 글리세롤 같은 물질이 농도를 유지하고 단백질 구조를 지킨다. 개구리 가운데 겨울에 몸의 상당 부분이 언 상태로 지내다가 봄에 깨어나는 종이 알려져 있다.

열을 지키는 방법

항온동물은 다른 문제를 푼다. 열을 만드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몸집이 클수록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가 작아져 열을 덜 잃는다. 추운 지역의 동물이 같은 계통의 온대 지역 동물보다 큰 경향이 있다는 관찰이 여기에 해당한다. 귀와 다리 같은 말단이 짧아지는 경향도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혈관 배치도 관여한다. 다리로 내려가는 동맥과 올라오는 정맥이 나란히 붙어 있으면, 내려가는 따뜻한 피가 올라오는 찬 피를 데운다. 발끝은 차갑게 두고 몸통의 열은 지키는 구조다. 이를 역류 열교환이라 한다.

대사로 열을 만들다

갈색 지방은 열을 내는 데 특화된 조직이다. 일반적인 지방이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과 달리, 갈색 지방의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곧바로 열로 바꾼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과 신생아에게서 이 조직의 비율이 높다. 성인에게도 소량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추위에 노출되면 활성이 올라간다는 연구가 보고됐다.

응용

결빙방지 단백질은 냉동 보관 기술에 쓰이려 연구되고 있다. 장기와 세포를 얼렸다 녹일 때 얼음 결정이 손상을 일으키는데, 이를 줄일 수 있다면 보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식품에서도 시도됐다. 아이스크림의 얼음 결정이 커지는 것을 막아 식감을 유지하는 용도다. 다만 대량으로 값싸게 얻는 방법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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