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놀이처럼 인생은 우블랙처럼
빛을 거의 모두 흡수하는 검은 물질이 있다. 반사율이 0.1% 아래로 내려가면 눈은 형태를 인식하지 못한다.
편집부 · 2026년 9월 20일 · 읽는 데 2분
검은 물체도 빛의 일부를 되돌려 보낸다. 그래서 우리는 그 형태를 알아본다. 반사율이 극도로 낮아지면 이 단서가 사라진다. 물체가 있어야 할 자리가 구멍처럼 보인다.
검다는 것의 기준
일반적인 검은 페인트의 반사율은 5% 안팎이다. 100의 빛을 비추면 5쯤이 돌아온다. 숯은 이보다 낮지만 여전히 1%를 넘는다.
초흑색 소재로 불리는 물질들은 반사율이 0.1% 아래다. 돌아오는 빛이 천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이 정도가 되면 표면의 굴곡이 만들어내는 명암 차이가 사라져 평평한 검은 면으로 보인다. 구겨진 알루미늄 포일에 이 소재를 입히면 주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빛을 가두는 숲
대표적인 방식은 탄소나노튜브를 수직으로 빽빽이 기르는 것이다. 지름이 나노미터 단위인 관들이 촘촘히 선 구조는 현미경으로 보면 숲을 닮았다.
원리는 흡수보다 가둠에 가깝다. 관 사이로 들어간 빛은 관 벽에 부딪히고, 반사된 빛은 옆 관으로 향한다. 이 과정이 수없이 되풀이되면서 빛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열로 바뀐다. 표면이 성기게 서 있는 구조여서 되돌아 나올 길이 거의 없다.
또 다른 방식은 표면에 미세한 홈이나 바늘 구조를 새기는 것이다. 레이저로 금속 표면을 가공해 비슷한 효과를 내는 연구도 보고됐다. 금속을 쓰면 나노튜브보다 튼튼하다는 이점이 있다.
자연에도 있다
극단적으로 검은 표면은 생물에서도 발견된다.
일부 극락조의 깃털은 반사율이 0.1% 수준으로 측정됐다. 깃가지가 위쪽으로 휘어 빽빽하게 배열돼 있어, 들어온 빛이 여러 번 부딪히며 갇힌다. 이 검은 부분 옆에 색이 화려한 부분이 놓이면 대비가 극대화된다. 구애 행동에서 이 대비가 쓰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나비와 심해어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확인됐다. 심해어의 경우 포식자의 탐조등 같은 발광을 되돌려 보내지 않기 위한 위장으로 설명된다.
어디에 쓰는가
가장 실질적인 쓰임은 광학 장비다. 망원경이나 분광기 안에서는 관측하려는 빛 외에 내부에서 산란된 빛이 잡음이 된다. 경통 안쪽을 초흑색으로 처리하면 이 잡음이 줄어든다.
인공위성의 관측 장비에도 쓰인다. 지구가 반사하는 빛이 센서에 잘못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열을 다루는 데에도 쓸 수 있다. 빛을 거의 전부 흡수한다는 것은 태양열을 잘 모은다는 뜻이기도 하다. 태양열 발전의 흡수판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다.
약한 구조
이 소재의 한계는 내구성이다. 성기게 선 나노 구조는 손으로 스치기만 해도 쓰러진다. 한번 눕고 나면 빛을 가두는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물에 닿거나 먼지가 쌓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장비 내부나 우주 환경처럼 조건이 제한된 곳에서 주로 쓰인다. 일상적인 물건의 표면에 쓰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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