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결정과 비결정 그 사이에 숨겨진 세상을 탐구하다 다니엘 셰시트먼

규칙적이지만 반복되지 않는 배열이 금속에서 발견됐다. 결정학의 기본 전제를 흔든 이 발견은 오랫동안 부정당했다.

편집부 · 2024년 7월 10일 · 읽는 데 2분

고체는 원자의 배열에 따라 둘로 나뉜다고 여겨졌다. 같은 단위가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결정과, 아무 규칙이 없는 비정질이다. 1982년 그 사이에 해당하는 물질이 발견됐다.

있을 수 없는 대칭

다니엘 셰흐트만은 알루미늄과 망가니즈를 급속히 식혀 만든 합금에 전자선을 쪼였다. 결정 안의 원자 배열은 전자선을 특정 방향으로만 튕겨내므로, 그 무늬를 보면 배열을 알 수 있다.

나타난 무늬는 열 개의 점이 정확한 간격으로 둘러선 모양이었다. 5회 대칭을 뜻했다.

이것이 문제였다. 평면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는 규칙적 도형은 삼각형, 사각형, 육각형뿐이다. 정오각형으로는 틈 없이 채울 수 없다. 그래서 결정에는 5회 대칭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교과서의 내용이었다. 무늬가 또렷하다는 것은 배열이 규칙적이라는 뜻인데, 그 규칙이 금지된 것이었다.

오랜 부정

셰흐트만은 실험 노트에 물음표 세 개를 적었다. 동료들은 시료가 잘못됐거나 두 결정이 겹쳐 생긴 착시라고 했다.

논문은 반려됐다. 소속 연구진에서 나가 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화학결합 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라이너스 폴링은 이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했고, 준결정 같은 것은 없으며 준과학자가 있을 뿐이라는 말을 남겼다.

발표는 발견 2년 뒤에야 이루어졌다.

수학에는 이미 답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 수학자 로저 펜로즈는 두 종류의 마름모만으로 평면을 빈틈없이 덮되 같은 무늬가 되풀이되지 않는 배열을 만들어 두었다. 펜로즈 타일링이라 불린다.

이 배열에는 반복이 없다. 어느 부분을 잘라 옮겨도 다른 곳과 겹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무질서하지 않다. 긴 거리에 걸쳐 일정한 규칙이 유지되고, 5회 대칭이 나타난다.

준결정은 이 배열이 원자 수준에서 실현된 것이었다. 되풀이되지는 않지만 규칙이 있는 배열, 그래서 또렷한 회절 무늬를 남기는 배열이다.

정의가 바뀌었다

국제결정학연합은 1992년 결정의 정의를 고쳤다. 원자가 주기적으로 배열된 물질이라는 정의를 버리고, 또렷한 회절 무늬를 만드는 물질로 바꿨다. 되풀이되는지를 묻지 않게 된 것이다.

셰흐트만은 2011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쓰임새

준결정은 단단하고 잘 미끄러지며 열을 잘 전하지 않는다. 배열에 되풀이가 없어 원자 면이 미끄러지기 어렵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조리기구의 눌음 방지 코팅, 수술용 기구, 열을 막는 부품에 쓰였다. 자연에서 만들어진 준결정도 운석에서 발견됐다. 다만 잘 부스러지는 성질 때문에 구조 재료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고, 이를 보완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