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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연구의 결실 : 저온전자현미경

최종 수정일: 2020년 9월 29일


 

1950년대 어느 늦은 밤, 리처드 핸더슨은 동료가 자다 일어나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은 본 리처드 핸더슨이 기이하게 여겨 물었다.

- 무서운 꿈을 꾸었는가?

- 아니...

- 그럼 슬픈 꿈을 꾸었는가?

- 아닐세.

- 그럼 무슨 꿈을 꾸었는가?

- 전자 현미경으로 X선 결정학처럼 원자 수준으로 구조를 규명하는 꿈을 꾸었다네.

- 아니 현재 전자 현미경은 시료를 건조 시켜 진공에서 봐야 하며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서 전자밀도를 높이면 시료가 파괴되어 매우 힘든데, 좋은 꿈 아닌가?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는가?

-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기 때문일세...

이에 리처드 핸더슨이 대답하길

- 그 꿈... 내가 이루어 주겠다.

 


우리 몸에서 단백질은 거의 모든 생물학적 반응에 참여한다. 단백질은 생체 신호를 전달하는 호르몬을 구성하기도 하며 신체 조직을 형성하고 면역체계에서 항체의 주요성분을 구성하기도 한다. 이런 단백질의 기능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단백질은 고유의 3차원 구조를 가지며 그 구조를 통해 특정 기능을 행하게 된다. 단백질의 구조가 고유의 모양에서 변할 시 여러 질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단백질 구조의 예측은 생명현상의 원리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희귀병 치료 등에 널리 쓰인다.


단백질의 3차원 구조 등 분자의 구조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을 분자생물학(structural biology)라고 한다. 분자생물학에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찾는 과정은 대부분 X선 결정학을 통해 이루어진다 : 1895년 물리학자 뢴트겐에 의해서 X선이 발견되고, 1914년 물리학자 라우에에 의해서 X선 회절을 통해서 결정 구조를 밝힐 수 있음을 입증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이 기술을 X선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라 하며 이후 수 많은 연구들이 X선 결정학을 통해 이루어졌다. 제임스 왓슨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 발견을 포함하여 28개의 노벨상이 X선 결정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X-선 결정학으로 모든 단백질 구조를 알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X-선 결정학의 목표는 단백질에 X-선을 쪼여서 회절 되는 모습을 관찰하여 구조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시행도 거치지 않은 단백질 분자에 X-선을 쬐이면 무작위 방향으로 흩어져 구조를 파악할 수 없다.


[ 그림 1 ]

리보솜의 구조만 보아도 얼마나 복잡한지 알 수 있다. 따라서 단백질 분자들을 일정하게 정렬해 주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단백질 결정화(protein crystallization)이라고 한다 : 우선, 과포화된 아세트산나트륨을 생각해보자. 이 용액의 분자들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어 용액에 충격을 가하면 고체로 빠르게 변한다. (비슷한 현상으로 과냉각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단백질 결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포화된 단백질 용액을 준비한 뒤 적절한 조건에서 서서히 냉각시켜 탈수시키면 된다. 이 과정은 몇 주가 소모될 정도로 긴 시간이 필요하다.



단백질 결정화에 성공 했다면 결정에 X-선을 쏴서 회절 되는 정도를 분석하여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X-선 결정학의 문제점은 바로 이 단백질 결정화 과정에 있다. 단백질을 결정화 하는 과정에서 pH, 온도, 결정 용액의 이온 농도 등 너무나 많은 요인이 영향을 주고 전부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단백질의 구조를 보는 방법은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전자 현미경이다. 단백질 분자의 크기는 너무 작아 광학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단백질 분자의 크기가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작기 때문인데 따라서 빛 대신 음극선을 사용하는 전자 현미경을 사용해야 된다. 전자 현미경으로 단백질의 구조를 볼 수 있는 배율은 충분하지만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관찰하려는 시료를 진공 상태에서 수분을 다 제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관찰하려는 단백질 분자가 손상된다. 두 번째로 높은 밀도의 전자와 단백질 분자가 충돌하면 변형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백질 분자를 결정화시키지 않고, 진공 상태에서 손상되지 않으며, 전자와의 충돌 이후에도 손상이 없는 방법은 없을까? 답은 저온전자현미경(Cryo-electron microscopy)에 있다.


연구의 시작은 다음과 같았다 : 리처드 핸더슨은 단백질을 세포막 안에 가두어 놓고 그 표본을 글루코스 용액으로 코팅하였다. 이 과정이 시료를 진공 상태로 만드는데 손상되지 않게끔 해주었다. 또 낮은 밀도의 음극선을 사용해 현미경에서 시료가 손상되는 것을 최소로 하였다. 보통 전자 현미경에서 음극선의 밀도가 낮으면 결과물의 해상도나 품질이 낮기 마련이지만, 단백질 분자를 세포막 안에 고정시켜 놓은 덕분에 구조를 파악하기에는 충분한 정도의 정보를 받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우선 세포막에 고정된 단백질에 대해서만 가능했고, 높은 해상도를 얻을 수 없었다.


[ 그림 2 ]


그 후로 과학자들은 표본을 액체 질소로 냉각시키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단백질 시료가 진공에서 건조돼 손상되는 걸 막기 위해 물에 녹인 시료를 얼리는 방법을 썼지만 이 과정에서 얼음 결정이 생겨 음극선이 교란되어 제대로 관찰이 안 되기 때문이다. 두보쉐는 물을 급속으로 냉동할 경우 결정으로 재배치될 시간이 없어 그대로 굳어버리는 유리화(vitrification) 현상을 이용하였다. 시료를 액체 질소를 통해 빠르게 냉각시켜 시료를 결정화시키지 않고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료를 결정화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얻어내는 결과물이 흐릿하게 도출되었다. 요아힘 프랑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각도에서 찍힌 흐릿한 사진들을 한 개의 뚜렷한 사진을 얻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하였다. 또 여러 현미경에서 얻어내는 여러 각도의 2차원 이미지들로부터 하나의 3차원 이미지를 얻어내는 알고리즘도 개발하였다. 이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컴퓨터의 성능이 점점 좋아짐에 따라 같이 발전하였다. 그림 1과 그림 2를 비교하면 불과 15년 만에 해상도가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 그림 3 ]

2017년 리처드 핸더슨, 자크 두보쉐, 요하임 프랭크는 이 기술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다.

저온전자 현미경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 많은 생체 분자들의 구조를 높은 해상도로 얻어 낼 수 있었다. 저온전자 현미경의 발달은 X-선 결정 정도의 해상도를 얻을 수 있으며 살아있는 세포의 활동하는 상태의 구조를 관찰 할 수 있다. 이는 여러 세포의 순간순간을 연결하여 단백질이 활동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저온전자 현미경에 관한 연구에 의의에는 분자생물학의 재탄생이라 봐도 무방하다.



 

<참고 자료>

[1] https://www.fei.com/life-sciences/history-of-cryo-em/

[2]https://www.sciencedirect.com/topics/biochemistry-genetics-and-molecular-biology/cryo-electron-microscopy

[3] http://webzine.kps.or.kr/contents/data/webzine/webzine/14762096157.pdf

[4] https://www.cheric.org/PDF/PST/PT28/PT28-6-0483.pdf

[5]https://www.youtube.com/watch?v=Qq8DO-4BnIY


<이미지>

[1] 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02)00619-0

[2]https://www.semanticscholar.org/paper/Enlightening-the-life-sciences%3A-the-history-of-and-Grote-O%27Malley/40cca0ff5f2296e25016996b757f777002f70612/figure/4

[3] https://www.biochem.mpg.de/523002/Protein_BR


<동영상>

[1] https://www.youtube.com/watch?v=Yla1-fNwELg



Bio 학생기자 박선빈

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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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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