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3차원 뇌 만들기

줄기세포를 배양하면 뇌의 일부를 닮은 조직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이 조직으로 무엇을 알 수 있고 무엇을 알 수 없을까.

편집부 · 2025년 5월 4일 · 읽는 데 2분

배양 접시에서 자란 지름 몇 밀리미터의 조직 덩어리가 뇌의 구조를 부분적으로 재현한다. 이런 조직을 오가노이드라 한다.

스스로 조직을 이룬다

만드는 방식은 지시보다 조건 제공에 가깝다.

먼저 사람의 피부세포 같은 체세포를 되돌려 여러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든다. 이를 유도만능줄기세포라 한다. 여기에 신경세포로 향하도록 유도하는 물질을 주고, 평면이 아니라 입체로 자랄 수 있는 환경에 둔다.

그러면 세포들이 스스로 층을 이루고 영역을 나눈다. 발생 과정에서 세포끼리 주고받는 신호가 배양 조건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이다. 연구자가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가 가진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것이다.

무엇을 알아냈나

이 방법이 널리 쓰이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는 감염병 연구였다.

특정 바이러스 감염이 신생아의 소두증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나왔을 때, 뇌 오가노이드에 그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실험이 이루어졌다. 감염된 조직은 크기가 작아졌고, 신경 전구세포가 죽는 것이 관찰됐다. 사람의 뇌에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유전 질환 연구에도 쓰인다. 환자의 세포로 오가노이드를 만들면 그 환자의 유전 배경을 그대로 가진 조직을 얻는다. 어떤 단계에서 발달이 어긋나는지 관찰할 수 있다.

약물 시험도 가능하다. 동물 실험은 종 차이 때문에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 세포로 만든 조직은 이 문제를 일부 줄인다.

실제 뇌와 다른 점

오가노이드는 뇌가 아니다. 차이가 뚜렷하다.

혈관이 없다. 그래서 크기가 일정 이상 커지면 안쪽까지 산소와 영양이 닿지 않아 중심부 세포가 죽는다. 지름 몇 밀리미터가 사실상의 한계다.

면역세포와 다른 조직의 세포가 빠져 있다. 뇌의 발달에는 주변 조직과의 상호작용이 관여하는데, 그 부분이 재현되지 않는다.

감각 입력도 없다. 눈과 귀에서 들어오는 신호가 없으므로, 경험에 따라 회로가 다듬어지는 과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구조의 재현성도 문제다. 같은 조건으로 만들어도 덩어리마다 영역 배치가 달라, 실험 결과를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제기되는 물음

오가노이드에서 신경세포들이 동시에 신호를 내는 활동이 관찰됐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것이 의식과 관련된 활동인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감각 입력도 없고 구조도 단편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가 진행되면서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견해가 모인다.

여러 나라의 생명윤리 기구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으나,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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