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 인생, 50대부터 시작이 맞아?
"인생의 시작은 50대부터. 제2의 인생, 지금 준비하세요.“
TV를 돌리다 보면, 종종 보이는 노후자금 운용 펀드 또는 보험 관련 광고에서 자주 등장하는 멘토 중 하나이다. 이미 한국은 지난 2018년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 사회에 진입한 만큼, 실버산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대사가 아닐까 한다.

* 2018년 휴넷이 직장인 921명을 대상으로 제2의 인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 필요한 항목 2위 건강, 노후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항목 1위 건강 관리 등 제2의 인생에서 건강은 필수적인 요소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교육 기업 휴넷이 지난 2018년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38.8%는 50대가 제2의 인생이라고 답하였으며, 범위를 확대할 경우, 2/3를 훌쩍 넘는 인원이 제2의 인생 시작은 50대 이후부터라고 응답하였다. 나아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위해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는 직장인이 51.3%로 굉장히 높은 비율을 보였다. 많은 직장인이 건강을 제2의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척도로 보고 있음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까 한다. 치매, 암, 성인병 등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왜 과거에는 그렇게 부각 되지 않았던 암 발병률이 시간이 지날수록 치명적인 요소로 자리 잡게 된 것일까? 애초에 50대라는 나이가 인간이 존재하기에 적절한 나이일까? 이렇게 많은 질병을 동반함에도 불구하고 50대가 제2의 인생의 시작이라고 할 수는 있을까?
암 발병률, 왜 매년 늘어나지?

* 2018년 암 사망률 통계가 포함된 통계청의 자료이다. 2019년 자료는 2020년 9월에 공표 예정이므로, 기사 작성 시점 기준 가장 최근 자료이다. 1983년 사망자 수 28,787명, 조사망률 72.1명/100,000명에 비해 2018년 사망자 수 79,153명, 조사망률 154.3명/100,000명은 큰 차이를 보인다.
우선, 암 사망률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지 알아보자. 통계청 자료로 미루어 볼 때, 암 사망자의 수나 비율 모두 해가 지날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초기 자료인 1983년과 2018년을 비교해 볼 때, 암 사망자 수는 3배, 조사망률은 2배에 가까운 증가 폭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하나의 반론이 존재할 수 있다. 1983년도는 시설도 기술도 좋지 않아, 암으로 진단되기 전, 사망에 이르는 환자가 존재하여 실제로는 2018년과 2017년의 사망자 숫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는 발병자 수를 살펴보자.

* 2017년 암 발생률 통계가 포함된 보건복지부 암등록통계의 자료이다. 2018년 자료는 2020년 12월에 공표 예정이므로, 기사 작성 시점 기준 가장 최근 자료이다. 1999년 암 발생자 수 101,603명, 조발생률 215.4명/100,000명에 비해 2017년 암 발생자 수 232,255명, 조발생률 453.4명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1999년의 자료와 2017년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제 비교 분석해보자. 우선 1999년의 암 사망자 수는 54,238명, 암 발생자 수는 101,603명이며, 2017년 암 사망자 수는 78,863명, 암 발생자 수는 232,255명으로 사망자 수는 45.4%가량 증가한 바와 달리, 발생자 수는 128.6% 증가라는 엄청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즉, 사망자와 비교할 때, 발생자는 압도적으로 증가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만약 이 수치가 암 진단자 중 사망자의 비율을 일정할 때, 과거에 기술 및 시설 부족으로 암 발생자 확인이 어려워 발생할 결과라고 한다고 해도, 사망자의 수 차이로 인하여 적어도, 해당 통계 자료는 암 발생자가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암 사망자가 사망하는 것 역시 비슷한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 통계청이 2019년 작성한 [생명표]이다. 1970년 62.3세에서 2018년 82.7세로 기대수명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주원인은 바로 고령 환자의 증가에 따른 암 발생이 빈번해진 점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내 평균 기대수명은 1999년 75.5세에서 2017년 82.7세로 크게 증가했다. 동시에, 고령 인구 비율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여 2018년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에 도달할수록 세포 메커니즘 자체에 문제가 생겨 암세포로 변하는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횟수가 더욱 증가하기 때문에 고령에서는 암 발생률이 높다. 즉, 이러한 고령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노화에 의해서 발생이 촉진되는 암이 더욱 자주 발견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일부 과학자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신체가 버틸 수 있는 한계 나이 이상으로 인간이 수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질병의 증가는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즉, 의학의 발전으로 세포 한계를 초월하여 노화가 계속됨에 따라, 더욱 많은 이들한테서 질병이 발생한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현재 인류가 목적으로 하는 장수가 자연적인 현상을 거스르고 발생하는 인위적인 행위가 바로 '장수'다.
시작이 반이다. 10대가 인생의 반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인간의 '장수'가 비정상적인 의료 기술을 통해서 강제로 연장되고 있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우리는 세포 내에서 세포 노화 및 자살에 관여하고 있는 여러 메커니즘 중 일부를 통해 최대 수명과 노화에 대해서 논해 보도록 하자.
먼저 이야기해볼 주제는 DNA 메틸화이다. 진핵생물의 경우, DNA가 세포핵 내부에 위치하여 유전 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물질임은 자명하다. 이때, DNA의 안정성을 위하여 DNA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은 채, 히스톤 단백질을 감싼 채 존재한다. 이후, 복제 또는 전사를 이용하기 위해 DNA 가닥에서 주형 가닥을 구분하려고 한다. 여기서 세포 내부의 상황에 따라서는 특정 유전자가 인코딩하는 단백질이나 RNA가 불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때, 다량의 DNA를 비활성화시키는 히스톤 대신, 특정 프로모터만 제한하는 DNA 메틸화를 이용한다. 아데닌 또는 사이토신의 염기에 DNA methyltransferase (이하 DNMT)를 통해서 메틸기를 부착시켜 5-methylcytosine이나 50-methylguanine 현상을 의미한다. 이렇게 메틸기가 추가될 경우, 효소와 같은 단백질들을 부착시킬 수 없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유전자 발현을 제한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CpG site (Cytosine-phosphate-Guanine site)에서 일어나는 메틸화에 초점을 출 것이다. Cytosine- phosphate-Guanine site이라는 이름 그대로, 사이토신과 구아닌이 5'에서 3'까지 한 가닥에서 200bp 이상 반복되고, GC 비율이 50%를 돌파하는 구역을 의미한다. 포유류의 프로모터 중 60% 가량이 CpG site를 가지고 있고, CG로 연속된 부분도 프로모터 외적인 곳에서는 쉽게 관찰되지 않는 만큼 (CG suppresion이라고 한다.)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때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DNA 메틸화가 발견되는 42개 이상의 프로모터를 최대 수명 (이하 MLS, Maximum lifespan) 분석에 이용한다. 42개를 예로 든 이유는 p-value가 낮고, R2가 기준 이상으로 높아 신뢰도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최솟값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서 선정된 프로모터를 통해서 생성되는 단백질의 경우 세포 자살 등의 메커니즘과 연관되어 있는데, 이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제한해야 세포는 더욱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CpG 밀도가 높을 경우, 프로모터가 효과적으로 메틸화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 수명이 긴 세포를 얻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로 CpG 밀도에 따라 만들어진 추정 수명과 실제 수명을 그래프 위에 나타낼 경우 아래와 같이 신뢰할 만한 직선형 그래프를 도출해낼 수 있다.

* CpG 밀도에 따른 추정 수명과 실제 수명을 표현한 그래프이다. 좌측의 경우 변수들과의 상관관계를 맞추기 위한 training set이 그려져 있고, 우측은 그래프를 평가하는 test set이 그려져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측정한 수명의 경우, 과거에 알려진 인간의 MLS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우선, 인류와 같이 Homo 속에 속하는 대표적인 두 원시 인류인 Homo neanderthalensis와 Homo denisova의 경우 37.8세의 평균 수명을 보이고, 이들과 가까운 공통 조상을 공유하고 있는 현대 인류 Homo sapiens의 경우도 이들과 비슷하게, 38세라는 짧은 수명을 지니고 있다. 즉, 해당하는 기사를 바탕으로 볼 때, 이미 10대의 후반에 다다른 한국과학영재학교의 학생들은 MLS의 절반을 지나온 나이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제 현 인류의 평균 수명, 그리고 기존의 MLS 연구가 제시한 100세 정도의 나이와는 크게 차이를 보인다. 짧은 MLS를 지지하는 학자들은 이러한 MLS 연구의 큰 차이점은 의학의 진보를 고려하느냐의 여부로 달라진다고 하였다. 실제로, 해당 논문에서 측정한 여러 동물의 나이 역시, 자연에서의 MLS가 아닌 동물 보호소의 보호 아래에 있는 동물들의 MLS와 비교할 경우 낮게 측정된다. 반면, 자연적인 MLS는 이와 유사하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의학의 진보가 자연적으로 죽을 가능성이 아주 높은 개체를 억지로 MLS를 연장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이미 한계에 다다른 DNA로 수명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인간에게서 질병 발생이 급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 논문에서 GO (gene ontology) 분석을 통해 얻어낸 결과를 분석하여 얻어낸 여러 생물 종의 최대 수명이다. 대부분 자연에서 생활하는 생물의 경우, MLS가 예측값보다 같거나 낮다. 실제로 북극고래 (Bowhead whale)의 경우, 예측 MLS는 268세로 현재까지 발견된 최고령 개체에 비하여 57세가량 높다. 아직, 더 높은 수명의 개체가 발견되지 않았거나, 포식과 피식의 한계로 예측 MLS와 낮은 결과를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이를 읽고 좌절하지 말자. 다른 분자 생물학적 분석의 경우 조금 다른 제안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걱정말아요 그대, 노화를 치료해봐요
위의 결과만 보고 좌절하기는 말길 바란다. 인간 MLS 분석에 관해서 더욱 다양한 연구가 이보다 높은 수명을 제시하는 경우 역시 많기 때문이다. 인간의 키를 결정하는 유전자 그룹이 아주 넓듯, 수명을 결정하는 유전자 그룹도 많으므로 관련 연구 결과 역시 다양하다.

* MLS를 결정하는 요소로는 CpG 밀도뿐만이 아니라, 텔로미어 길이, sirtuin 단백질 활성도, 암 저항성 유전자 등 다양한 요소가 관여하고 있다.
우선 간단하게 다른 요인들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보자. 우선, 항암 메카니즘이 있다. 세포 분열 도중 발생하게 되는 암세포들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제거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와중, 더욱 긴 MLS를 요구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암세포 억제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특히, 나이가 들고 덩치가 클수록, 세포 분열이 더욱 자주 일어나고 악성 종양 돌연변이가 일어날 높은 가능성을 가져야 정상적이지만, 덩치가 크고 수명이 긴 동물일수록 오히려 낮은 암 발생률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고래나 코끼리는 암에 걸려 죽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러한 현상을 Peto's paradox라고 한다. 두더지 쥐 Heterocephalus glaber 와 아프리카 코끼리 Loxodonta africana를 비교하면 크기는 Loxodonta africana가 Heterocephalus glaber의 크기에 비하여 200,000배 이상 크고 MLS 역시 65년과 21년으로 Loxodonta africana의 암 사망이 빈번할 듯싶지만, 암 사망률의 경우 MLS에 이르렀을 때, 4.81%와 90%로 크게 반전되어 난다. 만약, 해당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다면, 노화 연구에 있어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 덩치가 크고, 오래 살면 당연히 체세포 분열의 횟수 역시 덩치가 작고, 일찍 죽는 동물에 비해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암 발생 및 사망이 높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역설이 발생한다.
이렇듯 종마다, 개체마다 다른 암 발생률과 사망률은 여러 요인에 의해서 기원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텔로미어의 길이이다. 여기서 텔로미어는 TTAGGG가 반복되는 염색체의 말단부를 의미한다. 세포 분열이 계속됨에 따라 텔로미어의 길이는 계속 감소하게 되고, 이렇게 줄어드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토대로 MLS를 측정할 수 있다. 실제로 같은 종 내에서 텔로미어가 길수록 MLS 역시 길어진다. 여기서 일종의 아이러니가 발생하는데, 텔로미어가 제거되면 세포 분열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암 발생률은 감소한다.
또한, 특정 단백질이 세포를 억제하기도 하는데, 이는 다시 말하면 해당 유전자의 개수와 유전자 발현 정도가 MLS에 관여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TP53 유전자의 경우 코끼리 등의 동물이 암 사망률이 극히 낮은 하나의 유로 제기되기도 한다. 또한, 인슐린/IGF-1 신호 (이하 IIS, Insulin/IGF-1 signal) 역시 MLS에 관여한다. IIS를 인지하는 수용체에 따라 MLS가 달라지는 것이다. 초파리 Drosophila와 예쁜 꼬마선충 Caenorhabditis elegans는 각각 독특한 단일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데, 각각 InR과 daf-2로 해당 수용체가 없는 개체에 비해서 85%와 100% 가량 수명을 증대시켜준다. 인간의 경우도 FOXO3A, IFG1R과 GHR 등 여러 단백질이 IIS에 관여하고 있다. 포유류에서는 IFG-1이 시상하부 전엽에서 분비된 GH에 의해 생성되어 IGF1R을 활성화시킨다. 동시에 이자에서 생성된 인슐린은 IGF-1과 경쟁하며 INSR을 활성화한다. INSR과 IGF1R은 IRS를 활성화시키고 IRS는 FOXO 전사인자를 비활성화시킨다. 이런 IIS에서 IGF-1의 농도를 낮출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MLS는 더욱 증가한다.

* 위의 과정을 통해서 Insulin/IGF-1 signal이 조절된다.
그 외에도 샤페론 활성도, AMPK, mTOR 등등 무수히 많은 생화학적 메커니즘이 MLS를 결정한다. 실제로 IIS를 통해 측정한 수명의 경우 150세에 이르는 등 더욱 다양한 연구 결과가 대립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본인이 벌써 인생의 절반을 다 살았다고 10대 친구들이 자책할 이유는 없을 듯싶다.
나아가, 이제는 노화에 대한 인류의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무수히 많은 과정을 이용하고, 역으로 생장시켜 '노화'라고 정의한 질병을 해결하겠다는 시도 역시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실제로 WHO는 지난 2018년 7월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ICD-11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11th Revision) 제정에서 "Ageing-related"라는 질병 구분 코드를 XT9T로 신설했다. 이제 인류는 노화라는 질병을 해결하기 위한 시대를 이끌어나가게 되었다.
텔로머레이즈를 통하여 텔로미어의 길이를 다시 늘리되, 암 발생은 줄이는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인조 기관으로의 대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우리는 이러한 광고 카피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