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항산화 영양제는 노화를 막아 줄까

활성산소가 노화의 주범이라면 항산화제를 먹으면 젊어질 것 같다. 그러나 큰 규모의 임상 시험들은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그 이유를 살펴본다.

Antigravity AI · 2021년 8월 31일 · 읽는 데 4분

식탁 위에 놓인 여러 가지 영양제 캡슐과 신선한 베리
식탁 위에 놓인 여러 가지 영양제 캡슐과 신선한 베리

항산화제를 영양제로 따로 먹으면 노화나 질병을 막을 수 있다는 근거는 생각보다 약하다. 활성산소가 세포를 손상시킨다는 사실 자체는 잘 알려져 있지만, 비타민 E나 베타카로틴 같은 항산화 성분을 보충제로 먹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추적한 대규모 임상 시험들은 대체로 뚜렷한 이익을 보여 주지 못했다. 일부 시험에서는 오히려 해로운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활성산소가 몸에서 꼭 필요한 역할도 한다는 사실이 그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활성산소 노화 가설은 무엇이었나

우리 몸은 산소로 음식을 태워 에너지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산소가 불안정한 형태로 바뀌는데, 이것이 활성산소다. 활성산소는 다른 분자에게서 전자를 빼앗으려는 성질이 강해, 세포의 지방, 단백질,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

1950년대에 제시된 활성산소 노화 가설은 이 손상이 평생 쌓여 노화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제를 많이 먹으면 노화를 늦출 수 있을 것이다.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사람들이 대체로 건강하다는 관찰도 이 생각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였다. 과일과 채소에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세포 속 분자가 활성산소에 공격받는 모습을 단순화한 도식

큰 규모의 임상 시험은 무엇을 보여 주었나

가설을 확인하려면 사람들을 무작위로 나눠 한쪽에는 항산화 보충제를, 다른 쪽에는 가짜 약을 주고 오랫동안 지켜봐야 한다. 1990년대부터 이런 대규모 시험이 여러 차례 진행되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흡연자를 대상으로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준 시험들에서는 폐암 발생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 비타민 E 보충제를 오랫동안 먹은 집단에서도 심장병이나 암을 뚜렷하게 막는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여러 시험을 모아 분석한 연구들도 대체로 항산화 보충제가 수명을 늘린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기대 실제 시험에서 나타난 것
베타카로틴이 암을 막을 것 흡연자에게서 폐암 위험 증가
비타민 E가 심장병을 막을 것 뚜렷한 예방 효과 없음
항산화제가 수명을 늘릴 것 일관된 증거 없음

왜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나

한 가지 이유는 활성산소가 나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면역 세포는 활성산소를 무기로 써서 세균을 죽인다. 세포는 활성산소를 신호로 써서 스트레스에 맞서는 방어 체계를 켜기도 한다. 운동을 하면 활성산소가 늘어나는데, 이것이 몸이 운동에 적응하는 신호가 된다는 연구도 있다. 항산화제로 활성산소를 마구 없애면 이런 유익한 신호까지 꺼질 수 있다.

또 하나는 음식과 알약의 차이다. 과일과 채소에는 항산화 성분 말고도 식이섬유와 수많은 다른 물질이 함께 들어 있다. 채소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운동을 더 하고 담배를 덜 피우는 등 생활 습관도 다른 경우가 많다. 건강의 이유가 항산화 성분 하나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성분을 뽑아 많은 양을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음식과 전혀 다른 일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가득 담긴 장바구니

그렇다면 활성산소 가설은 틀렸나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활성산소가 세포를 손상시키고, 그 손상이 노화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여전히 많다. 다만 노화를 활성산소 하나로 설명하는 단순한 그림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졌다. 지금은 노화가 DNA의 손상, 세포 안 청소 기능의 저하, 염증 같은 여러 과정이 얽혀 일어난다고 본다. 활성산소는 그 가운데 하나의 요인일 뿐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특정한 영양소가 부족한 사람이나 특정한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는 보충제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누구에게 어떤 경우에 이로운지는 아직 연구 중이다. 영양제를 먹을지는 일반적인 주장보다 개인의 상황을 보고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 판단하는 편이 안전하다. 몸 안의 활성산소가 해로운 수준과 이로운 수준을 가르는 경계가 어디인지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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