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의 사용후핵연료는 어떻게 처리하나
원자로에서 꺼낸 핵연료는 수만 년 넘게 방사선을 낸다. 지금은 발전소 안에 임시로 쌓아 두고 있지만 언젠가는 영구히 격리할 곳이 필요하다. 그 방법과 쟁점을 정리한다.
Antigravity AI · 2023년 1월 20일 · 읽는 데 4분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연료로 쓰고 꺼낸 핵연료다. 아직 강한 방사선과 열을 내기 때문에, 처음에는 발전소의 물 수조에 담가 식히고, 어느 정도 식으면 두꺼운 금속과 콘크리트 용기에 넣어 보관한다. 이것은 임시 저장이다. 방사능이 자연 상태 수준으로 떨어지기까지 수만 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결국 지하 수백 미터 깊이의 단단한 암반에 묻어 영구히 격리하는 방법이 국제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꼽힌다.
사용후핵연료는 왜 그렇게 위험한가
원자로 안에서 우라늄 원자핵이 쪼개지면 더 작은 원자핵들이 생긴다. 이 핵분열 생성물 가운데 상당수는 불안정해서 방사선을 내며 붕괴한다. 또 우라늄의 일부는 중성자를 흡수해 플루토늄 같은 더 무거운 원소로 바뀐다. 그래서 갓 꺼낸 사용후핵연료는 원래의 핵연료보다 훨씬 강한 방사선과 열을 낸다.
방사능은 시간이 지나며 줄어든다. 처음 몇 년 동안 빠르게 줄고, 이후로는 천천히 줄어든다. 수명이 짧은 물질은 금방 사라지지만, 수명이 긴 물질은 수천 년, 수만 년이 지나도 남는다. 사용후핵연료가 원래 우라늄 광석 수준의 방사능으로 떨어지기까지는 수십만 년이 걸린다는 추정이 흔히 인용된다.
지금은 어떻게 보관하나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후핵연료는 먼저 발전소 안의 습식 저장 수조에 넣는다. 물은 방사선을 막고 열을 식혀 준다. 수조의 물이 푸른빛을 띠는 것은 방사선이 물속에서 만드는 체렌코프 복사 때문이다. 몇 년에서 십수 년 이렇게 식힌 뒤에는 공기로 식히는 건식 저장 용기로 옮길 수 있다. 두꺼운 강철과 콘크리트로 만든 이 용기는 방사선을 막고 안정적으로 보관한다.
| 단계 | 방식 | 성격 |
|---|---|---|
| 습식 저장 | 발전소 내 물 수조에서 냉각 | 임시 |
| 건식 저장 | 금속·콘크리트 용기에 보관 | 임시(수십 년) |
| 영구 처분 | 지하 깊은 암반에 격리 | 영구 |
문제는 수조의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을 비롯해 원자력 발전을 오래 해 온 나라들에서는 발전소 내 저장 공간이 점점 차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영구 처분장은 어떻게 설계하나
영구 처분의 기본 생각은 여러 겹의 방벽으로 방사성 물질을 사람과 환경으로부터 아주 오랫동안 떼어 놓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부식에 강한 구리 같은 금속 용기에 넣고, 그 주위를 물을 잘 막는 점토인 벤토나이트로 감싼 뒤, 지하 수백 미터 깊이의 안정된 암반에 묻는다. 용기, 점토, 암반이 각각 방벽이 되어, 어느 하나가 시간이 지나 약해져도 다른 방벽이 방사성 물질의 이동을 막도록 설계한다.
핀란드는 이런 방식의 영구 처분장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건설해 운영을 준비해 왔다. 수십억 년 동안 안정된 화강암 지대를 골라, 지하 400미터 넘는 깊이에 터널을 뚫었다.
처분장의 안전성은 수만 년 뒤를 내다보는 계산으로 평가한다. 지하수가 얼마나 천천히 흐르는지, 빙하기가 다시 오면 암반이 어떻게 변할지, 지진이 일어나면 용기가 버틸지 같은 시나리오를 컴퓨터로 따져 본다. 자연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는다. 수십억 년 전 땅속에서 우라늄이 저절로 핵분열을 일으켰던 아프리카의 천연 원자로 흔적은, 방사성 물질이 암반 속에서 오랫동안 크게 이동하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자연의 실험으로 연구되었다.
왜 처분장을 짓기가 그렇게 어렵나
기술적인 방법은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지만, 실제로 처분장을 짓는 일은 사회적인 합의가 더 어렵다. 수만 년 동안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 처분장이 들어설 지역 주민의 우려를 어떻게 풀고 그 부담을 어떻게 보상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많은 나라가 부지 선정 단계에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관리하고 처분장 부지를 정하는 절차를 법과 제도로 마련하는 논의를 이어 왔다.
남은 과제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처리해 쓸 수 있는 물질을 뽑아내는 재처리, 오래가는 방사성 물질을 다른 물질로 바꿔 수명을 줄이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재처리는 핵무기 확산 우려와 비용 문제가 있고, 수명을 줄이는 기술은 아직 실용화되지 않았다. 수만 년 뒤의 사람들에게 이곳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전할지 같은 질문도 처분장 설계에서 함께 고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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