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올바르게 알고 복용하자
인류의 수명을 30년이나 늘려준 기적의 약 '항생제'가 세균의 벽을 부수고 죽이는 원리와, 조금 먹다 남기면 벌어지는 끔찍한 '슈퍼박테리아(항생제 내성)'의 탄생을 경고한다.
편집부 · 2025년 4월 14일 · 읽는 데 4분
1928년 이전까지 인류는 길을 가다 가시에 찔리거나 가벼운 찰과상만 입어도 상처에 세균이 번식해 팔다리를 썩히고 패혈증으로 처참하게 죽어 나가야 했다. 세균 감염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알렉산더 플레밍이 푸른곰팡이에서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을 우연히 발견한 이후, 항생제는 세균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며 인류의 평균 수명을 단숨에 30년이나 멱살 잡고 끌어올렸다. 하지만 기적의 약물에 취한 인간의 남용은 결국 항생제 폭격을 비웃으며 살아남은 돌연변이 '슈퍼박테리아'라는 끔찍한 반격을 불러왔다. 우리 몸속에 들어온 항생제가 세균의 숨통을 어떻게 끊는지, 그리고 약을 먹다 만 환자의 몸속에서 괴물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약리학의 전쟁을 뜯어보자.
적의 성벽을 부숴라, 페니실린의 폭격
우리 몸의 세포는 물렁물렁한 껍질(세포막)만 가지고 있지만, 세균(박테리아)들은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껍질 바깥에 아주 딱딱한 갑옷인 '세포벽'을 겹겹이 두르고 있다.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가 몸속에 들어가면, 이 세균들이 갑옷(세포벽)을 벽돌로 쌓아 올릴 때 몰래 다가가 시멘트(결합 효소)를 굳지 못하게 엉망으로 훼손해 버린다. 갑옷을 제대로 입지 못한 세균은 우리 몸속의 체액(물)이 삼투압으로 미친 듯이 밀려 들어오는 것을 버티지 못하고 풍선처럼 빵! 하고 터져버려 처참하게 박살(사멸) 난다. 인체 세포는 아예 세포벽 자체가 없으므로 항생제는 인간은 건드리지 않고 오직 세균만 골라 죽이는 완벽한 마법의 탄환이었다.
세균 복사기를 고장 내는 항생제 (단백질 억제)
갑옷을 부수는 것 외에도 다른 방식의 암살자들이 있다. 마크로라이드 계열 같은 항생제는 세균의 몸속으로 침투해 들어가, 세균이 살아 숨 쉬고 새끼를 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찍어내는 기계(리보솜)에 찰싹 달라붙어 톱니바퀴를 고장 내 버린다. 세균은 더 이상 단백질을 만들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려 굶어 죽거나 증식을 멈춰버리고, 남은 찌꺼기들은 우리 몸의 백혈구가 여유롭게 잡아먹어 치워 버린다.
내가 아프면 안 먹을래, 내성이 낳은 괴물 (슈퍼박테리아)
문제는 약을 잘못 먹는 환자들의 얄팍한 안일함에서 터진다. 의사가 5일 치 항생제를 처방했는데, 3일쯤 먹고 나니 열도 내리고 기침도 멎었다며 "약 독하니까 그만 먹어야지" 하고 스스로 끊어버리는 것이다. 이때 몸속에서는 비극이 벌어진다. 약한 세균들은 다 죽었지만, 유전자가 조금 달라서 맷집이 센 돌연변이 세균 몇 마리는 아직 살아남아 헐떡이고 있었다. 약이 끊기자 이 독종들은 다시 기운을 차리고 "아, 방금 맞은 그 폭탄(항생제) 막는 법 알았어!"라며 자신의 방어력을 미친 듯이 업그레이드하여 증식한다. 며칠 뒤 환자가 다시 아파서 똑같은 항생제를 털어 넣어도, 이 세균들은 코웃음을 치며 약을 분해해 버린다. 무적의 '항생제 내성균(슈퍼박테리아)'이 탄생한 것이다.
바이러스(감기)에는 전혀 듣지 않는다
흔히 기침이 나고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독한 항생제 놔주세요"라고 조르는 사람들이 있다. 감기는 '세균'이 아니라 100배는 더 작은 '바이러스'가 일으킨다. 바이러스는 세포벽도 없고 단백질 공장도 없어서 남의 세포에 기생하는 좀비 같은 놈들이다.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을 부수는 약이므로, 세포벽이 없는 감기 바이러스에게 항생제를 폭격하는 것은 허공에 주먹질하는 것과 같다. 오히려 내 몸 장속에서 소화를 돕던 착한 유익균들만 항생제에 억울하게 몰살당해 끔찍한 설사와 면역력 저하를 겪게 될 뿐이다. ![항생제 열쇠가 더 이상 맞지 않도록 문의 모양을 바꾸거나 부서진 펌프를 만들어 약을 바로 뱉어내는 은밀한 세균을 설명하여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발달시키는 방법을 보여주는 미세 다이어그램](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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