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일반화학1을 수강하고 나면 다양한 화학 상위 과목을 수강할 수 있습니다. 화학 전공으로의 KSA 생활을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제가 들었던 여러 화학 상위 과목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직접 수강하지 않은 나노화학의입문과 생활속의화학에 관한 내용은 각각 18학번 배준수, 19학번 이채민 학생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과목 소개는 가나다 순으로 진행합니다. 각 과목에 관한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 들어갈 수 있고, 학기마다 수업 진행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이에 유의하여 기사를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2020학년도 1학기에 수강한 과목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수업 방식과 다르게 진행된 경우도 있습니다.
기초분석화학
기초분석화학은 분석화학의 기초와 다양한 분석 장비의 사용을 배울 수 있는 과목으로, 천만석 선생님께서 담당하십니다. 홀수 학기에는 EC(영어) 분반이 개설되고, 짝수 학기에는 한국어 분반이 개설됩니다. 강의보다는 학생들의 발표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입니다.
중간고사 이전에는 분석화학의 기초에 대해 주로 배웁니다. 학생들이 학습지를 미리 풀어와서 발표하면 피드백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자유로운 분위기로 진행되어 발표 부담이 큰 편은 아닙니다. 중간고사 이후에는 개인 기기 발표와 팀 분석 과제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개인 기기 발표는 각자 분석 기기를 하나씩 골라 분석 방법을 먼저 숙지한 후 다른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것이고, 팀 분석 과제는 3~4명의 팀이 하나의 주제로 분석 실험을 직접 진행한 후 발표하는 과제입니다. 학생들의 발표가 주가 되기 때문에 분반 구성에 따라 유동적으로 수업이 구성되어 배우는 내용의 범위는 매 학기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두 번의 큰 발표가 있고, 학습지를 미리 풀어 가서 수업에 참여해야 하지만, 중간, 기말고사의 부담이 적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담이 큰 과목은 아닙니다. 한 학기를 끝내고 나면 분반 인원수만큼의 기기를 다루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러 분석 방법을 배우는 것도 이후에 실험이나 연구를 진행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기초유기화학
기초유기화학은 작용기와 관련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유기화학의 기초를 배울 수 있는 과목입니다. 오진호 선생님께서 담당하시며, 주로 홀수 학기에 한국어 분반이 개설됩니다. 예습이 수업 진행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수업 전에 책을 참고하여 예습하고 학습지를 미리 풀어가면, 수업 시간에 문제를 나누어 발표하고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습니다. 주로 메커니즘 예상이나 역합성(retrosynthesis)에 관한 문제를 통해 각 작용기에 대해 배웁니다. 학기말에는 유기 합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팀별로 하나의 메커니즘을 선정하여 실험을 설계하고, 직접 합성해본 후 분석까지 해보는 프로젝트인데 2020학년도 1학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메커니즘 선정과 실험 설계까지만 진행하였습니다.
유기화학은 암기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여러 문제를 풀다 보면 자연스럽게 메커니즘을 습득하게 되어 생각보다 암기 부담은 크지 않습니다.

나노화학의입문
나노화학의입문은 나노 물질과 결정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배우는 과목으로, 특히 MOF나 제올라이트에 대해 자세히 배웁니다. 최은영 선생님께서 담당하시고, 주로 홀수 학기에 한국어 분반이 개설됩니다. 선생님의 강의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하며 그 내용을 발표를 통해 공유해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원래는 배운 내용과 관련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간단한 논문을 작성하는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연구에 대한 프로포절을 작성하는 것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실험 또한 제올라이트 모형 만들기 등의 간단한 실습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시험은 원래 팀으로 보지만 2020학년도 1학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개인 시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시험까지 팀으로 볼 정도로 학생들의 교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입니다. 이외에도 공부하고 준비할 것이 꽤 있는 발표들이 일종의 작은 프로젝트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CSDS, Chemdraw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의 사용을 배울 수 있고, 필요한 논문을 찾는 능력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분광학입문
분광학입문은 과목 이름처럼 분광학에 입문하며 분광학을 맛볼 수 있는 과목입니다. 한상준 선생님께서 담당하시고, 주로 짝수 학기에 한국어 분반으로 개설됩니다. 분광학을 깊게 공부하는 것은 여러 가지 심화된 수학 지식이 필요해 수학 심화 과목을 따로 수강하지 않은 경우 어려울 수 있는데, 이 수업에서는 대학에서 더 깊게 배울 수 있는 분광학 내용들을 KSA 학생들에게 맞춰 가르쳐 주십니다.
IR, UV-vis, NMR 등의 분광법의 원리뿐만 아니라, 군론과 여러 근사 방법 등 분광학에서 다루는 여러 주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일반화학에서 양자화학, 분광학을 배울 때에는 그냥 넘어갔던 내용을 더 심화해서 배울 수 있고, 오비탈을 다루는 여러 가지 새로운 방법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수업을 듣고 나면 화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다른 화학 상위 과목들과 달리 100% 강의식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내용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말고사 외에는 과제, 퀴즈 등이 없어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면 부담이 적은 과목입니다. 선생님께서도 학생들이 분광학을 한 번 경험해 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수업하십니다.
생활속의화학
생활속의화학은 화학 상위 과목 중 유일하게 일반화학1 수강 없이 들을 수 있는 과목입니다. 주로 Tarte 선생님께서 담당하시며, 주로 홀수 학기에 EC 분반이 개설됩니다. 실험 중심의 수업으로, 화학및실험 1, 2를 수강했다면 어렵지 않은 난이도의 실험을 진행합니다.
매주 특정 주제로 실험을 하고, ppt로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합니다. 학기 말에는 팀별로 실험을 직접 골라 진행하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만드는 최종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특별히 심화된 내용을 배우는 것은 아니지만, 시각적 효과가 큰 흥미로운 실험들을 진행하게 되어 부담 없이 수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수업 분위기가 자유롭고, 마지막 프로젝트로는 평소 해보고 싶었던 실험을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화학과에너지
화학과에너지에서는 물리화학의 기초적인 내용 중 일부를 배우게 되는데, 주로 화학 퍼텐셜(chemical potential)과 관련된 내용을 중점적으로 배웁니다. 조철희 선생님께서 담당하시고, 홀수 학기에는 한국어 분반이, 짝수 학기에는 EC 분반이 개설됩니다.
화학 상위 과목 중에서는 강의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선생님께서 강의를 진행하신 후 매주 5문제 정도의 과제가 나오는데,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이 문제들을 직접 풀이하게 됩니다. 퀴즈는 따로 없으며, 학기당 두 번의 시험이 있습니다. 과제로 풀었던 문제들이 시험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진행하는 풀이에 특히 열심히 참여해야 합니다. 원래는 열화학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발표하는 과제가 있지만, 2020학년도 1학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화학 퍼텐셜 개념을 배우게 되면서 이전에는 유도 없이 사용했던 여러 공식을 직접 증명할 수 있게 된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과목입니다.

화학세미나
화학세미나는 2주에 한 번 2시간의 세미나를 듣는 1학점 과목입니다. 홀수 학기에만 개설되며, KAIST 직강으로 진행되는 수업입니다. 한 학기 동안 약 7번의 세미나를 매번 다른 교수님께 듣게 되고, 세미나 전/후 리포트를 제외하면 기타 시험, 과제가 없습니다. 교수님들께서 학생들이 흥미로워 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본인의 연구를 소개해주시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고, 적어도 7가지의 연구 분야를 접해볼 수 있어 연구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도 있습니다. 2020학년도 1학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오프라인 수업을 하게 되면 KAIST 교수님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수강할 수 있는 7가지 화학 상위 과목을 톺아보았습니다. 화학 전공이라고 하더라도 7과목을 졸업 전에 모두 수강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 이 글로 얻은 정보와 선배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본인이 듣고 싶은 과목을 골라 수강 계획을 세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최우정 학생기자│Chemistry│에세이
참고자료
[1] 18학번 배준수 학생 인터뷰
[2] 19학번 이채민 학생 인터뷰
첨부 이미지 출처
[1] 최우정
[2] 배준수
[3] 이채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