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카페를 한번도 가보지 않으신 분은 없으시겠죠? 그렇다면 여러분을 조금 특별한 카페로 초대합니다! 이곳은 각종 음료나 달콤한 디저트를 파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맛있는 것들을 나누고 있답니다. 바로, 36가지라는 수많은 종류를 자랑하는 다양한 ‘생물학’ 이야기를 아름답고 친숙한 신화로 포장하여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게 팔고 계신 주인분은 ‘하리하라’ 라는 이름을 가지고 계신 ‘이은희 박사님’이세요. 그렇다면 생물학 맛집으로 소문난 이곳의 메뉴중 제가 꼽은 베스트 ‘3가지’ 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시빌레의 소원이 들려주는 '노화'

그러던 중 시빌레는 아폴론으로부터 자신의 애인이 되어주면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 시빌레는 한 손 가득 모래알을 쥐고 이렇게 말했어.
“오, 신이시여. 제가 손에 쥐고 있는 이 모래알만큼의 봄과 가을을 원합니다.” - 그리스로마신화 중
위 신화에서 소개되어진 이야기는 태양의 신 아폴론과 끝없는 시간을 살아가며 늙어가는 운명을 가지게 되어버린 시빌레의 대화 장면에 나오는 부분입니다. 손 안에 쥔 수많은 시간은 가지고 싶었지만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는 것을 기억해내지 못해 끝내 죽지 못하고 계속해서 늙어가는 시빌레. 시빌레가 그렇게 피하고 싶던 노화란 무엇일까요?
노화의 정의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첫번째는 태어나서 죽음을 맞기 전까지 겪는 전 과정 (aging)을 의미하기도 하고, 두번째는 우리가 흔히 늙는다는 개념으로 알고 있는 좁은 개념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화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노화의 원인 또한 크게 2가지 생각으로 나뉘는데, 노화 과정이 이미 찍혀 있다는 프로그램 가설 (Programmed aging theory), 그리고 환경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결과라는 스트레스 가설입니다. 실제로 노화가 일어나는 데에는 유전적인 부분과 환경적인 부분이 모두 영향을 줍니다.
유전적인 부분에서의 노화를 보게 되면 ‘조로증’을 빼놓을 수 없죠. 조로증은 남들에 비해 빨리 늙어버리는 병을 통칭하는 것으로 베르너 증후군, 프로게리아, 랙스 커티스 질환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로병은 유전자에 개체에 대한 일정한 수명 패턴이 정해져 있던 상태에서, 그것이 고장날 경우 갑자기 사이클이 빨라져서 생기는 병으로 그중 베르너 증후군의 경우 DNA 복제과정에 필요한 DNA를 풀어주는 효소인 헬리카제가 망가져 있어 세포 분열에 지장을 가지게 되고, 이는 사춘기 때부터 재생능력에 지장을 주며 노화를 급속화시키게 됩니다.

환경적인 부분의 노화의 경우는 총 4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소모설, 둘째. 생체 에너지설, 셋째. DNA 에러설, 넷째. 활성산소설입니다. 그중 활성산소설, 즉 유해산소설은 활성화된 유리기 산소가 체내의 단백질을 산화시켜서 세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주장으로 초기의 미생물들은 산소의 이런 독성을 이겨내지 못해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 광합성이나 혐기성 화학합성으로 에너지를 얻어 생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생물들은 산소의독성을 제거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자체 방어 시스템인 SOD라는 물질을 마련하게 되었고, 이는 유리기 산소가 다른 물질과 결합하여 산화시키기 전에 이들과 결합하여 안정한 형태로 바꾸면서 독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또한 사람의 몸의 세포는 이물질을 처리하기 위해 장기간 가동을 하며 대사과정의 부산물인 유해산소도 필요 이상으로 생성되므로 에너지를 생산해낼때 세포들에게 ‘노화’가 진행되는 셈입니다.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사랑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호르몬'

이웃이었던 피라모스와 티스베는 서로 사랑했지만, 그들의 부모는 이를 허락하지 않아 둘은 몰래 떠나기로 했습니다. 숲속 커다란 뽕나무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뒤 먼저 도착한 피라모스는 사자가 티스베의 베일을 물어뜯고 있는 것을 보고 티스베가 죽은 줄 알게 되었고, 따라서 스스로 칼을 이용해 목숨을 끊고 맙니다. 뒤늦게 약속 장소에 도달한 티스베는 죽어가는 그를 보며 오열했고 뽕나무를 향해 둘을 한 무덤에 묻어달라고 부탁한 뒤 피라모스가 목숨을 끊은 칼을 가슴에 안고 쓰러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둘은 한 무덤에 묻히게 되었고, 그들의 피를 머금은 뽕나무는 열매인 오디를 검붉은 핏빛으로 물들이며 그들의 죽음을 기억한다고 전해집니다.
두명의 사람을 죽음으로 이끈 사랑. 사람들은 왜 사랑이라는 것을 하는 것일까요? 단순히 후세에 유전자를 남길 자손을 만들기 위해서? 아니면 무엇인가 거대한 규칙에 사로잡혀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사랑이란 감정을 두뇌의 ‘화학적 작용의 결과’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뇌는 여러가지 작은 부분들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 변연계는 시상, 시상하부, 해마, 뇌하수체로 구성되어 각종 신경전달 물질과 호르몬을 분비하여 감정을 조절하는 기관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곳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엔돌핀 등의 호르몬으로 인해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이 호르몬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통해 ‘사랑’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 일까요?
먼저 도파민부터 살펴봅시다. 도파민은 감정을 조절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로서 신경흥분을 유도함으로서 기분이 좋아지게 합니다.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는 시기에 이 도파민 분비량이 증가하면서 그 사람의 얼굴만 보게 되더라도 행복해지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일단 이에 중독되게 되면 그 사람이 없을시에 도파민이 나오지 않게 되면서 불안하고 우울해지며, 마약에 중독된 것 처럼 계속해서 찾게 된다고 합니다.
다음은 페닐에틸아민입니다. 페닐에틸아민은 체내에서 분비되는 일종의 각성제로 페닐에틸아민 수치가 높아지면 커피나 에너지 음료같은 각성제를 다량으로 마신 것 처럼 정신이 맑아지고 흥분되며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이 물질은 주로 초콜릿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답니다.

세번째로는 옥시토신입니다. 옥시토신은 자궁 수축 호르몬으로 아이를 낳을 때 대량으로 분비되는 호르몬 입니다. 이 기능을 역이용해서 인공 유산을 시킬때 이 호르몬을 사용하거나, 아직 태어날 때가 되지 않은 태아를 낳기 위해 옥시토신을 정맥 주사하기도 합니다. 그외에도 옥시토신은 짝짓기나 성적 흥분의 유도를 느끼게 하고, 출산, 수유 등 모성행동이 필요할 때 다량으로 분비되곤 합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단순히 상대를 원하는 것을 넘어서서 상대를 닮은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바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엔돌핀입니다. 엔돌핀은 일종의 체내 마약 물질로, 통증을 완화시키고 기분을 좋게 해줍니다. 엔돌핀이나 엔케팔린 등은 고통을 잊게 하고 기분을 고양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이 마약을 통해 환상이나 충족감, 황홀경을 느끼는 것은 엔돌핀이 결합하는 수용체에 마약이 결합하여 엔돌핀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신시아 하잔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이 사랑하면 앞에서 말한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이 나와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지만, 길어야 30개월이 지나게 되면 대뇌에서 이런 종류의 물질에 내성이 생기게 된다고 합니다. 사랑도 일종의 중독이라고 볼 수 있는것이죠.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했던 호르몬에 의한 중독으로 시간이 지나면 약물에 중독되어 점점 더 많은 약이 필요하듯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상대에게 점차 기대하는 것이 커지게 되고, 그러다 약을 끊으면 고통스러워 하는 중독자처럼 상대가 떠나간 후에야 그 슬픔에 괴로워하는 것이 비슷하게 다가오는 것이죠.
동물은 일정한 짝짓기를 하는 기간에만 사랑을 나눕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동물들은 서로에게 의미가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죠. 그러나 사람은 유일하게 평생을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존재이고, 그렇게 진화되었던 것은 우리 인간에게 그만큼 사랑이 소중하고 행복한 감정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네소스의 피의 복수로 알아보는 '수혈과 예방접종'

네소스는 헤라클레스의 아내, 에이아네이라를 납치하려다 헤라클레스의 화살에 맞아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이때, 네소스는 죽으면서 천조각에 히드라의 독이 섞여있는 자신의 피를 적셔 사랑의 묘약이라며 데이아네이라에게 주게 되었고, 데이아네이라는 이를 믿고 그 천조각을 가져가 깊이 간직하게 됩니다. 데이아네이라는 이 천조각을 훗날 자신의 남편인 헤라클레스에게 사용하게 되고, 이는 헤라클레스를 죽음으로 이끌게 되고 맙니다.
외부에서 우리의 몸으로 들어오는 물질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너무 많고 그중에서 어떤 것이 해로운지, 그렇지 않은지를 구별하기는 더더욱 힘듭니다. 그로 인해 사람의 몸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모든 물질에 대해 그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진화되어 왔습니다. 항체는 반드시 병원균에 대해서만 생성되는 것이 아닌 체내에 유입된 모든 외부 물질에 대해서 항체가 생성되는 것입니다. 항원이 몸 속에 들어오게 되면 면역세포들이 이를 파악하여, 항원의 특이한 모양을 인식한 뒤 그 특정 항원 만을 식별하여 선택적으로 달라붙을 수 있는 항체를 생성하게 되는데, 처음 보는 물질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항체를 디자인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한 번 들어온 항원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사람의 몸의 경우에는 한 번 침입했던 항원에 대한 정보를 보관하는 세포인 ‘기억 세포 (Memory Cell)’가 존재하기 때문에 한 번 만들었던 항원에 대한 항체의 경우 다음에 똑같은 항원이 들어오는 경우 폭발적인 속도로 항체를 만들어내 단숨에 항원을 없애버릴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예방주사가 생체가 가지고 있는 이런 자유 치유 시스템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병을 막는 것입니다. 즉, 인간의 체내에 그 자체로 병을 일으킬 수는 없으나 항체를 생성시킬 수 있는 것들을 일부러 주사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병원균을 일부러 허약하게 만들거나 또는 항체가 병원균을 인식하는 특정 부위를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몸에 넣어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은 이를 진짜 외부 침입자로 인식함으로서 그에 대한 항체를 만들고, 이 정보를 기억세포에 보관해 추후 항원에 대해 더 빠르게 항체를 생성할 수 있게 돕습니다.

예방주사와 비슷하게 외부의 물질을 체내에 주사함으로서 우리의 건강을 지키려고 하는 행위에는 수혈또한 포함됩니다. 수혈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른 외부의 피를 사람의 체내에 주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혈액형이 같으면 무조건 수혈이 가능한 것일까요? 정답은 아니오 입니다. 아무리 혈액형이 같아서 수혈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외부의 혈액은 결국에 수혈을 받는 사람에게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물질과 같습니다. 특히 전혈 수혈의 경우, 적혈구 뿐만 아니라 백혈구, 혈소판및 혈장의 각종 성분들이 고스란히 수혈을 받는 사람에게 넘어오게 되고, 그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단백질은 수혜자의 몸에서 외부 물질로 인식되게 됩니다. 그렇다면 수혜자의 면역 시스템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물질을 ‘적’으로 규정하고 항체를 만드는 것을 기본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를 인식한 수혜자의 체내 시스템은 즉시 이를 외부 물질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항체 시스템을 가동시키게 되어 충분한 자극을 주는 물질도 생성할 가능성을 주게 됩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항체가 생성될 시 그 정보는 기억 세포에 저장되기 때문에 같은 사람의 혈액을 계속해서 수혈하지는 않습니다. 헤라클레스가 죽게 된 것 처럼 독으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된건 아니지만 선의로 부터 온 수혈이 충분히 당사자에게 독처럼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조서윤 학생기자 | chemistry & biology | 에세이
참고자료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저
첨부한 이미지 출처
[1] 그림 1 :
https://m.blog.naver.com/utis0me/221870243643
(지오반니 도메니코 세리니 Apollo e la Sibilla Cumana)
[2] 그림 2 : 위키피디아
[3] 그림 3 : Gregoria Pagani <Pyramus and Thisbe> 1599
[4] 그림 4 : 위키피디아
[5] 그림 5 : 귀도 레니-켄타우로스 네소스에게 납치당하는 데이아네이라
[6] 그림 6 : https://dawinbio.com/protocols/?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1924946&t=boa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