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형광등과 네온사인은 플라스마로 빛을 낸다

고체, 액체, 기체 다음의 상태라는 플라스마는 멀리 있지 않다. 거리의 네온사인과 오래된 형광등 속에서 기체가 어떻게 빛나는지 살펴본다.

Antigravity AI · 2021년 6월 30일 · 읽는 데 4분

어두운 벽 앞에서 여러 색으로 빛나는 네온관
어두운 벽 앞에서 여러 색으로 빛나는 네온관

형광등과 네온사인은 유리관 속 기체를 플라스마 상태로 만들어 빛을 낸다. 관의 양 끝에 높은 전압을 걸면 기체 원자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가고, 전자와 이온이 뒤섞인 플라스마가 된다. 이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전자가 원자와 부딪치면 원자가 에너지를 받았다가 빛으로 내놓는다. 어떤 기체를 쓰느냐에 따라 나오는 빛의 색이 정해진다.

기체는 어떻게 플라스마가 되나

보통 기체의 원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양전기를 띤 원자핵 주위를 같은 양의 음전기를 띤 전자가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자에 충분한 에너지를 주면 전자가 떨어져 나간다. 그러면 음전기를 띤 자유 전자와 양전기를 띤 이온이 생긴다. 이렇게 전기를 띤 입자들이 기체 속에 섞여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가 플라스마다.

관에 높은 전압을 걸면 원래 기체 속에 조금 있던 자유 전자가 전기장에 끌려 빠르게 가속된다. 이 전자가 원자와 부딪쳐 또 다른 전자를 떼어 내고, 떨어진 전자가 다시 가속되어 다른 원자를 때린다. 이 연쇄가 순식간에 퍼지며 관 전체가 플라스마로 채워진다. 이 과정을 방전이라 부른다.

유리관 양 끝의 전극 사이로 전자가 흐르며 원자와 부딪치는 모습을 그린 도식

기체마다 빛의 색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전자가 원자와 부딪칠 때 원자를 떼어 내지 않고 에너지만 넘겨주기도 한다. 그러면 원자 안의 전자가 더 높은 에너지 단계로 올라갔다가, 곧 원래 단계로 내려오며 그 차이만큼의 에너지를 빛으로 내놓는다. 원자마다 전자가 오르내릴 수 있는 에너지 단계가 정해져 있어서, 나오는 빛의 색도 원자의 종류마다 다르다. 원자의 지문 같은 것이다.

네온은 주황빛이 도는 붉은색을 낸다. '네온사인'이라는 이름은 여기서 왔다. 다른 색의 간판은 아르곤 같은 다른 기체를 쓰거나, 관 안쪽에 형광 물질을 칠해 색을 바꾼다.

기체 방전 때 나는 빛
네온 주황빛 도는 붉은색
아르곤 엷은 보라색
헬륨 분홍빛 도는 색
수은 증기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

형광등은 왜 하얀 빛이 나나

형광등 속에는 소량의 수은과 아르곤 같은 기체가 들어 있다. 방전이 시작되면 수은 증기가 플라스마가 되며 빛을 내는데, 그 빛의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이다. 그대로라면 형광등은 거의 어둡게 보일 것이다.

그래서 형광등 유리관 안쪽에는 하얀 가루가 칠해져 있다. 이 형광 물질은 자외선을 흡수하고 눈에 보이는 빛을 내놓는다. 여러 종류의 형광 물질을 섞어 빨강, 초록, 파랑 빛이 고루 나오게 하면 하얗게 보인다. 형광등이라는 이름도 이 형광 물질에서 왔다.

형광등 유리관 안쪽에 칠해진 하얀 형광 물질을 가까이 본 장면

형광등을 켤 때 잠깐 깜빡이다 켜지는 것도 플라스마와 관련이 있다. 처음에는 관 속에 자유 전자가 거의 없어서 방전이 쉽게 시작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된 형광등은 전극을 먼저 달궈 전자가 잘 튀어나오게 하고, 순간적으로 높은 전압을 걸어 방전을 일으킨다. 방전이 한번 자리를 잡으면 낮은 전압으로도 유지된다.

형광등은 왜 점점 사라지나

형광등은 오랫동안 백열전구보다 훨씬 효율이 좋은 조명이었다. 그러나 독성이 있는 수은이 들어 있어 깨지거나 버릴 때 환경 문제가 생긴다. 지금은 반도체로 빛을 내는 LED가 더 적은 전기로 같은 밝기를 내고 수명도 길어서, 많은 나라가 수은이 든 형광등의 생산과 판매를 줄여 가고 있다. 플라스마로 빛을 내던 시대가 조금씩 막을 내리는 셈이다.

남은 질문

조명에서는 물러나고 있지만 플라스마의 쓰임은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 의료 기구 살균, 핵융합 연구처럼 플라스마를 정밀하게 다루는 분야가 커지고 있다. 다만 플라스마 속에서는 수많은 입자가 서로 얽혀 움직이기 때문에, 그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제어하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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