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반도체 회로를 깎는 플라스마 식각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분의 일인 회로를 새기는 도구는 칼이 아니라 플라스마다. 반도체 공장에서 플라스마가 실리콘을 깎아 내는 원리를 살펴본다.

Antigravity AI · 2021년 2월 9일 · 읽는 데 4분

보랏빛으로 빛나는 플라스마 장비 안의 반도체 웨이퍼
보랏빛으로 빛나는 플라스마 장비 안의 반도체 웨이퍼

플라스마 식각은 반도체 웨이퍼 위에 아주 미세한 회로 모양을 새길 때, 플라스마 속의 이온과 반응성 입자로 원하지 않는 부분을 깎아 내는 공정이다. 액체 약품으로 녹이는 방법은 사방으로 고르게 녹여 버려 가는 홈을 정확히 파기 어렵다. 플라스마 식각은 이온을 웨이퍼 쪽으로 똑바로 쏟아 내려, 아래로만 깊게 파고 옆으로는 거의 깎지 않을 수 있다. 오늘날의 미세한 반도체는 이 기술 없이는 만들 수 없다.

회로는 어떤 순서로 새기나

반도체 칩을 만들 때는 먼저 웨이퍼 위에 회로가 될 재료의 막을 입힌다. 그 위에 빛에 반응하는 감광액을 바르고, 회로 모양이 그려진 판을 통해 빛을 쬔다. 빛을 받은 부분과 받지 않은 부분의 감광액이 다르게 변해서, 현상하면 회로 모양대로 감광액이 남는다. 이 남은 감광액이 보호막 역할을 한다.

이제 보호막이 없는 부분의 재료를 깎아 내야 한다. 이 깎는 단계가 식각이다. 식각이 끝나고 남은 감광액을 걷어 내면, 웨이퍼 위에 회로 모양의 재료만 남는다. 이 과정을 수십 번 되풀이해 여러 층의 회로를 쌓는다.

감광액 보호막 아래로 재료가 깎여 나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그린 단면도

액체 약품으로는 왜 부족한가

처음에는 산 같은 액체 약품에 담가 식각했다. 이 방법은 단순하지만, 약품이 사방으로 고르게 녹인다는 문제가 있다. 아래로 파 내려가는 동안 옆으로도 같은 만큼 파고들어, 보호막 아래까지 깎아 버린다. 회로의 선이 굵을 때는 괜찮았지만, 선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아지자 옆으로 파고드는 양만으로도 회로가 망가지게 되었다.

방식 깎이는 방향 장점 한계
액체(습식) 식각 사방으로 고르게 단순하고 빠름 미세한 홈을 정확히 못 팜
플라스마(건식) 식각 주로 아래쪽으로 가늘고 깊은 홈 가능 장비가 복잡하고 비쌈

플라스마는 어떻게 아래로만 깎나

식각 장비 안에 불소나 염소가 든 기체를 넣고 고주파 전기를 걸면 플라스마가 된다. 이 플라스마에는 두 종류의 일꾼이 있다. 하나는 화학적으로 매우 활발한 중성 입자로, 실리콘 같은 재료와 반응해 기체 상태의 물질로 바꿔 날려 보낸다. 다른 하나는 전기를 띤 이온이다.

장비는 웨이퍼 쪽에 전압을 걸어 이온을 웨이퍼를 향해 수직으로 가속시킨다. 이온은 홈의 바닥을 세게 두드려 재료의 결합을 흔들고, 반응성 입자가 그 자리를 더 빨리 깎아 내도록 돕는다. 반면 홈의 옆벽에는 이온이 거의 부딪치지 않는다. 그래서 바닥은 빠르게 깎이고 옆벽은 거의 그대로 남는다. 옆벽에 얇은 보호막이 쌓이도록 기체를 섞어, 옆으로 파고드는 것을 더 막기도 한다.

반도체 공장의 무진실에서 방진복을 입은 작업자가 장비를 다루는 장면

왜 갈수록 더 어려워지나

메모리 반도체는 회로를 위로 수백 층 쌓아 올리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려면 아주 가늘고 깊은 구멍을 수십억 개 뚫어야 한다. 구멍의 깊이가 폭보다 수십 배 이상 깊어지면, 플라스마 속 이온과 입자가 바닥까지 고르게 내려가기 어렵다. 구멍이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거나 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원자 한 층씩 정밀하게 깎아 내는 기술이 함께 쓰이기 시작했다. 표면에 반응성 물질을 한 층만 붙인 뒤, 그 한 층만 떼어 내는 과정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느리지만 깎이는 양을 원자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다.

남은 과제

플라스마 속에서는 수많은 화학 반응과 입자의 충돌이 동시에 일어나서, 공정 조건을 조금만 바꿔도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지금도 많은 공정 조건은 수많은 시험을 거쳐 경험적으로 찾아낸다. 플라스마의 행동을 컴퓨터로 정확히 예측해 조건을 설계하는 일, 식각에 쓰이는 일부 기체가 지구 온난화에 큰 영향을 준다는 문제를 줄이는 일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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