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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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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의 변화, 그리고 겸허함의 과학.

9월 29 업데이트됨

플로지스톤 이론, 그리고 산소 이론
플로지스톤 이론

18세기 유럽은 연소에 관한 이론으로 플로지스톤(Phlogiston) 이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 영향력이 아직도 조금씩 전해져오는데요, 18학번 한과영 입시 문제로도 나와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플로지스톤 이론은 가연성이 있는 모든 물질에 플로지스톤이라는 입자가 들어있다는 이론으로, 당시 연소 현상에 대한 다양한 것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물질들이 연소 후에 가벼워지는 현상은 연소 시에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간다고 설명하고, 금속이 갖는 공통적인 성질-광택, 전성 및 연성 등-은 플로지스톤으로 인해 생기는 공통적인 성질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쥐와 촛불 실험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현재는 플로지스톤 이론은 폐기되었고, 사람들은 산소를 이용해 위 현상을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연소 과정에서 산소 기체가 날아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무게가 가벼워지고, 플로지스톤 이론으로 설명이 불명확했던 금속 연소 시의 질량 증가도 설명해내었습니다. 촛불은 산소가 모두 소모되어 탈 수 없었고, 마찬가지로 쥐도 산소가 없어 사망하였습니다. 식물은 산소를 계속해서 뱉어내기에 실험 결과가 그렇게 된 것이고요. 이처럼 라부아지에가 최초로 주장했던 산소이론은 몇 차례의 검증을 거쳐 가며 이전의 플로지스톤 이론이 설명한 대부분의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고, 플로지스톤 이론이 설명하지 못했던 것도 논리적인 해설이 가능했죠. 자연적으로 플로지스톤 이론이 산소이론에 의해 밀려난 것입니다.


그럼 어떤 과정에 따라 플로지스톤 이론이 점차 밀려나게 되었을까요? 자연철학자 프리스틀리는 흥미로운 실험 두 가지를 통해 라부아지에의 산소이론을 어시스트했습니다. 첫 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유리 용기 실험이고, 두 번째는 수은과 수은 재를 연소시키는 실험으로, 수은을 연소시킬 때와는 달리 수은 재를 연소시킨 경우 새로운 기체가 생성되었고, 프리스틀리는 이를 플로지스톤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공기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이는 기체와 공기가 같게 취급되었던 당시 상황에서는 당연한 해석이었습니다. 라부아지에는 이 결과를 받아들여, 자신의 실험 몇 가지와 함께 새로운 가설을 설명할 "산소"라는 새로운 물질을 도입하였습니다. 이것의 발전형이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산소이론의 모습이죠.

과학의 “패러다임”

과학사학자 토머스 쿤은 과학에서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였습니다. 토머스 쿤이 말하는 패러다임은, 특정한 집단이 지지하는 과학의 체제를 뜻합니다. 토머스 쿤은 하나의 패러다임이 지배적일 때, 과학은 정상 과학의 상태에 돌입하며, 이 지배적 패러다임의 영향 하에 발전을 하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자면, 현재는 미시세계를 설명하는 이론의 큰 토대가 양자역학으로 잡혀있고, 이를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 정상과학 시기에서는 정해진 틀에 따라 집중적인 연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존재합니다. 그러다, 일부 반례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 반례들은 초기에는 무시를 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점차 이 반례들이 기여하는 바가 커지게 되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여 이 반례들과 함께, 기존의 패러다임이 설명할 수 있는 문제 중 일부를 설명하게 됩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가 보어의 원자모형입니다. 보어는 정말 뜬금없이 양자역학의 개념을 도입했지만, 이로써 수소 원자 스펙트럼의 현상을 설명하며 양자역학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니까, 양자역학 자체는 충분한 근거가 없었지만, 수소 원자 스펙트럼이라는 난제를 해설할 수 있었고, 수년에 걸쳐 이를 뒷받침할 이론과 실험들이 계속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시간이 흐르며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자역학을 비롯해 드 브로이의 물질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등이 그런 예시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이렇게 하나의 패러다임이 매장되며 다른 패러다임이 지배적이게 되는 것은 마냥 좋은 현상만은 아닙니다. 만일 플로지스톤 이론이 폐기되지 않았다면, 여전히 이산화탄소 등 산소이론보다 더 잘 설명하는 것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지금보다 더 풍부한 과학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나의 예시로, 아직 쓰이는 뉴턴역학을 들 수 있습니다. 뉴턴역학은 이미 근사 된, 틀린 이론이라는 것이 주된 의견이고 양자역학이 실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뉴턴 역학,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은 각자 자신만의 분야에서 유의미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계 장치를 설계할 때 양자역학보다는 뉴턴역학을 더 좋아하고, 원자 모형을 이야기할 때는 뉴턴역학보다는 양자역학을 더 좋아합니다. 꼭 하나의 이론만을 정설로 남겨두지 않아도 되는 이유이지요.


이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볼 때, 라부아지에의 산소이론이 과학적으로 가지는 의미는 큽니다. 이론의 발견, 그 외의 것이 더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이는, 차곡차곡 지식을 축적해 나갔던 기존의 과학 발전 과정과는 달리, 라부아지에는 "혁명"이라고 표기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이론을 새로이 도입해 과학의 발전을 이끌어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패러다임이 여러 개 존재하는 경우 혁명적으로 하나의 패러다임 새로 지배적이게 되는 것 말고, 다른 케이스들도 많이 존재합니다. 크게 보자면 공존, 분화, 잡종의 탄생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겠죠.


르네상스의 과학 발전을 거쳐 가며, 유기화학자들은 분자라는 개념을 도입해 물의 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물의 구조를 밝혀내며, 물의 특징들과 물의 활용 등을 연구해내기 시작했죠. 하지만 모두가 이 유기화학자들에 동의한 것은 아닙니다. 당연하게도요. 유기화학자들 ‘멋대로’ 정의한 물의 분자식에 불만을 가진 일부 물리화학자들과 열화학자들은 자기만의 새로운 물 연구를 개척해나갔고, 이는 새로운 화학의 지평선을 열었습니다. 전기화학과 열화학 분야의 시초라고 볼 수도 있겠죠. 이런 경우가 바로 분화입니다. 하나의 경로를 타고 연구하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두 가지 패러다임으로 갈라지는 것을 말하죠.

빛의 이중성

이처럼 패러다임이 분화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공존과 잡종의 탄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빛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꽤 오랜 기간 사람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습니다. 근대에 이르러, 입자설과 파동설 두 가지로 의견이 많이 좁혀졌지만, 여전히 두 개 중 무엇이 맞느냐는 논쟁거리였습니다. 두 입장은 여러 실험을 하며 빛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켰습니다. 이것이 바로 공존입니다. 두 패러다임은 어느 하나가 우월해지지 않고 양립하며 각자만의 이론을 정립해나간 것이죠. 이 두 입장의 연구 실험 결과들은 아직도 정설로 유지되며 그 존재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 양립 중인 패러다임을 하나로 합쳐 현재의 빛 이론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 경우가 바로 잡종의 탄생!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겸허함의 과학.
프리스틀리
토머스 쿤

현재 과학의 영역을 원으로 생각해봅시다. 원의 테두리 부분이 모르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연구를 하면 할수록 알지 못하는 의문들이 더 많아집니다. 당연히 현재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맞는 것 같은 이론도 후에 폐기될 수 있고, 무시되었던 이론들도 수십 년 후 재조명될 수 있습니다. “겸허함의 과학”이라는 어휘를 사용한 과학자 프리스틀리는 아무리 자신이 과학을 잘한다 한들 그것이 어떤 경우에서든 부정될 수 있고, 자신이 모든 진리를 깨우친 것이 아니기에 항상 겸허한 자세로 과학에 임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궁극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겸허함의 과학“입니다. 저희는 이제까지 과학적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겉핥기로 알아보았습니다. 21세기 현대 과학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학의 패러다임들이 생기고, 사라져 왔습니다. 정설로 받아들여졌던 많은 이론들도 폐기된 것이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자신의 방향이 언제나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겸허한 생각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고민해보아야 할 주제라 생각됩니다.


또한, 토머스 쿤 이후 과학은 점차 사회적인 탐구 활동이 되어갔습니다. 더더 이상 과학자 개개인의 연구를 통해 발전시켜나가는 학문이 아닌, 과학자의 집단 그리고 대중이 믿는 패러다임 안에서 사람들이 협력하여 발전시켜나가는 인간적인 활동이 된 것입니다. 여러 학회도 활성화되었고, 인터넷을 이용해 2분 내로 조금 전 릴리즈 된 논문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21세기에 과학을 탐구하는 사람으로서, 단순히 과학에 대한 집중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나, 자신의 현재 과학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자료>

[1] EBS 특강: 장하석, 과학 철학을 만나다.


<이미지>

[1] 그림1-플로지스톤 이론

https://www.natureofchemistry.com/theories-and-paradigm-shifts.html

[2] 그림2-“광합성”파트에 있는 사진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bs4547&logNo=220740100802&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3] 그림3-양자역학(페이지 척번째에 있는 그림)

https://www.scienceall.com/%EC%96%91%EC%9E%90%EC%97%AD%ED%95%99%EC%9D%98-%EC%84%B1%EB%A6%BD/

[4] 그림4-빛의 이중성(페이지 마지막 그림)

http://www.inven.co.kr/mobile/board/powerbbs.php?come_idx=2097&my=chu&l=852041

[5] 그림5-프리스틀리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bs4547&logNo=220740100802&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6] 그림6-토머스 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604272132005


Chemi 학생기자 조찬우

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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