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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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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포밍: 행성 길들이기

생명이 이 땅에 모습을 드러낸 이래, 지구는 수십억 년에 걸쳐 생명이 살아가며 번성하고 발전할 수 있게 해 주며, 광활하고 공허한 우주 한켠에 자리잡은 요람이자 든든한 오아시스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무수한 사람들의 삶과 생명을 앗아 간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들,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과 이상 기후 현상, 그리고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대기 오염 앞에서 오늘날의 우리들은 행성 역사에서 처음 생겨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이 행성에서 우리가 더 이상 살지 못하는 날이 오면 어쩌지?’


수십억 년 동안 생명을 지탱해 주었던 지구의 미래에 대한 걱정은 수많은 창작물 속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인간에 의해 거주가 불가능해진 지구’와 이를 대체할 ‘거주 가능한 새 행성’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는 최근 온라인에서 개봉해 큰 화제를 끈 <미드나이트 스카이>와 세기의 명작 <인터스텔라>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게임과 소설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를 실제로 행동에 옮겨야만 하는 날이 찾아온다면 어떨까요?


플레이어가 직접 임무 사령관이 되어 화성을 개척하고 테라포밍해 나가는 게임 <Surviving Mars>. 세계적으로 약 200만 카피 이상 판매되며 테라포밍이라는 개념이 대중에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했다.

테라포밍: 선택지가 없다면 만들면 되지

지금부터 우리의 이해를 도와줄 작은 사고 실험을 계획해 보겠습니다. 먼 미래에 지구에서 장기간 생존하는 것이 어려워져, 다른 거주 가능한 행성으로 개척단을 보내 문명을 새롭게 시작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작에서부터 작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외계 행성들 중, 확실하게 인류가 거주할 수 있다고 밝혀진 곳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물론 그 범위를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곳으로 넓힌다면 확률적으로 수십, 수백만 개의 거주 가능 행성이 존재할 것이라는 게 많은 과학자들의 의견이지만, 한정된 자원과 기술만이 주어진 우리의 사고 실험에서 인류를 싣고 갈 수 있는 곳은 끽해봐야 태양계 내가 최대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바로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의 환경을 지구의 대기 조성, 온도, 생태계 등에 맞추어 개조해 인간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인, 테라포밍입니다. 지구와 가까운 타양계 내행성 중 하나를 테라포밍한다면 우리의 우주인들이 항해해야 하는 거리는 적게 잡아도 50만 배 이상 줄어들 것입니다.


그런데 테라포밍은 아직 너무 허무맹랑하고 터무니없는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현재 개발/논의 중인 기술을 이용해 미래에 실제로 테라포밍을 시도해볼만한 곳이 태양계에 존재합니다. 바로 지구의 이웃인 ‘붉은 행성,’ 화성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등에서 제시한 화성 테라포밍 계획. 480년에 걸쳐 4조 달러를 투자해 두 번째 지구를 만든다. 분명 적은 금액과 소요 시간은 아니지만, 무조건 허무맹랑한 공상이라고 매도하기도 힘들 것이다.

이제 실험 속 우주인들은 결국 화성을 테라포밍한 뒤 그곳을 새로운 모행성으로 삼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도대체 어떤 과학 원리와 기술을 이용해야 할까요?



1단계: 대기, 물, 그리고 기온

새로운 사회를 세우고 문명을 일구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식량을 생산하고 대기 조성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명이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기 상태를 적절하게 조정한 뒤, 물과 기온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핏 보기에 얼어붙고 건조해 보이기만 하는 화성에서 어떻게 공기와 물을 구하고 온도를 높일 수 있을까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크게 화성의 극관과 지하에 매장된 물을 이용하는 것과 우주에서 소행성을 끌어 오는 것,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산소와 물을 끌어오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외관과는 달리, 화성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전기분해하는 등의 방식으로 산소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전기 분해의 부산물로 발생하는 수소는 다시 유용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화성을 비롯해 태양계 내 천체들을 테라포밍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지구에서 농도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는 중인 이산화탄소입니다. 화성의 경우 양 극에 드라이아이스 형태로 얼어붙어 있는 이산화탄소가 존재하지만, NASA 지원을 받아 실행된 연구에 의하면 극관의 드라이아이스뿐 아니라 화성 내 광물과 암석에 포함된 탄소 성분 및 이산화탄소, 화성이 자체적인 대기에 가지고 있는 이산화탄소 등 화성이 지표 상에 가진 모든 이산화탄소 성분을 모아 채굴하더라도 지구에서의 이산화탄소 분압의 고작 7% 가량을 채우는 것에 그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경우 온실 효과로 화성의 기온을 올리는 데에도 문제가 생긴 뿐 아니라, 식물의 광합성 등에도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대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우리가 원하는 이산화탄소 성분이 풍부하며 그 외에도 질소나 물 등 테라포밍에 도움이 되는 성분들을 다량 포함하고 있는 혜성 등의 천체를 화성에 충돌하게끔 유도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구에 다량의 물을 가져다준 원천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것도 바로 혜성들인 만큼, 만약 미래에 다량의 혜성을 화성으로 유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대기와 물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온의 경우, 화성의 대기가 두꺼워지고 온실 가스의 분압이 상승하면, 자연스레 화성 표면에서 적외선의 형태로 반사되어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던 에너지의 상당량을 다시 화성에 가두어 둘 수 있게 되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 외에도 앞서 언급한 혜성 등을 충돌시킬 때에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거나 화성 부근 우주 궤도에 커다란 거울을 설치해 열에너지를 모으며, 대기 중에 온실 가스를 추가적으로 방출하는 등의 방법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자, 이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 준비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새로운 문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2단계: 생태계와 자원

너무나 당연하게도, 식량을 제공해주고 광합성을 통해 대시 조성 유지에 도움을 줄 생태 환경의 구축 없이 인간이 오랜 시간 동안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화성에 생태계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먼저, 식물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지구의 토양에 존재하는 것과 비슷한, 다양한 토양 미생물들을 공급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화성의 토양에는 철 성분과 과산화염산염 성분이 과도하게 존재하며, 식물이 자라기에는 척박한 편에 속하기에 단순한 소규모 식량 생산 수준이 아닌, 전 행성에 걸친 지구 생태계의 재현을 목표로 한다면 토양의 정화부터 비료 등 양분 공급과 종자의 수송, 그리고 생태계 관리까지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술과 계획이 확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모습을 나타낸 상상도. 식량 생산에 성공하더라도 추가적인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토양 정화가 필요할 것이다.

그 외에도 자원의 수급과 인프라의 건설 역시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주 엘리베이터 등, 행성 간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수송할 수 있는 수단이 미리 준비되지 않는 한, 상당량의 자원은 현지에서 조달해야만 할 것입니다. 따라서 현지의 자원 및 물질 분포를 충분히 파악한 후, 필요한 자원을 해당 원재료에서 얻어내기 위한 공정의 개발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건축물과 거주민 생활 양식의 경우 지구와는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화성을 비롯해 테라포밍의 대상으로종종 언급되는 금성 등의 행성의 경우, 자기장이 지구보다 훨씬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우주 방사선 역시 두꺼워진 대기가 흡수할 일부를 제외한다면 상당량이 그대로 행성 표면에 도달할 것이며, 방사선에 취약한 인간이 장시간 생활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이 추가적으로 방사선을 차폐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표면 중력 역시 화성의 경우 지구의 약 38%에 불과하는 등 지구와는 차이가 크므로, 지구 중력에 적응된 신체를 가진 거주민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체육 및 의료 시설의 구비 역시 필수적일 것입니다.


테라포밍: 장및빛 미래?

지금까지 미래에 인류가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상황을 가정해 사고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위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는, 테라포밍에 대한 어려움과 문제점 역시 무궁무진합니다.


먼저, 기술적인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혜성을 화성으로 유도하는 기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성분을 채굴해 내는 기술과 화성의 토양을 정화시키는 기술 등 테라포밍은 아직 논의 단계이거나, 구상에만 그치고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필요로 합니다. 그 외에도, 계획 단계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널리 알려진 ‘바이오스피어 2’ 실험이 있는데, 미국 애리조나 주 사막에 건설된 밀봉 상태의 건축물 내부에 전 지구의 축소판 생태계를 구현하려는 목적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이 계획은 출범한 지 수 년이 채 되지 않아 내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더니, 이윽고 산소의 농도마저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 대기 조성의 변화 문제 등으로 기존의 목표를 폐기해야만 했습니다. 계획 종료 직전에야 연구팀은 건축에 사용된 콘크리트 속 석회 성분이 이산화탄소를 지속적으로 흡수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바이오스피어 2’ 실험이 진행되었던 해당 구조물의 모습. ‘바이오스피어 1’인 지구와는 다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바이오스피어 2’라 명명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박물관 용도로 사용되는 중이다.

또한, 테라포밍 과정 중에 혹시라도 존재할 지 모를 해당 천체의 토착 생명체에 관한 문제 역시 생겨날 수 있습니다. 설령 그들이 지능을 갖춘 생명체가 아닌 미생물 등일지라도, 테라포밍을 통해 기존 생명체와 생태계를 싸그리 무시하며 인간과 지구의 기준에 맞추는 과정의 비윤리성, 그들에 대한 정보를 잃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 등은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50여 년 전 처음 제시된 이래 수많은 영화 제작자, 소설가, 그리고 게임 개발자들의 관심을 받아 오던 테라포밍은 최근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서서히 과학자들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아니면 그저 두 번째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테라포밍을 실제로 실행하게 되는 날이 찾아올까요?



 

김정호│Chemistry│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Wikipedia: Terraforming of Mars

[2] NASA: Mars Terraforming Not Possible Using Present-Day Technology

[3] Kurzgesagt: Mars Base / Geoengineering 및 해당 자료 참고문헌


첨부 이미지 출처

[1] 해미몬트 게임즈 (https://www.haemimontgames.com/)

[2] 미 항공우주국 (NASA) (https://www.nasa.gov/)

[3] 애리조나 대학교 (https://www.arizona.edu/)


첨부 동영상 출처

[1]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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