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펜 속 숨어있는 물리학
손가락의 전기를 훔쳐 가는 '정전식 터치'의 원리와, 건전지 없이도 필압을 감지하며 허공에서 커서를 띄우는 갤럭시 S펜의 마법 같은 '전자기 공명(EMR)' 기술을 해부한다.
편집부 · 2021년 9월 13일 · 읽는 데 4분
요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는 플라스틱 막대기(터치펜) 하나쯤은 다 달려있다. 과거 감압식(꾹 눌러야 인식하는) 시절에는 이쑤시개로 눌러도 화면이 반응했지만, 최신 스마트폰은 아무 플라스틱 막대기로 찌르면 절대 반응하지 않는다. 사람의 손가락이나 전용 펜으로만 부드럽게 화면을 넘길 수 있다. 심지어 갤럭시 노트의 'S펜'은 펜 안에 건전지도 안 들어있는데 펜의 버튼을 누르고 화면 근처 허공에만 띄워도 포인터가 나타나며 기막히게 반응한다. 도대체 이 얇은 유리판 아래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스마트폰이 손가락과 펜을 귀신같이 알아채는 걸까? 정전식 터치와 전자기 공명(EMR)이라는 우아한 전자기학의 마술을 뜯어보자.
내 손가락이 전기를 훔쳐 간다 (정전식 터치)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 화면 아래에는 미세한 구리선(전극)들이 바둑판처럼 촘촘하게 깔려있고, 그 위로 아주 약한 전기가 쫘악 깔려 흐르고 있다(전기장). 사람의 몸은 약 70%가 물과 전해질로 이루어진 훌륭한 '도체(전기가 통하는 물체)'다. 내 손가락이 화면에 살짝 닿는 순간, 화면에 흐르던 미세한 전기가 내 손가락 쪽으로 '찌릿' 하고 빨려 들어와 버린다(전하를 빼앗김). 스마트폰 칩은 바둑판 위에서 "어? x좌표 5번, y좌표 8번 위치에서 전기가 갑자기 줄어들었네?"라고 계산하여 그 부분을 '터치'했다고 인식한다. 이것이 '정전식 터치'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장갑이나 평범한 플라스틱 막대기로 찌르면 전기를 뺏어가지 못하니 화면이 절대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다이소 고무펜의 비밀
그렇다면 다이소에서 파는 1,000원짜리 고무 뭉툭한 터치펜은 어떻게 작동할까? 이 펜의 겉면이나 고무 안에는 전기가 통하는 전도성 섬유나 탄소 가루가 섞여 있다. 사람이 손으로 펜의 금속 기둥을 잡고 화면에 고무를 대면, 화면의 전기가 펜을 타고 내 몸(손)으로 쏙 빠져나가기 때문에 정전식 화면이 손가락이 닿은 것처럼 착각하고 터치를 인식하는 단순한 속임수다.
건전지 없이 허공을 찌르는 마법, S펜 (EMR 기술)
하지만 전문가용 태블릿이나 갤럭시의 'S펜'은 차원이 다른 물리학을 쓴다. S펜 안에는 아주 미세한 '구리 코일'이 감겨있지만, 배터리는 없다. 대신 스마트폰 화면 뒤쪽에 커다란 판때기(디지타이저)가 깔려있어 쉴 새 없이 '자기장(자석의 힘)'을 위로 퐁퐁 뿜어내고 있다. 펜이 화면 근처로 쑥 다가오면, 이 뿜어져 나온 자기장이 펜 내부의 코일을 때리며 펜 안에 찌릿하고 '순간적인 전기(전자기 유도)'를 만들어낸다!
펜이 다시 소리친다, 완벽한 필압 조절
전기를 얻어먹고 에너지가 충전된 펜 안의 코일은, 얻어맞은 에너지를 다시 자기장 신호(공명)로 뿜어내어 바닥의 화면으로 반사해(쏴) 버린다. 화면은 이 반사된 신호를 받아 "아, 펜이 허공 1cm 위에 있구나!" 하고 허공의 커서(호버링)를 띄운다. 더 놀라운 것은, 펜촉을 꾹 누르면 펜 안의 부품(축전기)이 눌리면서 쏴주는 신호의 주파수가 미세하게 변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은 이 신호의 미세한 변화를 읽고 붓글씨를 쓰듯 선의 굵기(필압)를 4,000단계로 쪼개어 소름 돋게 그려내는 것이다. ![화면에서 자기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빛나는 펜 내부의 작은 구리 코일을 보여준 다음 정확한 압력과 각도를 계산하기 위해 해당 에너지를 다시 화면으로 튕겨내는 EMR(전자기 공명) 펜의 미세 다이어그램](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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