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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얼룩효과가 디스플레이 생산 기술과 관련 있다고?


유리 위에 새겨진 동그란 반지 모양의 커피 얼룩. - 사진 제공 원병묵 교수

많은 사람들이 마시다 떨어뜨린 커피 한 방울이 마르면 고리 모양의 얼룩이 남는 것을 경험하여 본 적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번 쯤은 왜 커피 방울이 마르면서 가장자리에만 자국이 남는 것인지 의문을 가져본 사람들도 여럿 있을 것이다. 이런 커피 자국의 형태는 농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게 되는데, 국내 연구진이 이 속에서 특정한 규칙성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연구팀이 호기심에 3년 전 시작한 연구지만,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 기술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김진영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연구원과 원병묵 교수팀은 진한 커피와 연한 커피가 증발할 때 각각의 액체 내부에서 보이는 독특한 물질 이동 현상의 차이를 밝히고, 그 수학적 규칙성을 최초로 밝혀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응용물리레터스’ 10월 30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커피얼룩 효과’에 주목했다. 커피 얼룩 효과란, 커피를 마시다가 어딘가에 커피를 한 방울 흘렸을 때, 마르고 난 뒤 오직 가장자리에만 진한 얼룩자국이 생기는 현상이다. 언뜻 보면 별것 아닌 현상 같지만, 미국 시카고대학교 연구팀이 1997년 원인을 밝혔을 때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이 실릴 정도로 이상한 현상이다.


시카고대학교 팀은 커피 방울 가장자리의 액체(용매)가 다른 곳보다 빠르게 증발하고, 이 때문에 액체가 줄어든 가장자리로 커피 방울 내부의 물이 채워지면서 보이지 않는 물의 흐름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커피 속의 고체 물질은 이 흐름을 타고 커피 방울 가장자리로 빠르게 이동했다. 고체 물질이 마치 국경 탈출을 위해 달려가는 군중처럼 가장자리로 맹렬히 달려드는데, 결국 ‘국경(액체와 기체의 경계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쌓이는 것이 커피 얼룩의 정체로 밝혀졌다.


원 교수는 먼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를 구입하여 전자현미경과 레이저 산란법을 이용하여 커피 입자의 모양과 크기 분포를 각각 살펴보았다. 그림에서 보이는 것 처럼 커피 입자는 분쇄·추출·혼합·건조 공정에 따라 다양한 모양과 크기를 갖게 되고, 대부분은 마이크로미터에서 나노미터 크기의 아주 미세한 입자이다. 커피 입자는 뜨거운 물에 잘 녹는다. 완벽하게 녹지 않지만 대부분 물에 잘 녹거나 아주 미세한 나노입자는 물과 함께 여과지를 잘 통과한다. 이 때문에 커피 용액의 물성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김 연구원과 원 교수는 연한 커피만 연구한 기존 커피얼룩 효과 연구를 확장하여, 무게를 기준으로 커피 농도가 0.1%일 때부터 60%일 때까지 다양한 농도의 커피 방울 속 입자의 움직임을 비교했다. 이 기준(무게 기준)으로 우리가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의 농도는 1%이고, 진한 커피의 대명사 에스프레소는 10% 정도가 된다.


커피 농도에 따른 얼룩 형성 패턴 변화. 오른쪽으로 갈수록 커피얼룩효과가 사라진다. - 사진 제공 원병묵 교수

연구 결과, 아메리카노 정도의 연한 커피의 농도 까지는 기존 연구에서처럼 액체의 흐름이 고체 입자를 실어 날라 커피얼룩 효과를 냈다. 하지만 농도가 5%를 넘어가자 커피얼룩 효과가 줄어들어 가장자리에만 얼룩이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쌓였고, 에스프레소 농도 정도가 되자 커피얼룩 효과가 사라졌다. 연구팀은 커피의 증발 속도와 형태, 액체 및 입자의 움직임, 온도 등을 연구한 결과, 진한 커피일수록 증발이 느려지며 그 속도 비율은 남은 물의 양의 제곱근에 정확히 비례한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김 연구원은 “복잡한 현상에 숨은 단순한 규칙성을 발견하고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커피 얼룩효과는 그저 재미있는 현상에 머물지 않는다. 커피 얼룩 효과를 처음 보고한 1997년 과학저널 <네이처> 논문은 지금까지 4527회나 인용되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연구 업적의 대표 논문이 약 4500여 회 인용된 것을 보면 커피 얼룩 논문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논문이 규명한 현상에는 중요한 현대 과학의 난제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전자소자는 진공에서 원자를 쌓는 증착 기술로 제작한다. 하지만, 제품의 규모가 큰 디스플레이 소자의 경우에는 제작 비용을 낮추기 위해 진공이 필요 없는 잉크젯 인쇄법으로 제작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그런데 잉크 방울이 마르면서 고르지 못한 얼룩이 생기게 된다. 커피얼룩효과와 동일한 이유에서다. 잉크 얼룩이 생기면 소자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아무리 잉크 성능이 좋아도 소자를 만들 수 없어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고 말게 된다. 과학자들은 그 해답을 찾는 중이다.


원 교수는 “대형 디스플레이의 소자를 만드는 패터닝 (반도체 칩 내에 집적회로의 구현은 패턴으로 이루어지는데, 박막(thin film)을 반복적으로 식각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것을 패터닝 이라고 한다.) 작업에 쓰기 위해 개발 중인 산업용 나노 잉크는 20가지 이상 첨가물이 들어가는 짙은 농도의 액체”라고 하며 “아 나노 잉크로 인해 발생하는 커피얼룩 효과는 인쇄 품질을 떨어뜨리는 골칫거리인데, 이 연구를 통해 이런 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 기술과도 관련이 있어 후속 연구가 기대된다.


출처 :

[1]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4774

[2]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65545.html

[3] http://www.samsungsdi.co.kr/column/technology/detail/13.html?pageIndex=1&idx=13&brdCode=001&listType=list&searchKeyword=

[4] R. D. Deegan, et al. Nature 389, 827-829 (1997).

[5] B. M. Weon and J. H. Je, Phys. Rev. E 82, 015305 (2010).

[6] J. Y. Kim and B. M. Weon, Appl. Phys. Lett. (출판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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