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축구의 물리학

호베르투 카를로스의 UFO 슛과 메시의 바나나킥이 수비수 벽을 빙 돌아서 골대에 꽂히는 공기 역학적 원리인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를 해부한다.

편집부 · 2024년 7월 8일 · 읽는 데 4분

공기 역학, 빛나는 축구 공이 공중에서 격렬하게 회전하며 수비수 벽을 지나 자성으로 구부러지는 빛나는 구부러진 공기 압력의 흔적을 남기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스포츠 물리학 그림
공기 역학, 빛나는 축구 공이 공중에서 격렬하게 회전하며 수비수 벽을 지나 자성으로 구부러지는 빛나는 구부러진 공기 압력의 흔적을 남기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스포츠 물리학 그림

1997년 프랑스 프레월드컵, 브라질의 수비수 호베르투 카를로스는 축구 역사상 가장 기괴하고 물리 법칙을 무시한 프리킥을 날렸다. 35미터 밖에서 발등 바깥쪽으로 후려친 공은 골대를 한참 벗어나 볼보이 쪽으로 날아가나 싶더니, 갑자기 공중에서 기형적으로 방향을 확 틀며(UFO 슛)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는 공이 꺾이는 궤적을 멍하니 쳐다보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사람들은 마법이라고 불렀지만, 물리학자들에게 이 골은 '유체 역학'이 빚어낸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었다. 공기라는 보이지 않는 바다를 가르며 회전하는 공이 어떻게 스스로 궤적을 비틀어 꺾이는지, 둥근 축구공에 숨겨진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를 뜯어보자.

회전이 만들어내는 마법, 마그누스 효과

선수가 공의 중심을 비껴 차서 공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아가면, 공 주변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공기 흐름)'에 기괴한 불균형이 생긴다. 공이 오른쪽으로 돌며 앞으로 날아간다고 치자. 공의 오른쪽 면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과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회전하기 때문에, 공기가 꽉꽉 뭉치고 속도가 느려지며 '압력(고기압)'이 높아진다. 반대로 공의 왼쪽 면은 바람이 흘러가는 방향을 따라 팽그르르 미끄러지듯 도니까, 공기 흐름이 슝~ 하고 빨라지면서 '압력(저기압)'이 낮아진다(베르누이의 정리).

저기압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축구공

자연계의 모든 물체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밀려가는 본능이 있다. 공의 오른쪽은 압력이 빵빵하게 높고, 왼쪽은 압력이 낮아 텅텅 비어 있으니, 공은 날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왼쪽(저기압) 방향으로 쑤욱~ 하고 강하게 밀려나게 된다. 회전이 빠를수록 이 압력 차이가 커져서 공이 더 극적으로 휘어진다. 이것이 바로 투수의 커브볼, 메시의 바나나킥, 탁구의 드라이브를 만들어내는 '마그누스 효과'다. 왼쪽에는 회전하지 않는 축구 공이 골키퍼의 손으로 직접 지루한 직선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오른쪽에는 거세게 회전하는 공이 주변 공기를 휘게 하여 마법처럼 네트의 위쪽 모서리로 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

왜 끝부분에서 갑자기 확 꺾일까? (항력 위기)

카를로스의 UFO 슛이 미친 이유는 처음부터 휘지 않고 직선으로 가다가 골대 앞에서 갑자기 90도로 꺾였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공기 저항(항력)'의 비밀이 숨어있다. 카를로스가 찬 공은 초속 38m(시속 137km)의 미친 속도로 날아갔다. 공이 너무 빠르면 주변 공기가 부드럽게 감싸지 못하고 엉망진창으로 부서지는 '난류(Turbulence)' 상태가 된다. 이 난류 껍질은 마그누스 효과(휘어지는 힘)를 씹어먹고 공을 그냥 직진시켜 버린다.

속도가 줄어드는 찰나, 마그누스 이빨을 드러내다

직선으로 맹렬하게 날아가던 공이 공기 저항을 받아 속도가 초속 30m 이하로 뚝 떨어지는 순간, 엉망이던 공기 흐름이 다시 공 표면을 예쁘게 감싸고 도는 '층류' 상태로 바뀐다. 이 순간 죽어있던 '마그누스 효과(휘어지는 압력 차이)'가 갑자기 부활하면서 공을 팍! 하고 옆으로 거칠게 밀어버린다. 직진으로 날아가던 공이 골대 바로 앞에서 갑자기 기괴하게 휘어져 버리는 치명적인 커브 궤적이 완성된 것이다. 회전하는 공이 한쪽은 붉은 고압 공기를 잡고 다른 쪽은 파란색 저압 공기를 잡아 공이 옆으로 밀려 거대한 굴곡을 이루는 것을 보여주는 '마그누스 효과'의 미세한 다이어그램

남은 과제

축구공 표면이 너무 매끄러우면 공기가 표면을 타고 흐르지 못하고 바로 떨어져 나가 뚝 떨어지는 무회전 슛(너클볼)이 되어버린다. 2010년 자블라니가 골키퍼들의 재앙이었던 이유다. 스포츠 브랜드들은 슛의 궤적을 쫀득하게 제어하기 위해 공 표면에 골프공처럼 미세한 돌기와 패턴을 설계하는 극한의 유체 역학 전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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