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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체의 불시착 : 양자컴퓨터에도 초전도현상이 쓰인다고?

2020년 9월 18일 업데이트됨

현대 컴퓨터에서 양자컴퓨터까지, 그리고 초전도큐빗 양자컴퓨터에 관하여


현재 우리들의 컴퓨터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먼저 반도체라고 불리는 트랜지스터가 있고, 트랜지스터는 논리연산자(logic gate; AND, OR, XOR, NAND)을 이루며, 이 논리회로를 모아서 단위회로를 만들고, 또다시 이 회로들은 연산장치(arithmetic unit)를 이룬다. 나아가 연산장치와 제어장치(control unit)를 합쳐서 중앙처리장치, CPU가 되며 여기에 메인메모리를 합치면 컴퓨터가 완성된다. 여기서 현대 컴퓨터까지 다루기에는 너무나도 긴 여정이 되므로 컴퓨터나 컴퓨터의 역사 혹은 컴퓨터와 관련된 공학자나 과학자 등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 싶으면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야밤의 공대생 만화’(http://bitly.kr/xfLQF9YBg)를 참조하자. 참고로 여기서 컴퓨터는 물론이고 과학과 공학에 관련된 꽤 심도있는 이야기를 만화로 가볍고 재미있게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 전기소자가 갈수록 소형화되면서 양자역학적 현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양자컴퓨터이다. 이 기사에서는 양자컴퓨터가 왜 필요한지, 양자컴퓨터는 과연 무엇인지, 자기부상열차 등을 통해서 유명해진 초전도체가 왜 양자컴퓨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 본 기사에서는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 양자중첩(quantum entanglement) 등 본 기사 내에서 일부 설명되지 않은 기초적인 양자역학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양자역학에 대해 접해보신 적이 없는 경우 2019년 겨울호에 실린 “양자도약을 예측하다! - 양자역학의 입문과 현재까지”라는 기사를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양자터널링 현상과 현대 컴퓨터의 문제: 양자컴퓨터가 필요한 이유

현대 컴퓨터에 문제를 알아보려면 먼저 양자역학적 현상 중 하나인 양자터널링(quantum tunneling) 현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양자터널링은 경우 내용은 간단하다. 작고 가벼운 입자가 벽을 마치 터널을 지나가듯 ‘통과’한다는 이야기이다. 이게 말도 안되는 소리일까. 자세히 살펴보자. 아래 사진은 서울 광화문광장에 경찰측에서 설치한 차벽이다. 만약 경찰과 대치 중인 시위대가 경찰이 시위대의 불법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설치한 차벽에 몸을 들이박는다고 생각해보자. 결과는 어떻게 될까?

시위대의 불법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경찰 차벽

당연히 시위대의 몸만 아프고 튕겨 나올 것이다. 자명하게도 시위대는 차벽을 마치 유령처럼 뚫고 지나갈 수 없다. 만약 시위대가 경찰 차벽을 넘어가려면 장대높이뛰기처럼 장대를 사용하든, 사다리 사용하든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 경찰 차벽 이상의 중력 퍼텐셜 에너지를 얻은 후 넘어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고전역학의 결론이며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물론 시위대가 경찰차벽을 넘어가려면 수억번, 수조번 이상 도전해야된다. 애석하게도 이것도 부족할 수도 있다.) 고전역학은 입자는 입자이고, 파동은 그저 매질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지만, 양자역학의 관점에서는 무엇이든지 입자성과 파동성을 모두 가진다. 전자도, 광자도, 그리고 우리 몸에 있는 적혈구도, 심지어 우리 몸까지 입자성과 파동성을 둘 다 지니고 있다. 이러한 우리는 파동함수를 통해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데 간단하게 1차원에 대해서만 다루어보겠다. 가장 먼저 1차원상에서 시간에 무관한 슈뢰딩거 파동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1차원상에서의 시간에 무관한 슈뢰딩거 파동방정식

한 번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을 적용해보자. 아래와 같이 1차원상에서의 무한 포텐셜 우물을 생각하자.

1차원상에서의 무한 퍼텐셜 우물, 일명 상자 속 입자

이제 위에 나와 있는 1차원상에서의 시간에 무관한 슈뢰딩거 파동방정식에 위의 무한 퍼텐셜 우물에 갇힌 입자를 대입하여 풀어보자. 여기서 양자역학에서는 파동함수를 곧 확률밀도함수로 해석하고 이의 크기의 제곱이 곧 그 상태에 있을 확률을 의미하는데, 슈뢰딩거 파동방정식을 풀면 다음과 같은 파동함수를 얻을 수 있다.

무한 퍼텐셜 우물에서의 파동함수

아래는 각 에너지 준위에 따른 위의 파동함수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에너지 준위에 따른 무한 퍼텐셜 우물에서의 파동함수 그래프

이 경우에서는 퍼텐셜이 장벽이 무한하기에 전자가 투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퍼텐셜 장벽이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다면 어떨까?

유한 퍼텐셜 장벽

입자가 가진 에너지가 퍼텐셜 장벽보다 낮은 경우(큰 경우는 당연히 넘을 수 있기에 굳이 살펴볼 필요성은 없다.) 투과확률을 투과한 입자수를 입사한 입자수로 나눈 값이라고 정의할 때, 이 경우 투과확률을 파동방정식을 이용해서 구하면 근사적으로 다음과 같다.

유한 퍼텐셜 우물의 투과확률

이는 슈뢰딩거 파동방정식이 퍼텐셜 경계에 가지는 경계조건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위 식에서 볼 수 있듯이 질량이 클수록, 퍼텐셜 장벽의 크기가 낮을수록, 입자가 가진 에너지가 클수록, 퍼텐셜 장벽의 두께가 얇을수록 투과되는 전자수가 증가한다. 이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양자터널링 현상 시뮬레이션: 그려진 함수는 파동함수를 의미한다.

아래의 사진은 실험결과를 보여준다.

전자를 이용한 양자터널링 실험결과

여기서 입자는 마치 전자기파와 같이 행동한다. 빛이 유리에 입사하면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투과하듯이 전자기파가 벽에 입사하면 일부는 반사하고 일부는 투과하는데 전자기파가 벽을 투과하는 정도는 벽의 재질이나 전자기파의 진동수에 따라서 달라진다. (물론 이 경우는 일부 광자는 원자에 흡수되기도 한다.) 전자도 마찬가지이다. 전자는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자신이 지닌 운동에너지보다 높은 퍼텐셜 장벽을 만나면 일부는 반사하고 일부는 투과할 수 있다. 이는 전자뿐만 아니라 위에서 말했듯이 모든 것에 해당된다. 예로 알파입자(alpha particle)에 대해서 살펴보자. 알파입자는 바로 원자번호 2번, 헬륨(He)의 원자핵을 의미하는데 우라늄(U)과 같이 원자량이 큰 불안정한 원자가 알파입자를 내놓고 안정상태가 되는 것을 알파붕괴(alpha decay)라고 한다. 하지만 시위대가 차벽을 뚫고 넘어갈 수 없었듯, 고전역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는 불가능하다. 원자핵 안의 알파입자는 핵력에 의해 강력히 구속되어 있는데 입자의 역학적 에너지는 핵력에 의한 퍼텐셜 에너지보다 작다. 따라서 고전역학에서는 이 입자가 퍼텐셜 장벽 밖으로 방출되는 알파붕괴를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양자터널효과를 통해서 알파붕괴는 실제로 가능하다. 단, 알파입자는 꽤 무게가 있는 편이라 장벽에 10의 38제곱 이상 충돌한 후 밖으로 방출되면 해당 원자핵은 알파붕괴에 성공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 중 하나는 바로 중력 퍼텐셜만이 아니라 전기 퍼텐셜 장벽, 핵력 퍼텐셜 장벽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양자터널링 현상과 현대 컴퓨터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모두가 아는 것처럼 (물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커지고 있지만) 반도체는 갈수록 소형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한 실리콘 칩당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서인데, 여기서 한 칩당의 소자의 수를 ‘집적도’라고 한다. 소자는 트랜지스터나 다이오드, 저항 등을 의미한다. 집적도를 높을수록 소형 반도체에서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기에 좋지만, 문제는 바로 위에 다루었던 현상, 양자터널링이 발생한다.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으니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도록 하자. 컴퓨터의 핵심 중 하나는 바로 Willian Schockley(1910~1989), John Bardeen(1908~1991), Walter Brattain(1902~1987)이 공동 발명한 트랜지스터(transistor)인데 트랜지스터는 전자 신호를 증폭하거나 스위칭하는데 쓰이는 전자소자이다. 여기서 ‘스위칭(switching)’의 의미는 바로 “전류를 흐름을 통제한다”라는 의미이고, 좀 더 바꾸어 설명하자면 “전자가 지나가거나 못 지나가게 한다”라는 의미이다. 먼저 트랜지스터의 구조를 살펴보자.

PNP 트랜지스터와 NPN 트랜지스터의 기호와 구조

일단 NPN 트랜지스터부터 보면 베이스(B)에 전류가 흐르지 않으면 이미터(E)에서 콜렉터(C)로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의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P형 반도체는 전자 운반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양공’이 많다. 하지만 N형 반도체는 전자가 ‘과잉’되어있는 상태이다. 즉, 전류가 흐르지 않으면 전자는 쌓이게 되고 그러면 전기 퍼텐셜 에너지로 인해 전자가 흐르지 못한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서 아래와 같이 논리연산자인 AND, OR, XOR, NAND를 트랜지스터를 가지고 만들 수 있다.

트랜지스터로 만든 논리연산자

이러한 논리연산자가 컴퓨터의 기본인데 만약 트랜지스터를 계속 소형화하다보면 트랜지스터 스위칭역할을 잘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뜻은 회로 집적화에 한계가 있다는 뜻과 동치이다. 현재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의 크기는 분자정도의 크기로 무려 1 nm의 크기이다. 다행히도 아직 한계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더 작아진다는 뜻은 트랜지스터에서 전자가 지나다니는 것을 막는 전기 퍼텐셜 장벽이 얇아진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위의 투과확률 식에 대입하면 투과되는 전자의 수가 증가한다는 것과 같다. 이는 양자터널링 현상이 발견된 후부터 이미 많은 과학자가 경고했고 많은 물리학자들이 2020년대 후반 ~ 2030년대 후반에 집적도가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다들 새로운 컴퓨터인 ‘양자컴퓨터’를 고안해내기 시작하였다. 추가적으로 위에서도 말했듯이 IBM은 1 nm의 크기의 트랜지스터를 만들고 삼성전자는 3 nm 공정이 가능해진만큼 집적도를 어마어마하게 높아졌음에도 다행히 양자터널링 현상으로 인하여 스위칭 작용이 안되는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양자컴퓨터와 큐빗(Qubit)

이제 양자컴퓨터가 필요한 이유를 알아보았으니 양자컴퓨터가 무엇인지 알아볼 차례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BM 싱크 2018 콘퍼런스에 전시된 ‘50큐빗’ 양자컴퓨터 모형

많은 사람들이 양자컴퓨터를 접하기 전에는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에 약간의 첨가를 하여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물론 어느정도 비슷한 면도 있고 둘의 본질적인 목적은 ‘빠른 계산’ 및 ‘전산처리능력’으로 같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둘은 기본부터 다르다. 비유를 하자면 만약 컴퓨터가 양초라면 양자컴퓨터는 전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양초와 전구는 주변을 밝히기 위함이라는 목적은 같아도 근본적인 기술부터가 다르듯 컴퓨터와 양자컴퓨터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컴퓨터부터 살펴보자. 컴퓨터는 흔히 알고 있듯이 0과 1로 구성되어 있으며 0과 1, 이 하나를 비트(bit)라고 한다. 이렇게 2진수로 컴퓨터는 정수와 실수뿐만 아니라 문자도 나타낸다. 흔히 (매우 느리기도 유명한) 코딩언어로 전세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파이썬(Python)과 같은 경우 64-bit floating point representation을 통해 실수(float)를 나타낸다. 즉, 하나의 실수를 나타내는데 64개의 비트가 쓰인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로 인해 파이썬과 같은 0.1+0.2이 0.3과 같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아무튼, 컴퓨터는 0과 1, bit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트는 철(Fe) 원자와 같은 원자 여러 개의 스핀방향으로 저장해놓는다. 그리고 현재는 1-bit를 저장하려면 원자 겨우(?) 100만개이면 충분하다. 추가적으로 아래 사진은 2012년 IBM에서 12개의 철 원자로 만든 기억장치를 주사 터널링 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e)로 찍은 이미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