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질병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다 rna 간섭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 공장을 아예 멈춰버리는 기적의 유전자 스위치 끄기 기술, 'RNA 간섭(RNAi)'의 원리와 유전자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설명한다.

편집부 · 2024년 7월 24일 · 읽는 데 4분

RNA 간섭, 나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빛나는 빨간색 mRNA 가닥을 작은 빛나는 조각으로 자르는 빛나는 가위(RISC 복합체) 쌍을 보여주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분자 생물학 다이어그램
RNA 간섭, 나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빛나는 빨간색 mRNA 가닥을 작은 빛나는 조각으로 자르는 빛나는 가위(RISC 복합체) 쌍을 보여주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분자 생물학 다이어그램

인류를 괴롭히는 암, 알츠하이머, 유전병 등 대부분의 난치병은 몸속에서 '비정상적인 쓰레기 단백질'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발생한다. 기존의 약들은 이미 공장에서 찍혀 나온 이 쓰레기 단백질들에 달라붙어 기능을 마비시키는 땜질식 처방이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약 기운이 떨어지면 단백질은 다시 몸을 망가뜨렸다. 그런데 1998년, 선충(벌레)을 연구하던 두 과학자(파이어와 멜로)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는 마법을 발견했다. "이미 만들어진 단백질을 막을 게 아니라, 애초에 그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 자체를 세포 안에서 찢어버려서 공장을 셧다운 시키면 되잖아?" 노벨상을 휩쓸며 유전자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궁극의 스위치 끄기 기술, 'RNA 간섭(RNA interference, RNAi)'의 기적을 들여다보자.

단백질 공장의 우편 배달부, mRNA

세포 중심에 있는 핵 속에는 생명의 원본 설계도인 'DNA'가 깊숙이 금고처럼 보관되어 있다. DNA는 너무 중요해서 핵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그래서 세포는 DNA의 특정 유전자 부분만 팩스로 복사해서 밖으로 내보내는데, 이 복사본이 바로 'mRNA(전령 RNA)'다. 핵 밖으로 나온 mRNA가 단백질 공장(리보솜)에 도착하면, 공장은 그 복사본의 글자를 읽고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뚝딱뚝딱 찍어내기 시작한다. 즉, 암세포가 활동한다는 것은 이 악당 우편 배달부(mRNA)가 쉴 새 없이 돌아다닌다는 뜻이다.

설계도를 찢어버리는 암살자, siRNA

RNA 간섭은 바로 이 우편 배달부(mRNA)가 공장에 도착하기 전에 길거리에서 낚아채어 찢어 죽이는 기술이다. 과학자들은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mRNA와 거울처럼 완벽하게 반대로 생겨서 찰싹 달라붙을 수 있는 인공 짧은 RNA(siRNA)를 만들어 환자의 몸에 찔러 넣는다. 핏속을 돌아다니던 이 인공 siRNA는 세포 안으로 뚫고 들어가, 질병의 원인인 '악당 mRNA'를 귀신같이 찾아내어 척! 하고 결합해 버린다(이중 가닥 형성). 왼쪽에는 거대한 완성된 나쁜 단백질을 절실히 차단하려는 전통적인 약물 분자를, 오른쪽에는 단백질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청사진을 파괴하는 빛나는 'siRNA' 스마트 분자를 보여주는 분할 화면

세포의 방어 시스템을 해킹하다(RISC)

세포는 멍청하지 않다. 원래 세포 안에는 한 줄짜리 RNA(mRNA)만 돌아다녀야 정상인데, 갑자기 두 줄짜리 RNA(siRNA가 결합한 덩어리)가 나타나면 세포의 보안경비대(RISC 복합체)는 이것을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라고 인식하여 비상벨을 울린다. 경비대는 가위(효소)를 들고 달려와 이 두 줄짜리 덩어리를 완전히 갈기갈기 찢어발겨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린다. 결국 악당 단백질을 만들라는 설계도(mRNA)가 공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공중분해 되었으니, 암 단백질이나 유전병 단백질은 영원히 생산(발현)되지 못하고 완벽하게 스위치가 꺼져버린다(유전자 침묵, Gene Silencing).

모든 질병의 스위치를 골라서 끈다

이 기술이 미친 이유는 '범용성'이다. 악당 단백질의 유전자 암호만 알 수 있다면, 그 암호에 딱 맞는 저격수(siRNA)를 컴퓨터로 디자인해서 합성하기만 하면 된다.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콜레스테롤 합성 유전자를 끄고, 신경이 굳어가면 신경 파괴 유전자를 꺼버리는 식이다. 부작용이 심한 독한 항암제 대신, 근본적인 설계도를 지워버리는 꿈의 약(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이 탄생한 것이다. 빨간색 나쁜 조리법을 든 메신저(mRNA)와 복도에서 조리법을 가로채 태워버리는 작은 빛나는 파란색 경비원(siRNA)을 보여주는 세포의 DNA 라이브러리 컨셉 아트

남은 과제

이 인공 RNA(siRNA)는 핏속에 들어가자마자 인간의 분해 효소들에게 뜯어 먹혀 몇 분 만에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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