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다, RNA 간섭

2019년 10월 28일 업데이트됨

인류의 역사는 가히 질병과의 끝없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무방합니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부터 인류는 수많은 질병들을 겪었고, 또 이겨냈죠. 하지만 아직까지도 인류는 암, 루게릭병, 알츠하이머 등 많은 질병들에 대한 확실한 치료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질병들 중 대다수가 유전자에 의해 발병한다는 것입니다. 즉,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지는 유전자에 의해 미래의 건강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이를 다르게 생각해봅시다. 만약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시킨다면, 다시 말해 유전자를 침묵(silencing)시킨다면 병에 걸리는 것 자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막연한 상상을 현실로 끌어들인 기술이 바로 “RNA 간섭‘입니다.


RNA 간섭 발견, 그 이전의 이야기

RNA 간섭이라니. 사람도 아닌 RNA가 도대체 무슨 간섭을 한다는 것일까요?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배경 지식이 필요합니다. 1953년 왓슨과 크릭에 의해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규명된 이후 많은 과학자들은 DNA 내의 유전 정보가 생체 내에서 어떻게 전달되는지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DNA에서 DNA로 정보가 전달되는 ‘복제(replication)’, DNA에서 mRNA로 정보가 전달되는 ‘전사(transcription)’, 그리고 mRNA에서 단백질로 정보가 전달되는 ‘번역(translation)’ 세 단계로 이루어지는 분자생물학의 중심 원리(Central Dogma)를 알아내게 됩니다.


중심 원리

여기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만약 mRNA와 상보적인 서열의 RNA, 즉 안티센스 RNA 단일가닥을 주입한다면 mRNA와 결합해 이중가닥을 만들 것이고 이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입니다. 과학자들도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안티센스 RNA의 유전자 발현 억제 효과는 예상과는 달리 미미했으며 유전자 발현이 억제되는 자세한 기작 또한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RNA 간섭 현상을 발견하다

그러던 1995년, 구오(Guo)와 켐프휴즈(Kemphues)는 mRNA와 동일한 염기서열을 가지는 센스 RNA를 주입해도 안티센스 RNA를 주입한 것과 같이 유전자 발현 억제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결과에 과학자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미국 카네기연구소의 앤드루 파이어와 메사추세츠대의 크레이그 멜로는 이러한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하나의 실험을 설계합니다. 그들은 예쁜꼬마선충의 unc-22라는 근섬유 단백질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아서 안티센스 RNA, 센스 RNA, 그리고 안티센스와 센스가 결합된 겹가닥 RNA를 주입한 후 선충의 경련 정도를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실로 놀라웠습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센스 RNA나 안티센스 RNA를 주입한 경우에는 미미한 효과밖에 없었으며 관측 가능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양의 RNA 주입이 필요했습니다. 반면에, 겹가닥 RNA를 주입한 경우 센스 RNA나 안티센스 RNA의 10배 정도의 효과가 나타났으며 최대 100%까지 억제가 일어났습니다. 또한, unc-22 유전자 외에 fem-1과 hlh-1 같은 다른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였을 때에도 이중나선 RNA는 효과적으로 유전자를 억제했습니다.. 파이어와 멜로 연구팀은 이 현상이 기존의 유전자 발현 억제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판단하고 RNA 간섭이라고 이름붙입니다.


RNA 간섭 현상의 원리와 의미

대체 RNA 간섭은 어떠한 원리로 작용하는 것일까요? 다음 그림과 함께 설명해보겠습니다.

RNA 간섭 과정

먼저, 겹가닥 RNA가 세포 내로 들어오면, 핵산내부분해효소(Dicer)를 중심으로 구성된 단백질복합체가 겹가닥 RNA를 21~25 염기쌍 길이의 RNA 파편으로 분해합니다. 이때, 잘려진 파편들을 small interfering RNA(siRNA)라고 합니다. 곧이어, 세포내 RNA유도억압체(RISC)가 조각난 siRNA만을 특이하게 인지하고 결합합니다. 그 순간, RNA 두 가닥 중 한 가닥이 떨어져 나오게 되고 RISC에 남아 있는 RNA 가닥은 자신과 상보적으로 결합하는 RNA 표적을 찾아 결합합니다. 마지막으로 RISC에 남아 있던 RNA가 표적 mRNA에 정확하게 상보적으로 결합을 하게 되면 Argonaute라는 단백질 인자가 표적 mRNA를 자르면서 발현이 억제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나 복잡한 RNA 간섭 시스템은 대체 왜 존재하는 것일까요? 유력한 가설은 RNA 간섭 현상이 외부 RNA나 결함이 있는 RNA를 제거하는 기작이라는 것입니다. 바이러스의 DNA로부터 전사되어 나온 외부 RNA나 트랜스포존(transposon)은 세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외부 RNA가 번역되어 만들어진 단백질이 세포의 기능을 방해하거나 암세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세포 내에서도 전사나 RNA processing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RNA에 결함이 생길 수 있는데 이때 몸에 해로운 RNA를 제거하는 기작이 바로 RNA 간섭이라는 것이지요.


RNA 간섭과 유전자 치료, 현재와 미래

RNA 간섭 현상은 발견되자마자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원하는 유전자의 발현만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면 유전자와 관련된 수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사람 세포에서도 RNA 간섭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다양한 RNA 간섭 응용 연구들이 진행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응용 연구는 바로 RNA 간섭을 이용한 유전자 치료법입니다. 글의 처음에서 말했듯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만을 억제시키면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막거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에 대응되는 겹가닥 RNA를 세포에 넣어주기만 하면 될 뿐더러 부작용도 거의 없기 때문에 많은 연구진과 제약회사에서 RNA 간섭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RNA 간섭 기반 치료제인 ‘파티시란(온파트로)’가 미 FDA의 허가를 받게 되어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파티시란은 기형 단백질이 신경세포나 심장 등 여러 장기에 쌓이는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을 치료하는 약물로 파티시란의 출시로 RNA 간섭 기반 치료제의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됩니다.


앨나이람 파마슈티컬즈가 개발한 유전 질환 치료제 '파티시란’

RNA 간섭 기반 치료법 연구는 매우 잠재력이 큽니다. RNA 간섭을 사용하면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으며 효과 또한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비록 아직은 새싹 단계에 불과하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록 발전해나간다면 향후 몇 년 안에 RNA 간섭 기반 치료법은 질병 치료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참고 자료>

[1] Andrew Fire, SiQun Xu, Mary K. Montgomery, Steven A. Kostas, Samuel E. Driver & Craig C. Mello, 「Potent and specific genetic interference by double-stranded RNA in Caenorhabditis elegans」, Nature, 391: 806-811, 1998.

[2] 동아사이언스 [강석기의 과학카페] RNA간섭, 20년 만에 의약품으로 결실 맺다!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3400

[3] Chosen Biz IF] RNA 이용한 유전병 치료제, 세계 첫 판매허가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6/2018081600167.html

[4] The Science Times, `RNA간섭현상’ 노벨의학상 수상 의미

https://www.sciencetimes.co.kr/?p=37759&cat=130&post_type=news&paged=1


<이미지>

[1] https://www.khanacademy.org/science/high-school-biology/hs-molecular-genetics/hs-rna-and-protein-synthesis/a/intro-to-gene-expression-central-dogma

[2] http://m.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3400

[3] http://m.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3400

[4]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6/2018081600167.html


<동영상>

[1] https://www.youtube.com/watch?v=lIGPNBsHLoY


Bio 학생기자 박민성

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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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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