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 오잉, 피카츄가 라이츄로 진화했다!
"피카츄 라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 버터플 야도란♬ 피죤투 또가스♪♩“
어릴 적,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유명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주제곡이다. 닌텐도 사에서 출시한 동명의 게임으로부터 시작된 <포켓몬스터>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접해보지 못한 이들도 알 만큼, 세계적으로도 대중적인 문화 컨텐츠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 컨텐츠적 유행의 중심에는 바로, 귀엽고 매력 넘치는 크리쳐, 포켓몬이 있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내부에서 우리 주변의 동물을 반려동물을 대신하여, 함께 성장하고 시련을 극복하는 인생의 동반자로 여겨지는 포켓몬의 존재야말로, <포켓몬스터> 돌풍의 중추 역할을 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귀여운 포켓몬에 대한 언급을 엄격히 금지하는 단체가 있다면 믿겠는가? 놀랍게도 여러 가지 이유에서 포켓몬이 제재당하는 경우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포켓몬 GO> 열풍 당시, 러시아 정교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동이 있다. 기본적으로 러시아 내 공공장소에서 <포켓몬 GO>를 플레이하는 것은 합법이다. 실제로, 아직까지도 러시아 모스크바 등지에서는 <포켓몬 GO>를 하는 시민의 모습을 찾아볼 수도 있고, 이의 운영사 나이앤틱 역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모스크바 등지에 특수한 포켓몬을 설치하며 서비스가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지난 2016년 9월,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피의 성당'에서 <포켓몬 GO>를 한 뒤, YouTube에 영상을 올린 루슬란 소코로브스키는 신성모독죄로 고발당해, 구금 처분을 받은 바가 있다. 기독교의 성지 내에서 비기독교적인 게임을 하며, 영상까지 찍어 올린 그의 행위가 매우 비도덕적이라는 이유에서 내려진 형사처벌은 여러 차례 게이머 단체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다만, 이 경우는 처벌 수위의 적절성에 관한 논박이 있을 수는 있으나, 예카테린부르크 '피의 성당'이 러시아의 역사적, 문화적 중심 교회인 만큼 제재가 아예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는 아니다. 신성모독을 근거로 하는 형사 처벌까지 이어진 적은 없으나, 미국, 일본, 영국, 이란 등지에서도 <포켓몬 GO>로 인해 사유지 침입 및 문화재 훼손이 이어지자, 특정 지역에 한해 이를 제한하는 경우는 빈번하니 말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전혀 다른 이유로 국가 전역에서 <포켓몬스터> 시리즈와 관련된 모든 물품을 금지한 국가가 있다. 2001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종교 최고 지도자, 그랜드 머프티인 Sheikh Abdulaziz al-Sheikh는 파트와라는 율법적 성명을 발표하며, 진화론의 요소를 다루며, 일본 다신교적 요소, 서양 기독교적 요소가 다분히 포함된 불순한 문화로 <포켓몬스터>를 지정, 일체 금지하기에 이른다. 이어서, 카타르와 이집트, 말레이시아의 종교 최고 지도자 역시, 관련 성명을 발표, 모든 문화적 요소를 금지한다. 정교분리가 성문법화되어 있는 한국으로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극단적인 제한은 그 이유조차 너무 놀랍다.
'진화론적 요소와 타 종교와 관련된 요소가 있다.‘
이러한 이들은 이슬람 원론주의자뿐만이 아니다. 놀랍게도 이와 관련된 태도를 취한 극단적 종교주의자들은 또 존재한다. 미국 남부의 개신교 극우파 교회들은 자신의 교인들에게 Charles Darwin의 진화론을 연상시키는 포켓몬을 이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쯤 되니 슬슬 궁금증이 쏟아진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그들은 진화론을 떠올렸을까?

작중 배틀이나 아이템 등을 이용하여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포켓몬이 형태를 바꾸어 상위 개체로 진화한다. 마치 귀여운 피츄가 진화하여 피카츄가 되고, 피카츄가 진화하여 라이츄가 되듯 말이다. 이러한 설정을 토대로, <포켓몬스터>가 창조론을 신뢰하는 그들의 교리에 어긋나는 진화론을 주장한다고 종교 극단주의자들은 외치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태도는 진화론에 대한 그들의 무지를 보여준다. <포켓몬스터>에서의 진화는 진화가 아니며, 진화론과 창조론이 서로를 부정하는 차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님을 그들은 모르고 있다. 이렇듯, 진화론과 창조론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 보니, 진화론에 대한 오해는 매우 많다. 진화란 도대체 무엇일까? <포켓몬스터>의 진화는 왜 진화가 아닌 것일까? 진화의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그리스⦁로마와 고대 중국 : 진화 vs 고정, 무엇이 진실인가?
진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평소에 이에 대한 답변을 잔뜩 준비하고 있는 생물학 면접 준비생이나 강의를 준비 중인 진화 발생생물학자가 아닌 이상, 아무리 뛰어난 생물학자도 잠깐 머뭇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진화의 정의의 변천사가 굉장히 길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개 일반적인 생물학적 진화하면 떠오르는 것은 비슷할 것이다. 계통수, 종 분화, Charles Darwin, 자연선택, 갈라파고스, 핀치. 대부분이 아마 Darwin 이후에 발전한 개념에 대해서 먼저 떠올릴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이는 Darwin 이전의 기독교 사회에서는 성경적 원론인 창조론을 신봉하여 원론적으로 진화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은 결코, Darwin이 진화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인물이라는 뜻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등 유일신 사상의 영향이 적었던 사회에서는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진화에 관한 제안이 등장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진화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가 바로, Anaximander이다. 610 B.C.E.에 Miletus에서 태어난 그는 현대적 진화의 개념과 매우 유사한 이론을 주창한다. 그는 Miletus의 다른 철학자 Thale과 교류하며, 독자적인 우주관과 원소론을 추구했다. 특히, 원소론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물질은 1종류로 정의 내릴 수 없으며, 따라서 불확정적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그가 생물의 탄생을 얘기할 때, 생물은 습한 곳, 다시 말해 바다에서 시작되었고, 이들이 불확정성을 각 환경에 맞추어 적응하며 그 모습을 변형시켜 현재의 모습을 이루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그는 인간 역시, 결국 다른 동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이 영유아기에 굉장히 연약한 존재이므로, 최초의 인간은 반드시 인간이 유래된 동물로부터 보호받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의 진화관은 비록, 획득 형질과 선천 형질의 유전을 구분하지 않고, 진화나 적응의 단위를 개체 수준에서 생각하였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중세의 기독교적 사고와 비교할 때 굉장히 진취적인 진화관이라고 할 수 있다.

Anaximander 사후, 약 100년 이후인 495 B.C.E. 선구적인 원소론인 4원소설 (four-element theory)로 대한민국 중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Empedocleus가 태어난다. 4원소설은 세상이 땅, 공기, 물, 불 총 4가지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원소론이다. 여기서 각 원소는 인력과 척력 2가지 형태의 힘으로 상호작용하며 우주를 구성한다고 Empedocles는 주장한다. 그는 4원소설에 입각하여, 이러한 상호작용이 결과적으로 지구, 나아가 생명을 구성한다고 믿었다. 이를 확장하자면, 결국 생물의 죽음과 탄생 자체를 단순하게 원소의 결합과 분리의 차원에 불과하다고 하며, 생물 종의 다양성 역시, 최초의 생물에서 있던 특징이 분리된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남자도 여자도, 새도, 물고기도 결국 모두 하나의 존재"였다가 나누어졌다는 것이다. 흔히 현대에 이르러서는 human-animal creature 또는 monster-like creature로 묘사되는 그가 제안한 최초의 생물은 정말 모든 생물을 지점토와 같이 뭉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위 2명의 철학자는 나름대로 원소론과 상상을 덧붙여, 아주 흥미로운 진화론을 주창했다. 그러나, 이렇듯 진화에 대한 여러 철학자의 의견은 다른 두 철학자의 주장이 대두되며, 금방 사장되고 만다.

그리스의 대표 철학자인 Plato는 고대 그리스 역사상 가장 권위 있는 <Academy>의 학장이었던 만큼, 후세의 학문 분야에 영향을 끼친 바가 엄청나다. 여기서 육성된 철학자는 Aristotle, Antiochus, Xenocrates, Polemon 등 서양 고대 철학의 핵심 인물을 끊임없이 배출한 위대한 교육의 장소였다. 이러한 Plato는 진화생물학자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저명한 생물학자 Ernst Mayr의 표현을 빌리자면, "the greatest antihero of evolutionism", 진화론의 최대 적이다. 그는 실재론, 이데아론 (essentialism)을 맹신하고 있던 만큼, 이러한 실재론이 생명의 형성 역시 결정한다고 믿었다. 모든 생물 종 (species)은 아주 완벽한 이상적인 생물의 짝퉁이기에, 모든 생물 종이 창시와 함께 생겨나야 안정적이라고 논했다. 특히, 그의 저서 Timaeus에서는 일종의 창조주인 Demiurge가 우주를 만들며, 존재 가능한 모든 종을 동시에 만들었다고 서술한다. 이러한 풍요함의 이론 (principle of plenitude)은 기독교적 사상 형성은 근간이 되었다.
그의 제자 Aristotle은 더욱 나아간 주장을 한다. 그는 Lesobos 섬에 머물며 여러 자연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때, 생물학의 시발점이라고도 불릴 수 있는 저서들을 무수히 출간한다. De anima (On the Soul), Historia animalium (History of Animals), De partibus animalium (On the Parts of Animals), De generatione animalium (Generation of Animals) 등등 관찰을 기반으로 scala naturae라고 표현되는 생물 분류학부터 해부학까지 여러 분야를 개척한다. 문제는 이 근간에 그의 스승 Plato의 사상이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생물 종에 대한 자세한 관찰을 토대로, 생명의 사다리를 만들어, 형태학적 특징의 공통에 입각하여, 종을 분류하기까지 했으나, 계속 이러한 분류는 단순한 학문적 분류일뿐, 생물은 그 자체, 특히 생물의 근간인 eidos가 변화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Eidos는 현대의 말로 번역하자면 정수나 종에 가까운 표현으로, 각 생물을 구분하는 요소를 의미한다. 필자가 계통수와 굉장히 유사한 그의 저술을 생명의 다리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가 중세 자연과학 형성의 핵심 중추 중 한 명인만큼 수많은 후대 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약 1천 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진화론이 부정되는 뿌리가 된다.
고대 중국 역시, 여러 가지 진화론적 철학이 창시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도(道)이다. 장자와 같은 노장철학자들은 생물학적 종이 계속 변화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대표 저서 장자는 이러한 종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진화 과정은 좀 더 신화적 요소가 산재하다. 물이 만물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은 Anaximander의 모습과 유사하지만, 이러한 물이 위치에 따라 덩굴이 되기도 하고, 신발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물이 변화한 모습에 흙 등 다른 요소와의 상호작용으로 현재의 다양한 생물 종이 만들어지고, 계속 변화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렇듯, 노장철학에서 진화의 설명은 신화적 요소가 다분하지만, 자연의 이치에 따라 생물의 변화가 당연하다는 것이 당시 고대 동양의 주된 사상임을 알 수 있다.
한편, 로마는 그리스와 문화적 맥락을 함께 한 만큼, Plato나 Aristotle의 학문적 권위를 인정함과 동시에, 본인의 진화관으로 이를 논박하고자 하는 시도 역시 굉장히 활발했다. 이중 Empidocles와 굉장히 유사한 주장을 하여 Aristotle에 반대한 학자로는 Lucretius가 있다. 99 B.C.E.에 태어난 그는 시 De rerium natura (On the Nature of Things)를 통하여, Empedocles와 유사하게 원소의 결합이 생명을 이루었다는 주장을 표현했다. 특히, 그는 Empedocles의 주장에서 더욱 나아가, 이러한 현상의 무작위성을 주장하는데, human-animal creature가 여러 가지 다른 특징을 각 개체 별로 보이고 있어, 힘, 지능, 속력 등 요소에 의하여 생존 여부를 달리하며, 환경에 더욱 잘 적응하는 형태를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그는 앞선 두 철학자와 달리, 최초의 생물은 단일 개체나 종으로부터 진화했다는 주장에 회의적이었는데, 이러한 주장은 그가 환경 별로, human-animal creature를 분리하여, 각각 독자적으로 분리하게 생각하는 주원인이 된다. 그런 차원에서 그는 육상 생물은 육상 생물대로 해양 생물은 해양 생물대로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다양한 진화적 관점을 포함한 De rerum natura는 훗날, 르네상스에 붐을 일으킨, 고전 문학의 재해석에서 크게 주목받으며, 르네상스 시대에서 진화에 관한 여러 이론이 창발되는 근간이 된다. 로마의 대표적인 철학자 Cicero는 스토아 철학적 관점을 통해, 가장 생존에 적합한 종이 살아남는다는 글을 남기는 등 꾸준하게 진화론에 관한 주장은 계속 되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Aristotle은 서양 철학의 주류를 고정된 종으로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Seneca나 Pliny 같은 이들은 생물 종이 변화가 없다는 여러 저서를 펼치며, 암암리에 퍼져있던 기독교적 신앙과 연관되었고, 밀라노 칙령 반포 이후, 기독교가 전 지중해적으로 장려되며 완전히 자리 잡게 된다. 이후, 서유럽을 중심으로 카톨릭 및 교황청의 영향이 심해지며 암흑시대, 중세가 시작되자 결과적으로 진화론, 생물의 변화에 관한 언급 자체는 엄격히 금지된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오히려, 이슬람을 중심으로 진화론적 철학이 발달해 가기 시작한다.
이슬람과 카톨릭 : 창조와 진화의 공존은 가능한가?

이슬람의 전성기였던 8세기에서 13세기경, 현대의 극단적 이슬람과 달리, 중동, 북아프리카, 중앙아프리카, 이베리아반도까지 널리 퍼져있던 이슬람교는 잦은 전쟁과 원정으로 대개 실리 중심주의적 분위기가 강했다. 또한, 동방 무역의 활성화로 인해 여러 항로가 개척되며 외부와의 교류가 늘어나며 학문적으로도 동서양 모두의 영향을 받으며 새로운 세계를 개척했다.
Abū ʿUthman ʿAmr ibn Baḥr al-Kinānī al-Baṣrī, 줄여서 Al-Jahiz는 아랍의 문학, 정치신학 작가였다. 그는 350종 이상의 생물에 관한 이야기와 시, 설명을 모아 Kitāb al-Ḥayawān (كتاب الحيوان, Book of the Animals)를 발간했다. 일부 학자들은 Aristotle에 대한 표절보다 살짝 위 수준에 그친다며 이 책을 비판했지만, 현대에 들어서 Conway Zirkle 등의 학자에 의하여 완전히 재평가받고 있다. 특히, 적자생존 (struggle for existence)에 관한 부분이 아주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동물들은 더 강한 동물에 의해 죽거나 먹이가 된다는 책의 한 이야기는 당시 신정 사회에서도 적자생존이랑 개념이 통용되어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주요 예시 중 하나이다.

또한, 이슬람의 사회과학자인 Ibn Khaldun은 저서 Muqaddimah의 첫 번째 챕터에서 Darwin의 주요 서술 사항 중 하나인 수용 가능한 개체보다 많은 수의 개체가 탄생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식물의 초기 단계가 허브나 비종자 식물이며 이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야자나무나 포도나무가 되었으며 이가 더욱 진화하면 동물의 초기 단계인 달팽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자면 현존하는 종 간의 관계와 공통조상 개념을 오용한 부분이지만, 동물과 식물이라는 요소를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아주 높은 평가를 받는다. 나아가, 챕터 6에서 인간에 관해 이야기하며, 인간이 가장 전한 형태의 동물이라고 평가하는 것을 종 간의 특징을 위주로 설명하는 대목 역시 학문적으로 뛰어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는 이슬람의 저명한 지식인이 이러한 식의 표현을 하는 것은 당시 이슬람 사회에서는 진화론의 가치가 종교와 대립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에 의한 생물의 시발과 진화는 완전히 별도의 관계라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당시의 모든 사회에서 종교가 진화를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중세 카톨릭 사회의 교리가 Plato, Aristotle의 이론과 결합하며, 당시 서유럽 기독교인들에게는 진화론에 대한 뿌리 깊은 저항성이 생겨났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무작정적인 학문의 탄압과 소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신학의 인정을 받는 범위 안에서 신이 만든 위대한 산물인 생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하는 것은 허용하고 장려했다. 예를 들어, Aristotle이 진행했던 scala naturae의 방식으로 분류학을 연구하는 것을 매우 장려했다. Peter Albelard나 Thomas Aquinas와 같은 수도사 학자들이 Aristotle의 분류 기준과 Plato의 이데아론을 섞어 이를 더욱 공교화했고 체계적으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관점 상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Great Chain of Being이다. 성경 및 실제적 요소를 모두 일종의 계급으로 배치하여 만든 분류표로, 신, 천사, 인간, 동물, 식물, 광물을 순으로 이어진다. 당시 생명이라는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었던 만큼, 비생물이 다분하게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신이나 천사, 악마 등은 차치하더라도, 광물이 아주 오랜 기간 느리게 자라는 것을 보고 생명이라고 생각하며, 이들 중 가장 상위를 다이아몬드라고 여겼으니 말이다. 나아가, 과거 분류학적 특징 주 하나였던, 곰팡이 등 균류가 식물로 분류된 것 역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분류는 결코 종교나 여러 실수를 이유로 조롱당하기에는 생물학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용어 및 분류 방식 등 현대 분류학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해주었는데, 나중에 설명할 Carl Linnaeus 등이 이를 더욱 발달시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에 착수하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그들은 해부학적 패턴이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봤다. 자연에서 생물학적 공통점들이 발견되는 이유를 진화의 관점에서 조상이 아닌, 신의 미학적 관점에서 지켜봤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전한 학문이 바로, 자연신학이다. 신이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서 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이지만, 좁은 의미로는 중세 이후에 발달하여 설명할 수 없는 규칙성을 신의 은혜나 미학으로 돌리는 연구를 의미하는 단어로도 쓰이기도 한다. 지금이야, 과학으로 취급하기 부끄러운 과목에 불과했지만, 당시에는 최고의 두뇌가 모이는 수도사들이 주력하는 분야인 만큼 서양 자연과학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었다.
이렇듯,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카톨릭과 중동,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화나 진화를 설명할 도구 중 하나인 분류학을 탐구하였다. 그 중에서도 유독, 중세 시대마저 진화를 논하는 걸 인정한 이슬람교 지도자들과 현대에 이르러서 진화의 요소만 들어갔다는 연유로 문화 컨텐츠마저 제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종교 최고위원회는 유독 대비된다. 비슷하게, 중세 시대에는 진화에 대한 언급 자체를 엄격히 금지했으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교황이 스스로 진화를 논할 정도로 달라진 모습 역시 대비된다. 정말로 종교와 진화는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르네상스, 진화의 시작 :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암흑 시대는 가고, 이제 과학의 광명과 문화의 냄새가 들어차기 시작한다. 동방과 이슬람과의 잦은 교역은 중세 유럽인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심어주었고, 지식인을 필두로 새로운 학문 양상이 등장한다. 진화론적으로 그 가장 큰 시작은 바로 Rene Descarte이다. Rene Descartes는 Principles of Philosophy라는 그의 저서에서 무언가의 기원을 탐구하는 글을 자주 서술한다. 예를 들어 그는 지구가 과거에는 태양과 같이 빛났으나, 점진적 고체화로 인하여 식어버려 현재의 형태를 이루게 되었으며, 이러한 건조 과정 중 표면에 균열이 생기며, 현재의 해저 평원, 산맥, 대륙이 형성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추론은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그가 여러 사회 인사와 교류를 나누며 확인한 정보, 책 등 문헌, 그가 연구를 통해 얻어낸 과학적 결론 등을 토대로 결론지은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도 1번의 실패를 겪었는데, 바로 생물의 기원이다. 그는 자연의 법칙에 기원하여 이를 설명하고자, 배아 형성 과정에서의 공통점, 동물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 등을 꾸준히 연구했다. 그러나, 이를 결론에 도달하는데 실패하고, 이는 결국 Principles of Philosophy와 같은 책의 형태로 출간되는 대신, 사후 관련 자료가 발견되며 알려진다. 그러나, 그가 동물의 공통점을 단순히 해부학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배아 발생 과정, 행동적 요소 등에도 집중한 것은 중세 시대 탐구 방법에 대한 이의로 제기되었다. 더불어, 생물의 기원을 설명하려는 시도 자체에 대한 불경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이 굉장히 늘어났다.
1751년, 프랑스 수학자였던 Pierre Louis Maupertuis는 진화를 직접적으로 믿지 않았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을 제시한다. 그의 저서 Vénus Physique (The Earthly Venus)에서 그는 랜덤하게 이어지는 생식의 조합은 특정한 생존 적합성(fitness)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하며, 생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자연적 조절 (natural modification)에 의하여 자손에 변화가 생기며, 이가 중첩되어 새로운 종이나 인종으로 이어진다고 이야기했다. 1762년에 이르러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단어, evolution이 Charles Bonnet에 의해서 처음 등장하기도 한다. '두루마리처럼 풀리는'이라는 뜻의 라틴어 evolutio에서 유래된 evolution은 처음 배아 발생학에서 암컷이 품고 있는 다음 세대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1778년에 출간된 Comte de Buffon의 저서 Époques de la nature는 생물 종의 고정에 관해 교황청의 교리에 반발을 제기한 책을 공식 출간한 첫 사례가 되었다. 나아가, James Burnett은 인간이 유인원으로부터 기원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할 뿐만이 아니라, 각 생물 종은 오랜 시간을 들여 자신의 형태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Charles Darwin의 할아버지 Erasmus Darwin에게 마저 영향을 끼쳤다. 1796년 완성된 Zoonomia는 모든 온혈동물이 1종으로부터 유래되었음을 설명하고 있고, 그의 시 Temple of Nature는 뻘에서 유래된 작은 생물로부터 현재의 종 다양성을 가지게 되는 경위를 설명한다. 반면, 이 흐름에 저항한 학자도 있었다. 이명법을 제안한 Carolus Linnaeus는 그의 말을 빌리자면 "위대한 신의 영광을 위하여" 분류학을 꾸준히 연구했고, 모든 종은 고정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러한 학자들에도 불구하고, 당시 학계에서 주류를 바꾸고자 하는 변화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 핵심이 바로, 고생물학과 지질학의 등장이다. 1795년, James Hutton이 지질학에서의 점진성 (geological gradualism)을 주장했다.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지질학적 구조가 변화하며, 시간적 점진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확장하여 1812년, Georges Cuvier는 지층에서의 화석 및 특정 암석 발견 등을 토대로 시간대 구분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낸다. 특히, 그는 화석 상의 기록이 과학적 증거가 될 수 있음을 밝힌다. 화석은 과정에 멸종했던 생물의 기원이며, 시대에 따라 발견되는 주요 화석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이를 진화까지 확장시키지 않은 채, 이러한 생물 종과 현존하는 종 역시 모두 존재했으나, 재앙에 의해 멸망했다고 정리하는 선에서 그친다. 이후, 1830년, Charles Lyell이 Principles of Geology라는 책을 발표하며 당시 고생물학과 지질학을 연관, 해당 이론을 총정리한다. 그 결과, 그는 일정한 비율을 따라 지질학적 변이가 일어났으며, 이를 통해 계산한 지구의 나이는 1억 년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이는 당시, 교회가 제시하던 6000년에 비해 훨씬 큰 시간이며, 다른 생물 종 역시 발달할 가능성이 있는 시간이 엄청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하나, Charles Darwin 이전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Jean-Baptiste Lamarck가 그의 저서 Philosophie Zoologique에서 제안한 종 변이의 이론 (a theory of the transmutation of species)이다. 그는 모든 생물이 동일한 공통 조상을 갖고 있다고 믿지 않았다. 대신, 아주 간단한 형태의 생명체가 여러 종 자연 발생한 뒤, 이를 토대로 각 종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후, 각각에 내재된 생명력 (life force)을 기반으로 복잡한 형태로 변화해간다고 봤는데, 이는 몸의 형태를 크게 변화시키는 복잡력 (complexifying force)이나 비슷한 형태에서 변이를 주는 적응력 (adaptive force)으로 구분되었다. 그는 각각이 종과 속, 그리고 문으로 발산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는 한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친숙할 용불용설 (use-and-disuse theory)을 주창하기도 했다. 자주 사용하는 기관이 발달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이 퇴화하여 현재의 모습을 이루었다는 그의 주장은 현재에 이르러서는 조롱으로 사용되지만, 당시에는 종 변이의 이론과 함께 라마르키즘 형성의 이유가 된다.
다윈 : 원숭이는 인간의 조상이 아니랍니다
이런 격동의 시기인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Charles Darwin이 탄생한다. 그러나, 당시에 Bornett에 의하여 상대적으로 최근에 제시된 evolution이라는 용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가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당시 영국 함대는 단순한 군사적 훈련뿐만이 아니라, 해양학, 지질학, 기상학, 식물학 등 다양한 외국의 환경을 이용하기 위한 과학 탐사대의 역할 역시 요구되었다. 동시에 당시 군법상 군선의 함장은 선원과의 사적 대화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장시간 항해 등으로 인한 우울증이 고착화되며 자살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내추럴리스트가 일종의 대화상대로 뽑혀 장기간 항해를 같이 하기도 한다. Charles Darwin 역시 그의 지도 교수였던 John Henslow의 추천을 받아, HMS Beagle에 Robert FitzRoy 함장의 말동무로 탑승하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등의 이유로 항해가 지체되다, 1831년 12월 27일, 영국 Plymousth Sound 서부 Barn Pool에서 HMS Beagle이 출항하며 이 위대한 여정이 시작된다. HMS Beagle은 대서양의 여러 섬과 남아메리카를 한 바퀴 돌아간 뒤, 태평양, 호주, 인도양을 거쳐 희망봉으로 간 다음 다시, 영국으로 복귀하는 일정을 가졌다. 특히, 남아메리카에서 각 항구에 기항하면, 배가 장시간 수리, 식료품 저장 등을 준비하는 동안, Charles Darwin의 원정대는 남아메리카 내륙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 생물학 표본을 모았다. 이 항해 도중 그는 중요한 경험을 한다. 우선, Charles Lyell의 Principles of Geology를 접한 것이다. 이는 훗날 생물 종 분화가 아주 오래 걸린다는 한계를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가 되었다. 또한, rhea 등의 유럽 대륙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생명체와 이들은 독특한 생식, 성장, 출산 과정 등은 그가 훗날 저서를 집필하기 위한 여러 근거를 제안해준다. 이러한 여러 경험 중 가장 중요했던 것은 1935년 9월 15일 갈라파고스 제도에 도착한 것이다. 그는 10월 20일까지 약 한 달에 걸쳐 이곳에 머물렀지만, 그가 이곳에서 작은 근거는 매우 방대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갈라파고스 핀치 새이다. Darwin은 이 작은 새가 제도 내의 섬의 자연환경에 따라 여러 특징이 다른 독립된 종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예를 들어, 선인장을 파먹고 사는 핀치 Geospiza scandens는 길고 날카로운 부리를 보여주고, 벌레를 먹고 사는 핀치 Certhidea olivacea는 좁고 한 점에 모인 부리를 보주며, 씨를 먹는 Geospiza magnirostris는 씨를 깨먹기에 적합한 단단하고 넓은 부리를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이 새가 관련성이 없다고 보며, 분류화하지 않았으나, Nicholas Lawson이라는 에콰도르 공화국 소속 갈라파고스 총독에 의해 갈라파고스 거북의 모습마저 섬마다 다른 것을 듣고는 본격적인 분류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분포는 Darwin이 기존의 종 불변성에 관하여 의문을 확정 짓게 되는 핵심이 되었고, 1936년 10월 2일 영국 Famouth에 도착하며 여정이 끝나자, 이를 정리하며 자연선택이라는 혁명적 가설에 이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책을 낸 것은 아니었다. 이듬해인 1837년부터 꾸준히 자료를 모으는 과정을 다시 반복하였고 1844년에 이르러서야 자연선택과 관련된 첫 에세이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말레이 제도에 머물던 Alfred Russel Wallace와 교류하며, 학문적 근거를 심화시켰고, 1858년에 이르러서는 Wallace가 Darwin에게 자연선택에 관한 자신의 가설을 편지로 보내며, 그가 계속 집필하고 있던 The Origin of Species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이후 1859년, 초판본이 출간되는 것이다.

Darwin의 책은 상당히 난해함을 자랑한다. 그의 서술 방식이 워낙에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본인의 주장을 간단하게 언급한 다음, 본인의 주장에 관해 나올 수 있는 모든 반박과 그 근거를 너무나도 상세하게 서술한다. 그 뒤, 이러한 근거를 재해석하거나 기존 다른 학자의 논문이나 자연적 현상을 거론하여 반박하며 반박 측의 주장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면 다시 반박 측의 주장을 언급하고, 다시 이의 오류를 다른 학자와 자연에서 근거를 찾아 반박함을 계속 반복한다. 이러한 탓에 그의 저서를 발췌해서 읽을 경우, 실제 내용과 상관없는 왜곡이 굉장히 쉬웠고, 이를 이용하여 "원숭이가 인간이 될 수 있느냐?"는 식의 조롱이 이어졌다.
그러나, 진실은 항상 그렇듯 선동과 멀리 떨어져 있다. 그는 공통 조상에서 변이의 점진적 누적에 따라 현존하는 다른 종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계속해서 언급하듯, 그의 진화는 descent with modification으로 원숭이가 공통 조상으로 다시 돌아갔다 인간을 진화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일체 다루고 있지 않다. 또한, 그는 앞서 말했듯, 수많은 근거를 여러 발표 자료와 자연에서 찾았기에, 그의 주장을 왜곡한다는 것 자체가 당시 학계의 여러 논문들을 부정하는 꼴이기도 하다.
그가 자연선택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영향을 준 학자들은 매우 많지만, 특히 Malthus가 대표적이다. 극단적 인구론자인 그는, 당시 인류가 지구의 수용 범위가 넘는 인구의 형성으로 한정된 자원 경쟁이 더욱 심해지며 결국 대재앙에 이를 것임을 경고하며, 꾸준히 인구 감축을 주장했다. Darwin은 이러한 그의 이론을 착안하여, 본인의 관찰을 정리한다.

관찰 1. 개체군 내의 각 개체는 유전되는 형질에 관해 다른 모습을 보인다.
관찰 2. 모든 생물 종은 환경 수용력 이상의 자손을 생산하고, 많은 자손은 살아남거나 생식하는데 실패한다.
그리고, 이를 Charles Lyell이 언급한 지구 나이를 근거로, 매우 장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메카니즘으로 연결 지어 추정을 시작한다. 특히, 이 부분은 본인과 자주 어울린 여러 육종학자에 의하여 인공 선택의 메카니즘과 연관 지어 근거를 펼쳐 나갔다.
추측 1. 유전된 형질이 생존에 더 적합한 개체일수록 더욱 많은 자손을 남긴다.
추측 2. 각 개체마다 다른 생존 능력은 세대를 거칠수록 개체군 내 생존에 적합한 형질의 축적으로 이어진다.
이후, 이러한 부분에서 지적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사례를 열거하고 반박하는데 초점을 맞추는데, 그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성 선택과 복잡한 기관의 형성이다. 생존에 유리한 방향을 선택한다면, 왜 무수히 많은 동물이 불필요한 기관을 붙여 생존 가능성을 낮게 만들면서까지 생식을 유도하느냐? 공작은 그렇다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눈과 같이 굉장히 복잡하며, 섬세한 기관이 자연선택에 의해서 나타날 수 있겠는가? 자웅동체인 동식물이 교배하는 것이 자연선택과 관계가 있는가? 그는 이러한 부분에서도 무수히 다양한 예시를 들며 반박을 펼친다. 그는 우선적으로 성 선택이 자연선택만큼 엄격하지 않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 말은 즉, 자연선택의 경우, 적자생존에서 실패 시 해당 개체는 죽기 마련이지만, 성 선택은 죽는 것보다는 자손 수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즉, 공작은 포식 당할 가능성과 생식할 가능성을 적절히 고려하여 자연선택 되었다는 것이다. 눈과 같이 복잡한 기관 역시,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아주 단순한 기관으로부터 출발하여 점진적인 변이를 축적했을 것으로 예측하는데, 이는 현대에 이르러 가히 사실로 밝혀졌다. 동식물을 막론하고, 육종학을 볼 때, 자가교배는 대개 더욱 약한 자손을 생성할 가능성이 많다. 달리 말하면, 서로 다른 변이 간, 혹은 변이는 같지만, 계통이 다른 개체 사이에서의 생식에서 건강하고 번식력이 강한 자손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동식물에서도 자웅동체인 생물의 경우, 다른 변이와의 결합을 추구하는 형태로의 진화가 선명하다. 예를 들어, 암술 머리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수술에서 유래된 꽃가루를 받는 것을 방해한다. 게르트너의 증명에서 보여주듯 몇몇 종들은 수분되기 전, 자기 자신의 꽃가루를 떨어 자가 수정을 막는 것이다. 수중 자웅동체 생물 역시, 물의 흐름을 이용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이의 교환을 추구한다.
이렇듯, Darwin은 굉장히 오랜 고민과 연구를 토대로, 본인이 생각하기에 부족한 모든 부분을 메꾸어 나갔다. 그렇기에, 그가 생물학에 있어 당연 첫 손에 꼽히는 위인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종의 등장, 기술의 발달에 따른 다른 측정 방식의 도입 등은 Darwin의 descent with modification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현대 진화론을 공부하기 위한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
현대 진화론을 공부하기 위한 시작 단계 중 하나는 바로 무엇이 진화하는가, 언제 진화하지 않는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진화의 단위가 개체 (organism) 수준인가, 개체군 (population) 수준인가, 군집 (community) 수준인가. 진화를 하지 않기 위한 조건이 무엇이냐.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살펴보면 진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진화가 개체 수준인 경우를 생각해보자. (당연히, 원자, 분자, 세포, 조직 수준은 애초에 하나의 독립된 생명이라고도 정의할 수 없으므로 무시하자.) 그렇다면, 개체 수준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 자체가 하나의 진화로 귀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문제로 이어진다. 만약 이러한 정의가 맞다면, 획득 형질도 진화의 방법인가? 개체가 죽는 것은 그러면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자연선택의 단위로 개체가 적합한가?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자연선택의 단위이다. 만약 자연선택이 개체 단위로 일어난다면 우리는 진화가 어떠한 양상으로 발전하는지 판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백양산에 임의의 개미 집단이 있다고 해보자. 그 개미 집단이 놀랍게도 지놈 (genome)이 완전히 일치하는 상태에서 생활을 이어간다고 해보자. 이때, 각각의 개체에서는 지놈의 동일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돌연변이가 일어날 것이다. 개미 A는 1번 염색체 1번 유전자에서 아데닌이 결실되었다든지, 개미 B는 2번 염색체 1번 유전자가 중복되었다든지 서로 다른 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만약, 이때 백양산의 토양오염이 심화됨에 따라, 땅의 색깔이 더욱 짙어지면, 색이 연한 개미들이 죽고, 색이 진한 개미들이 살아남는 자연선택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절대로 색이 연한 개미의 절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에, 만약 1마리의 색이 연한 개미가 살아남고, 진화의 수준을 개체에서 본다면, 색이 연한 방향으로 자연선택 되었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번에는 군집 수준에서 살펴보자. 이는 그 자체로 모순적이다. 바로, 군집은 한 지역에 거주하는 서로 다른 여러 개체군, 여러 생물 종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이므로, 흔히 말하는 종 수준에서의 진화를 파악할 수 없다. 즉, 진화의 단위는 개체군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개체군일 경우에는 자연선택의 논리적 오류도 없으며, 종 수준 차원의 분석이 가능해지기에 개체군의 변이야말로,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진화가 개체군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여부를 판별해보자. 이는 Godfrey Harold Hardy와 Wilhelm Weinberg가 각자 독자적으로 개발한 진화가 발생하지 않는 모델인 Hardy-Weinberg 평형을 이야기함으로써 진행해볼까 한다. Hardy-Weinberg 평형의 조건은 흔히 5가지 정도로 이야기한다.
조건 1.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조건 2. 성 선택이 일어나지 않고 무작위적인 교배를 한다.
조건 3. 자연선택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조건 4. 개체군의 크기가 매우 크다.
조건 5. 유전적 이동이 없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개체군을 멘델 집단이라고 하고, 멘델 집단은 진화하지 않는 안정적인 집단이다. 이를 바꾸어 말하자면, 진화를 한다고 하면, 적어도 위의 조건 중 하나를 위배한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위의 조건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의 멘델 집단은 각 대립유전자 빈도가 보존된다. 즉, 예를 들어, 형질 A를 결정하는 유전자 A, a에 관해서 유전자 풀에 대한 각각의 비율을 p, q라고 하면 p, q 값은 항상 변화하지 않고 p+q=1을 만족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비율은 멘델 유전을 따르는 다음 세대에 관하여 각각의 유전자형 예측에도 도움을 준다. 예를 들자면, (p+q)2=p2+2pq+q2이기에, 그 다음 세대에서 AA의 유전자형을 띠는 비율은 p2, Aa의 유전자형을 띠는 비율은 2pq, aa의 유전자형을 띠는 비율은 q2이다. 이를 조금 더 많은 대립유전자로 확대하여 정리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러한 법칙을 거스르는 개체군이야말로 진화한다는 것이기에, 현대 진화론에서는 진화를 개체군 내에서의 대립유전자 빈도의 변화라고 서술한다.
임의의 n개의 대립유전자가 이에 관여한다고 할 때, 각 대립유전자 빈도를 pi (1≤i≤n) 이라고 정리할 경우, 각 이형접합은 2pipj로, 각 동형접합은 pi2로 표현이 가능하다. 또한, 배수성 돌연변이에 관해서도 비슷한 정리가 가능한데, 만약 c배수성 돌연변이가 존재한다면, (p+q)c로 하여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를 최종적으로 일반화하면, (p1+…+pn)c로 일반적인 멘델 유전의 확장을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모델을 실제에 대입시켜 보자. Edmund Brisco Ford가 생태학 연구에서 사용한 Callimorpha dominula, 보라 호랑나비의 하얀 점박무늬의 정도를 토대로 구분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야기해보자. 우선 유전자 A는 유전자 a에 관해 완전 우성으로, AA는 1469개체, Aa는 138개체, aa는 5개체 존재한다고 하자. 이 경우, p≈0.954, q=1-p=0.046이다. 이때, 이러한 모델이 Hardy-Weinberg 모델 연구에 사용이 적합한지를 알기 위해서 Pearson's chi-squared test를 진행한다.
위 식에 대입 시, 각각의 기댓값을 토대로, χ2가 5% 통계적 유의도인 3.84보다 작을 경우, 이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동계 교배 상수 (coefficient of inbreeding), F를 구할 수 있다. 이는 공통 조상에서 물려받은 좌위가 부모 개체랑 똑같은 확률을 보여주는 확률인데, 흔히 다음과 같다.
여기서, F가 1에 가까울수록 모델로 적합하다. 즉, 자연계에서 이러한 모델의 값에 따라, 해당 개체군의 진화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화를 연구하기 위한 이들은 이러한 테스트를 만족하지 않는 개체군을 찾아야 하며, 현대 진화론에서 수학적 모델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마지막으로, 진화의 양상을 이야기해보자. 진화 중 각 생물의 생태적 지위에 따라,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에 차이가 생기게 되면서 몇 가지의 진화 양상에 주목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바로, 수렴 진화와 평행 진화, 발산 진화, 공진화이다. 수렴진화는 관계가 없던 생물 종들이 유사한 환경에서 적응하며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한 형질이 유사한 경우를 의미한다. 즉, 멀리 떨어진 두 조상이, 형태학적으로 굉장히 유사한 2개의 현존하는 종으로 발전한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개미와 흰개미이다. 개미는 벌목 (Order Hymenoptera) 개미과 (Family Formicidae)에 속하는 속들의 통칭이고, 흰개미는 바퀴목 (Order Dictyoptera) 흰개미 아목 (Suborder Isoptera)에 해당하는 속들의 통칭이다. 이런 차원에서 개미와 벌이 근연이고 흰개미와 바퀴벌레는 근연이지만, 개미와 흰개미는 분자생물학, 계통학적으로 매우 다르다. 그러나, 흰개미와 개미는 모두 거대한 공동체를 만들어 사회생활을 하는 모습, 큰 턱을 가지고 있는 점 등 행동이나 형태적으로 벌에 비하여 근연인 것 같아 보인다. 이러한 경우를 바로 수렴 진화라고 한다. 일종의 상사 기관을 중심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벌과 개미의 경우, 형태학적 유사성은 흰개미와 개미의 경우에 비하여 크게 떨어지지만, 하나의 종으로부터 유래되어 줄무늬 등 다른 패턴이 발견되는 것은 발산 진화에 해당한다. 즉, 발산 진화는 하나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다른 환경에 거주하게 되는 자손이 서로 다른 형질을 보이는 현상이다. 평행 진화는 하나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유래되어, 서로 다른 독립된 환경에서 유사한 자연환경의 공유로 인해 개별적으로 유사한 특성이 발전하는 진화를 의미한다. 유대류와 태반류는 약 1억년 전 곤드와나 대륙에서 살던 공통 조상을 공유한다. 현재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유대류가, 유라시아 대륙을 중심으로 태반류가 발달하면서, 아주 큰 생물학적 장벽을 보여준다. 이를 Wallace 선이라고 하는데, 놀랍게도 이러한 독립된 환경에서 서식하는 종 간에는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이니아 주머니 늑대와 유럽 늑대, 유라시아의 말과 남아메리카의 리톱턴 (litoptern)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공진화는 한 생물종이 진화하며, 다른 종의 진화에도 영향을 끼치는 진화로, 뚜렷하게 드러나는 종 특이적 공진화와 확산 공진화가 존재한다. Darwin이 On the Origin of Species에서 종자식물과 곤충의 진화 상관관계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렇듯, 현대 진화론에서 진화를 무조건 단순하게, 한 종에서 누적된 변이, 그로 인한 종 분화 정도로만 봐서는 곤란하며, 무수히 복잡한 작용과 모델링을 통해 연구되고 있음을 기억하자.
END : 포켓몬이 진화하지 않는 이유

필자는 지금까지, 진화라는 개념이 정립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시대적 변천사와 더불어 묘사했다. 그리고, 이 정도 되었으면 여러분도 이제 답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포켓몬 진화가 왜 진화가 아닙니까?“
무수히 많은 반박거리가 있다. 진화는 개체 수준이 아닌, 개체군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서로 독립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많은 한 종류의 포켓몬이 또 다른 한 종류의 상위 포켓몬으로만 변화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평행 진화에 위배된다. 그렇기에, 포켓몬 진화는 진화가 아니라,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가 나비가 되는 변태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포켓몬의 진화를 현대 진화론과 다윈 진화론에 빗대며, 금지하는 행위는 포켓몬을 제작한 회사와 생물학계 모두에 대한 모독임이 분명하다.
나아가,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져본다. 정말 종교랑 진화는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는가. 앞서 언급한 모든 부분에서, 다윈의 이야기를 시작한 다음부터 최초의 생물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즉, 진화론에 자꾸 꼬투리를 잡는 일부 극단주의적 신학자들은 현대 진화론이 자연 발생론이나 화학적 발생론을 포함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무시한 채, 이야기를 진행한다. 나아가, 공통 조상과 현존하는 종의 차이를 볼 수 있는 수없이 많은 화석상 증거, 심지어는 몇백 년이 넘는 실험 수행으로 생태학적 증거마저 보고되고 있는 것을 그들은 무시하고 있다. 필자는 무신론자이다. 그러나, 진화론자가 종교를 믿거나, 신학자가 진화를 주창하는 것을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포켓몬의 진화와 생물학의 진화가 다른 부분인 것처럼, 신학자의 창조와 진화론자의 진화는 완전히 다른 영역임을 상기하길 바란다.
포켓몬의 진화가 받은 억울한 오해와 현존하는 진화론자가 듣는 다양한 구설수가 서로를 공부했다면 분명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라 믿는다. 고통 받았을 생물학자들에게 소소한 영광을 표하며 글을 마친다.
이준하 학생기자│Biology│지식더하기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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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radle of humankind, “Darwin’s predecessors: Pierre-Louis Moreau de Maupertuis”, https://www.maropeng.co.za/
[3] Wikipedia, “Hardy-Weinberg Principle”, https://en.wikipedia.org/
[4] Lisa Urry et al., “Campbell Biology : a global approach 11th ed”, Pearson
[5] Charles Darwin, “종의 기원”, 동서 문화사
첨부 이미지 출처
[1] ANIMAX, “포켓몬스터 썬&문 PART 2”, https://www.animaxtv.co.kr/
[2] Niantic, “포켓몬 GO 자료”
[3] Classical Wisdom, “Anaximander’s Boundless Universe”, https://classicalwisdom.com/
[4] Performing Humanity, “The Insight of the Man-faced Ox-progeny“,
https://performinghumanity.wordpress.com/
[5] Darrell Arnorld, “Aristotle – Background (1)”, https://darrellarnold.com/
[6] Khan Academy, “The rise of Islamic empires and states”, https://www.khanacademy.org/
[7] Luca Peliti, “Evolution and Probability”
[8] Salt Lake Community College, “An Introduction to Geology”, https://opengeology.org/
[9] Steemit, “Change Through Time: Theories and Evidences of Evolution”, https://steemit.com/
[10] Sarah Volk, “Adaptation”, http://bioweb.uwlax.edu/
[11] 중앙일보, “인류의 조상 ‘루시’를 찾아서 (2)”, https://news.joins.com/
[12] Fossilized, “Evolution History”, http://www.fossilized.org/
[13] Expii, “Hardy-Weinberg Principle”, https://www.expii.com/
[14] Britannica, “New World flying squirrel”, https://www.britannica.com/
[15] Know Your Meme, “The World of Pokemon”, https://knowyourmeme.com/
첨부 동영상 출처
[1] Wild2YouTV, “Animated route Charles Darwin took on the HMS Beagle (With description)”, https://youtu.be/uLUxbmgtPK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