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역사 포켓몬은 진화가 아니라고요
파이리가 리자몽으로 변하는 것은 '진화'가 아니라 '변태(Metamorphosis)'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진짜 진화가 무엇인지 생물학적 오해를 바로잡는다.
편집부 · 2025년 10월 6일 · 읽는 데 5분
우리는 어릴 적 게임이나 만화를 보며 피카츄가 빛에 휩싸이며 라이츄로 커지는 현상을 보며 "우와, 진화(Evolution)했다!"라고 열광했다. 레벨이 오르거나 특별한 돌을 먹으면 순식간에 몸집이 커지고 새로운 날개가 돋아나는 이 마법 같은 변화는 대중문화가 심어준 진화의 가장 강력한 이미지다. 하지만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 무덤에서 깨어나 이 만화를 본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것이다. 생물학의 눈으로 보면 파이리가 리자몽이 되는 것은 '진화'가 아니라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것과 똑같은 단순한 '변태(Metamorphosis)나 성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가장 흔하게 오해하고 있는 단어, 진짜 '진화'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파헤쳐 보자.
개인은 진화할 수 없다, 집단의 게임
진화론에서 가장 중요한 대원칙은 "하나의 개체(나 자신)는 살아있는 동안 절대 진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카츄 한 마리가 살다가 번개를 맞고 라이츄로 덩치가 커지는 것은, 유전자가 바뀐 것이 아니라 단지 세포가 분열하여 모양이 바뀐 성장이거나 '변태'일 뿐이다(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과 같다). 생물학에서 말하는 '진화'란, 피카츄라는 특정 '집단(수만 마리의 무리)' 전체의 유전자 비율이 수십, 수백 세대(수만 년)를 거치면서 서서히 다른 유전자로 싹 물갈이되는 거대한 세대교체 현상만을 의미한다.
노력한다고 진화하지 않는다(용불용설의 함정)
많은 사람이 기린이 높은 가지의 잎을 먹으려고 수천 년 동안 매일매일 목을 길게 빼려고 노력하다 보니 목이 길어졌고(용불용설), 그 능력이 자식에게 유전되어 지금의 기린이 되었다고 오해한다. 이것은 완벽하게 틀린 가짜 진화론이다. 생명체가 후천적으로 아무리 운동하고 헬스를 해서 근육(획득 형질)을 키워봤자, 그 노력은 정자나 난자의 유전자 설계도를 바꾸지 못하므로 자식에게 절대 전달되지 않는다. 생명체의 뼈아픈 노력은 진화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무작위의 돌연변이와 가혹한 자연 선택
진짜 기린의 진화는 이렇다. 옛날 기린 무리 중에는 목이 긴 놈, 중간인 놈, 짧은 놈이 그냥 '무작위 돌연변이'로 태어나 섞여 있었다. 그런데 가뭄이 들어 땅바닥의 풀이 다 말라 죽어버렸다. 이때 '운 좋게' 목이 길게 태어난 놈만 높은 나무의 잎을 먹고 살아남아 짝짓기를 했고, 목이 짧은 놈들은 다 굶어 죽었다(자연 선택). 살아남은 목 긴 기린들이 낳은 자식들은 당연히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다 목이 길었다. 이렇게 환경(자연)이라는 거대한 채로 무자비하게 걸러내어, 살아남기에 유리한 유전자를 가진 놈들만 자손을 퍼뜨려 집단 전체의 특징이 변하는 것이 바로 다윈의 '진화(자연 선택)'다.
진화는 완벽을 향해 가지 않는다
포켓몬의 진화는 무조건 이전보다 더 세고 덩치가 커지는 완벽(업그레이드)을 향해 간다. 하지만 생물학의 진화에는 목적도 없고, 무조건 더 세지는 것도 아니다. 캄캄한 동굴 속으로 들어간 물고기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눈이 퇘화해(시력 상실) 버리는 쪽으로 진화했고, 타조는 날개가 퇴화하여 날지 못하게 진화했다. 환경에 살아남기만 한다면 멍청해지거나 약해지는(퇴화) 방향의 변화도 훌륭하고 완벽한 진화다.
남은 과제
인류는 맹장이나 꼬리뼈처럼 지금은 쓸모없지만 옛 조상의 흔적이 남아있는 기관들(흔적 기관)을 몸속에 달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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