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지우가 블랙홀에 피카츄를 던진 이유

블랙홀은 무조건 빨아들이기만 하는 괴물이 아니다. 회전하는 블랙홀 근처에 물건을 던져 넣고 반으로 쪼개면 엄청난 에너지를 훔쳐 올 수 있다는 펜로즈 과정(Penrose Process)의 역학을 분석한다.

편집부 · 2025년 1월 16일 · 읽는 데 4분

이론 물리학, 에너지를 추출하기 위해 빛나는 외부 '작업권(Ergosphere)'을 정확하게 조준하여 지우가 맹렬하게 회전하는 거대한 블랙홀을 향해 빛나는 피카츄를 힘껏 던지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공상 과학 천체 물리학 그림
이론 물리학, 에너지를 추출하기 위해 빛나는 외부 '작업권(Ergosphere)'을 정확하게 조준하여 지우가 맹렬하게 회전하는 거대한 블랙홀을 향해 빛나는 피카츄를 힘껏 던지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공상 과학 천체 물리학 그림

만약 <포켓몬스터>의 지우가 우주여행을 하다가 블랙홀을 만났고, 우주선의 에너지가 다 떨어져 죽을 위기에 처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똑똑한 물리학적 해결책은 불쌍한 피카츄를 회전하는 블랙홀 쪽으로 힘껏 집어 던지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지옥의 구멍이다. 그런데 1969년,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 2020년 노벨 물리학상)는 "회전하는 블랙홀 근처에 쓰레기를 잘 던져 넣기만 하면, 블랙홀의 에너지를 도둑질해서 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논문을 발표했다.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우주에서 가장 강력하고 끔찍한 무한 동력 발전기, '펜로즈 과정(Penrose Process)'의 미친 물리학을 해부해 보자.

공간을 엿가락처럼 휘감는 회전, 작용권(Ergosphere)

우주의 블랙홀들은 가만히 멈춰있지 않고 팽이처럼 미친 듯이 회전하고 있다(커 블랙홀). 블랙홀이 너무 무겁고 빠르게 돌다 보니, 블랙홀 주변의 '시공간' 자체가 물엿처럼 끈적하게 엉겨 붙어 블랙홀과 함께 빙글빙글 빨려 돌아가는 거대한 소용돌이 구역이 생긴다. 이 구역을 '작용권(에르고스피어)'이라고 부른다. 작용권은 아직 낭떠러지(사건의 지평선) 바깥이기 때문에 빛보다 빨리 달릴 수만 있다면 밖으로 탈출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지대다. 하지만 이 소용돌이에 한 번 발을 들이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로켓 엔진을 켜도 블랙홀이 도는 방향으로 강제로 휩쓸려 떠내려가야만 한다.

블랙홀 발전소의 가동, 피카츄를 쪼개다

지우가 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이렇다. 피카츄(질량을 가진 물체)를 이 무시무시한 소용돌이(작용권) 속으로 집어 던진다. 피카츄가 블랙홀의 회전에 휘말려 미친 듯이 빙글빙글 돌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을 때, 폭탄을 터뜨려 피카츄를 두 조각(A와 B)으로 쪼개버린다. 이때 A 조각은 블랙홀의 낭떠러지(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뻥 걷어차서 완전히 버리고, B 조각은 탈출하는 궤도 쪽으로 튕겨 나간다. 그러면 놀랍게도 튕겨 나온 B 조각은 처음에 지우가 던졌던 온전한 피카츄보다 훨씬 더 막강하고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채 우주선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왼쪽에는 회전하는 블랙홀에 쓰레기 폭탄을 떨어뜨리는 우주선을 보여주고, 오른쪽에는 블랙홀의 회전에서 훔친 거대한 에너지에 의해 추진되어 눈부신 광속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

음(-)의 에너지를 먹여 블랙홀의 살을 빼다

도대체 B 조각은 어디서 이 엄청난 공짜 에너지를 얻은 걸까? 비밀은 블랙홀 속으로 버려진 A 조각에 있다. 작용권 안에서 절묘한 각도로 쪼개져 낭떠러지 안으로 떨어진 A 조각은, 물리학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음(-)의 에너지'를 가지게 된다. 블랙홀은 이 음의 에너지를 먹고 질량(회전 속도)이 미세하게 줄어든다(다이어트). 즉, 블랙홀이 자신의 회전 에너지(살)를 깎아 먹은 대가로, 그만큼의 막대한 에너지를 밖으로 튀어나가는 B 조각에게 고스란히 선물(작용 반작용)해 준 것이다.

궁극의 에너지 효율 20%

지구의 핵융합 발전은 질량의 약 0.7%만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펜로즈 과정은 던져 넣은 물체 질량의 무려 20%를 순수한 에너지로 뽑아낼 수 있는 미친 효율을 자랑한다. 먼 미래의 초고도 문명(카르다셰프 3단계)은 블랙홀 주변에 거대한 인공 도시를 짓고, 블랙홀의 작용권 안으로 우주 쓰레기를 쉴 새 없이 집어 던지며 무한한 에너지를 뽑아 쓰는 '블랙홀 폭탄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작업권 내부에서 물체가 반으로 쪼개져 절반은 사건의 지평선(음의 에너지)으로 떨어지고 나머지 절반은 훔친 여분의 에너지와 함께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여주는 '펜로즈 과정'의 개념도](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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