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이라면 익숙할 법한 precalculus에서 배웠던 오일러 공식으로부터 유도되는 오일러 항등식(Euler's identity)입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한 줄로 적을 수 있는 이 식이 인간이 발견한 가장 위대하고도 아름다운 공식으로 일컬어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로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들을 대표하는 수들인 원주율, 허수, 자연상수가 이렇게 너무나도 간단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저는 이 오일러 항등식과 비슷하게, 저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었던 물리 퍼즐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Computing pi from the colliding balls

문제의 상황을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수평면 위에 벽, 질량이 작은 물체 A(=m kg), 물체 B(=M kg)가 순서대로 있고, 물체 B는 정지한 물체 A를 향해 (임의의 속력으로)다가갑니다. 그리고 이제 이 물리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충돌의 수를 구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물음에 대한 놀라운 답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M/m = 100일 때의 충돌 과정의 시뮬레이션을 살펴봅시다.
B의 질량이 A의 100배인 상황에서는 31번의 충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M/m= 10000일 때의 답은 은 어떨까요? 314번입니다. 그럼 , 질량비가 1000000일때 충돌 횟수가 짐작이 가시나요? 총 3141회의 충돌이 일어납니다. 이쯤이면 규칙을 눈치채셨을 것 같은데요. 네, 맞습니다. M/m= 10^2*N을 취할 때 충돌 횟수는 π의 N+1의 자릿수와 동일합니다! 보다 일반적인 형태로 표현하면 충돌수는 π[√M/m]이고, 질량비가 10^2*N일 때는 π의 자릿수가 그대로 도출되는 신기방기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왜 이러한 답이 얻어지는지 생각해봅시다. 대체 이 공들의 운동에서 원이 어디에 숨어 있길래 답에서 π가 튀어나오는 걸까요? (공의 둥근 모양이나 굴림운동과는 전혀 관계없습니다. 공 대신 블록을 사용해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거든요.) 더군다나 이런 불연속적인 충돌의 수를 '세는 것'으로 원주율을 얻을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원이 숨어있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입니다. 이 물체계는 다음의 관계를 만족합니다.

원방정식이 떠오르지 않나요? 사실 이것으로는 이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이 문제는 정말 다양한 방식의 풀이가 발견되었고, 조건을 확장한 연구들도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이것들에 대해서는 더욱 알차게 여름호 기사에서 찾아뵙겠습니다. 풀이가 너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3Blue1Brown채널의 solution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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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피직스 2019 봄호
작성자: 18-070 안준혁
분야: 고전역학
참고문헌:
[1]G. Galperin, 2003. Playing pool with π (The number π from a billiard point of view)
[2]X. M. Aretxabaleta, Marina Gonchenko, N.L. Harshman, Steven Glenn Jackson, Maxim Olshanii, G. E. Astrakharchik, 2017. Two-ball billiard predicts digits of the number PI in non-integer numerical bases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5199
[3]KAIST수학문제연구회 Math Letter 242-75 Articles 조환희, 원주율(Pi)과 Bouncing Balls
이미지:
[1]논문 [2]의 figure 2
동영상:
[1] https://youtu.be/4UhPTrHIprk
[2]https://youtu.be/jsYwFizhncE
[3]https://youtu.be/HEfHFsfGX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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