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0도보다 훨씬 낮은 극저온에서 얼지 않는 물이 있다
물이 0도에서 언다는 상식을 깨고, 먼지나 불순물 같은 빙결핵이 없을 때 영하 40도까지도 얼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과냉각' 현상의 물리학을 파헤친다.
편집부 · 2022년 3월 14일 · 읽는 데 4분
초등학교 과학 시간부터 우리는 하나의 절대적인 진리를 배운다.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고, 0도에서 언다." 그래서 겨울철에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 길가에 고인 물이 꽁꽁 얼어붙어 빙판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우주의 법칙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면 어떨까? 유튜브에서 냉동실에 오랫동안 넣어둔 생수병을 꺼내 탁! 하고 충격을 주자, 찰랑거리던 투명한 액체 물이 순식간에 하얀 슬러시 얼음으로 확 얼어붙어 버리는 '마술' 같은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하의 냉동실 안에서 이 물은 어떻게 꽁꽁 얼어 터지지 않고 투명한 액체 상태로 버티고 있었던 걸까? 영하 40도의 지독한 추위 속에서도 물을 액체로 존재하게 만드는 물리학의 기괴한 상태, '과냉각(Supercooling)'의 비밀을 파헤쳐 보자.
얼음이 되기 위한 조건, 빙결핵(Nucleation Site)
물(H2O) 분자들이 액체 상태일 때는 클럽에서 춤을 추듯 서로 부딪히며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온도가 0도 아래로 떨어져서 얼음이 된다는 것은, 이 분자들이 춤을 멈추고 서로 차곡차곡 손을 잡고 뻣뻣한 '육각형의 얼음 뼈대(결정)'를 만든다는 뜻이다. 그런데 분자들은 자기들끼리 맨바닥에서 허공에 뼈대를 세우는 것을 지독하게 힘들어한다. 물이 얼음 뼈대를 조립하려면, 반드시 뼈대의 기초 공사가 될 수 있는 '씨앗'이 필요하다. 물속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 불순물, 미네랄' 같은 것들이 바로 이 얼음 씨앗(빙결핵, 불균일 핵생성) 역할을 해준다. 우리가 먹는 수돗물이나 강물에는 이 불순물 씨앗이 득실득실하기 때문에 0도만 되면 얼씨구나 하고 불순물 주변으로 물 분자들이 들러붙어 쉽게 얼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완벽하게 깨끗한 물의 고집, 과냉각(Supercooling)
그렇다면 증류수처럼 불순물과 먼지가 완벽하게 '100% 제거된 순수한 물'을 진동이 없는 냉동실에 아주 조심스럽게 식히면 어떻게 될까? 온도가 0도, 영하 10도, 영하 30도로 끔찍하게 떨어져도 물 분자들은 얼음 뼈대를 세우지 못한다. 주변에 뼈대의 기초를 놓을 '먼지(빙결핵)'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너무 추워서 덜덜 떨며 얼음이 되고 싶어도, 시작점이 없어서 억지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이 기괴하고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를 바로 '과냉각'이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완벽하게 통제된 순수한 물은 무려 '영하 42도(균일 핵생성 온도)'까지 떨어져야만 분자들 스스로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억지로 얼음 결정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마술의 트릭, 찰나의 충격과 연쇄 반응
과냉각 상태의 물은 폭발 직전의 다이너마이트처럼 극도로 불안정(준안정 상태)하다. 살얼음판을 걷는 이 물병에 손가락으로 '탁!' 하고 딱밤(물리적 충격)을 때리거나, 뚜껑을 열어 공기 중의 먼지 한 톨이 퐁당 빠지는 순간 폭주가 시작된다. 충격으로 인해 생긴 미세한 파동이나 먼지 하나가 순간적으로 강력한 '얼음 씨앗(빙결핵)' 역할을 해버린다. 그러면 영하 10도에서 억지로 춤을 추던 물 분자들이 그 씨앗을 중심으로 미친 듯이 달라붙으며, 단 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에 병 전체가 촤르르륵 하고 얼음(슬러시)으로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얼어붙는 것이다.
과냉각이 쏟아내는 얼음 폭탄, 우박
이 기괴한 과냉각 현상은 실험실이나 유튜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지구의 대기권 상층부, 먹구름 꼭대기는 온도가 영하 20~30도에 달하지만 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들은 꽁꽁 얼지 않고 이 '과냉각 액체' 상태로 버티고 있다. 그러다가 강한 상승 기류를 타고 날아온 미세한 얼음 알갱이(씨앗)와 이 물방울이 꽝 부딪히는 순간, 과냉각 물방울들이 그 알갱이 위로 순식간에 겹겹이 얼어붙으면서 돌멩이만 한 크기로 커져 땅으로 쏟아지게 된다. 이것이 매년 농작물을 박살 내고 자동차 유리를 깨부수는 끔찍한 기상 재해, '우박(Hail)'이 탄생하는 끔찍한 원리다. ![매끄러운 과냉각 액체 물병이 손가락으로 유리를 튕기는 순간 즉시 단단하게 얼어붙는 분할 화면으로 물리적 충격으로 인한 즉각적인 얼음 결정화를 보여줍니다](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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