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환경이 유전자를 바꾼다?_네덜란드 대기근

‘인간 게놈 프로젝트’, 인류가 ‘유전자’라는 개념을 알게 된 이래 진행된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 1990년 시작되어 15년동안 진행할 계획이었던 이 프로젝트는,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통해 13년만인 2003년 완성되었다.


1865년 멘델이 처음으로 유전자에 대해 발표한 이후 ‘유전자’에 대해 많은 것들이 하나씩 밝혀져 왔다. 그 과정에서 굉장히 혁신 적인 발견이 몇 차례 있었다. 왓슨과 크릭의 DNA 발견, 바버라 맥클린톡의 트랜스포존 발견 등 많은 혁명적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이 책에는, 현재 생물학계의 큰 한 획이 될 개념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후성유전학’이다. 아마 많은 이들에게는 이 말이 조금 생소할 것이다.

후성유전학이란, 염기서열에 변화가 없지 개체의 표현형이 바뀌게 하는 변화를 말한다. DNA 분자를 메틸화 하거나, DNA를 감싸는 히스톤에 아세틸기나 메틸기 등 여러가지 반응기를 첨가하는 등의 반응을 통해 염기서열 변화 없이 표현형에 변화가 생긴다.


네덜란드 대기근


첫 번째 소개할 내용은 ‘네덜란드 대기근’이다. 유전자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기근 이야기를 하니 뜬금없어 보일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사건은 우리 몸의 수많은 형질이 단순히 염기서열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무언가’에 의해서도 변화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지어 그 ‘후천적’인 변화가 다음 세대에 전달되기까지 한다. 아마 지금까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배운 ‘’후천적인 변화는 유전되지 않는다.”라는 개념을 깨부수는 말이겠다.


네덜란드 대기근은 제2차 세계 대전의 마지막 겨울에 나치가 네덜란드에 공급되던 연료와 식량을 봉쇄함으로써 수많은 사람이 거의 아사직전으로 내몰았던 사건이다. 약 2만 2000명이 굶어 죽을 만큼 심각하게 궁핍한 시기였다.

하지만 이 시기 이후, 매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 이 일은 대기근 당시 임신했던 여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당시 임산부였던 많은 산모들은 체중이 평균보다 적게 나가는 태아를 출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까지는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로 보인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임신 초기 3개월에 기근을 겪은 산모는 정상 체중의 아기를 출산한 경우가 많았고, 그 다음 3개월에 기근을 겪은 산모는 정상 체중보다 적게 나가는 아기를 출산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임신 초기의 영양실조는 임신 중 후반부에 많은 영양섭취를 통해 보충할 수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특이한 점은, 임신 초기에 기아를 겪고 난 뒤 정상 체중으로 태어난 아기는 자라게 되면 성인병이나 비만의 확률이 높았다고 한다. 더 특이한 점은, 이 사람이 낳은 아기는, 평균 체중보다 높은 체중으로 태어났다.

임신 초기, 배아의 여러가지 유전적 특성이 발현할 시기에 ‘기아’라는 특별한 외부 환경조건이, 유전자의 서열을 바꾸지 않고도 ‘어떤 표시’를 만들었다. 이 표시는 염기 서열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메틸기를 표시하거나, 히스톤에 다양한 변화를 주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가지고 태어난 아기는 당장 태어날 때는 변화가 없지만, 이 변화된 유전자는 후에 영향을 미친다. 또 이미 변화된 유전자를 가진 상태로 생식세포를 형성하기에, 그 생식세포를 받아서 태어난 후세대 역시 변화가 생긴다. 그 변화는 체중의 증가로 나타났다.


후성유전학과 유전자 발현

위와 비슷한 주제로, 우리 학교에서도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2018년 R&E 중 KSA 권창섭 선생님의 지도 아래 진행한 연구에서는, 효모를 이용하여 일종의 ‘기근’ 상태를 만들고, 유전자 발현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인간과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영양분이 풍부한 배지에서 영양분이 부족한 배지로 갑자기 옮겨진 효모와, 전에 영양분이 부족한 배지에서 한번 길러진 후, 다시 영양분이 풍부한 배지에서 자라고, 마지막으로 영양분이 부족한 배지에 다시 옮겼을 때는 영양분이 부족한 배지를 처음 경험하는 효모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영양분이 부족한 배지를 이미 한번 ‘경험’한 효모는 영양분이 부족한 환경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유전자 발현량이 증가하였다. 기근을 경험한 인간의 후세대에서 비만이 나타나는 것과 유사하다. 비만은 영양분이 부족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일어난 변화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예를 든 네덜란드 대기근과, 효모를 통한 연구를 통해서, 환경의 변화가 후성유전학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외부적인 변화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그것이 후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기존의 상식을 깬다.

후성유전학은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은 학문인 만큼,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고 아직까지 연구할 것도 많다. 후성유전학은 암과 같은 수많은 질병에도 응용되는 학문인 만큼, 앞으로 무궁무진한 후성유전학의 세계가 기대된다.

바라던 Bio 2019 봄호


작성자: 18-018 김보현

분야: 후성유전학


참고문헌:

[1] 네사 캐리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해나무,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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