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푸른 세상 이야기
우리가 매일 보는 하늘과 바다는 왜 파란색일까? 태양 빛이 대기의 입자와 부딪혀 흩어지는 '레일리 산란'의 광학적 비밀을 파헤친다.
편집부 · 2023년 9월 14일 · 읽는 데 4분
인류가 우주로 나가 지구를 처음 뒤돌아봤을 때, 유리구슬처럼 빛나는 '푸른색(Pale Blue Dot)'의 아름다움에 숨을 죽였다. 머리 위로 펼쳐진 청명한 가을 하늘도, 발아래 일렁이는 깊은 바다도 온통 파란색이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이 세상을 푸른빛으로 인식하지만, 사실 태양에서 날아오는 빛은 모든 색깔이 다 섞여 있는 '투명한 흰색(백색광)'이다. 공기도 투명하고 바닷물도 투명한데, 도대체 투명한 것들이 모여서 어떻게 이토록 짙푸른 색감을 만들어내는 걸까? 우주에서 쏟아지는 빛의 알갱이들이 지구의 공기 분자들과 충돌하며 빚어내는 가장 거대하고 아름다운 광학적 당구 게임,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의 마법을 뜯어보자.
파장이 짧은 파란빛의 충돌, 레일리 산란
태양 빛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을 모두 품고 있다. 여기서 빨간색은 파장(보폭)이 길어서 성큼성큼 걷고, 파란색은 파장이 짧아서 종종걸음으로 미친 듯이 요동치며 날아온다. 이 빛들이 지구를 감싸고 있는 대기권(질소와 산소 분자)에 진입하면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보폭이 긴 빨간빛은 공기 분자라는 장애물을 훌쩍훌쩍 넘어 무사히 땅까지 도달하지만, 종종걸음을 치는 파란빛은 콩알만 한 공기 분자들에 쉴 새 없이 꽝꽝 부딪히며 사방팔방으로 튕겨 나간다. 이렇게 파장이 짧은 빛일수록 공기 중에서 미친 듯이 흩어지는 현상을 '레일리 산란'이라고 부른다. 온 하늘을 가득 채우며 튕겨 다니는 이 파란색 빛 부스러기들이 우리 눈에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노을은 왜 붉게 타오를까?
그렇다면 해가 질 때(일몰) 하늘은 왜 붉게 물들까? 한낮에는 태양이 머리 위에 있어서 빛이 통과해야 하는 대기층이 짧다. 하지만 저녁이 되면 태양이 지평선 쪽으로 내려가면서, 빛이 우리 눈까지 오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공기층의 두께가 낮보다 훨씬 두꺼워진다. 이 두꺼운 공기벽을 통과하는 동안, 파란빛은 너무 많이 부딪히고 흩어지다 못해 우리 눈에 닿기도 전에 공중에서 다 소멸해버린다(산란되어 날아감). 결국 그 지독한 공기벽을 뚫고 끝까지 살아남아 우리 눈에 도달하는 악바리 빛은 보폭이 가장 긴 '붉은빛'밖에 남지 않게 된다. 붉은 노을은 파란빛이 장렬하게 산화하고 남은 빛의 생존자다.
바다가 파란 진짜 이유
바다가 파란 이유는 흔히 "하늘을 반사해서"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바닷물 자체도 빛을 골라내는 거대한 거름망이다. 컵에 담긴 물은 투명하지만, 바다처럼 물이 수십 미터로 깊어지면 빛이 물속을 뚫고 들어갈 때 흡수 현상이 일어난다. 붉은색이나 노란색 빛은 물 분자에게 에너지를 뺏기며 표면에서 10~20미터만 들어가도 완전히 흡수되어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에너지가 강한 파란빛은 물속 깊은 곳까지 뚫고 들어갔다가, 물속의 부유물에 부딪혀 다시 튕겨 나와 우리 눈에 들어온다. 바다가 깊을수록 붉은빛은 완벽하게 잡아먹히고 짙푸른 빛만 반사되기 때문에 심해는 검푸른 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보라색 하늘은 왜 없을까?
물리학적으로 따지면 파란색보다 파장이 더 짧은 '보라색' 빛이 공기 중에서 제일 많이 흩어지므로(산란), 하늘은 보라색이어야 맞다. 하지만 태양 자체가 파란빛을 보라빛보다 훨씬 많이 내뿜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인간의 눈(망막의 원추세포)이 보라색보다 파란색에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우리 뇌가 하늘을 파란색으로 인식(보정)하는 것이다.
남은 과제
화성의 하늘은 파란색이 아니라 붉은 칙칙한 버터스카치 색이다. 화성의 대기는 너무 얇고 공기 대신 붉은 산화철(녹슨 먼지)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며 빛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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