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지식더하기 적게 먹어야 오래 산다

배를 곯을 때 깨어나는 장수 유전자 '시르투인'과, 쓰레기 단백질을 재활용하는 '오토파지' 메커니즘을 통해 소식(Caloric Restriction)이 노화를 막는 생물학적 이유를 분석한다.

편집부 · 2022년 6월 18일 · 읽는 데 4분

노화 방지 생물학, 굶주린 인간 세포에서 미친 듯이 수리하는 사람처럼 행동하여 손상된 DNA 가닥을 미친 듯이 고쳐 세포를 젊고 살아있게 유지하는 빛나는 '시르투인' 효소를 보여주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생물학적 일러스트레이션
노화 방지 생물학, 굶주린 인간 세포에서 미친 듯이 수리하는 사람처럼 행동하여 손상된 DNA 가닥을 미친 듯이 고쳐 세포를 젊고 살아있게 유지하는 빛나는 '시르투인' 효소를 보여주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생물학적 일러스트레이션

옛날 어른들은 "밥을 배부르게 먹지 말고 8분(80%)만 채우라(소식다작)"고 잔소리를 했다. 단순히 살이 찌지 말라는 다이어트 조언 같지만, 생물학자와 노화 연구자들에게 이 말은 기적의 불로초를 얻는 가장 완벽하고 과학적인 처방전이다. 효모부터 초파리, 쥐, 심지어 붉은털원숭이에 이르기까지, 먹이를 평소보다 30% 확 줄여서 굶겼을 때(칼로리 제한, Caloric Restriction) 수명이 획기적으로 연장되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생물학계에서 유일하게 입증된 만고불변의 진리다. 밥을 든든하게 먹어야 건강할 것 같은데, 왜 인체는 배를 곯으며 굶주려야만 노화를 멈추고 젊어지는 걸까? 가혹한 기아 상태에서 스위치가 켜지는 내 몸속의 장수 유전자와 생화학적 수리 공장의 비밀을 파헤쳐 보자.

굶주림의 알람, 장수 유전자 시르투인(Sirtuin)

우리가 밥을 잔뜩 먹고 배가 부르면, 세포들은 "오예, 밥이 널렸다!" 하고 에너지를 펑펑 쓰며 미친 듯이 분열(성장)한다. 세포가 빠르게 분열할수록 DNA에는 상처가 쌓이고 노화가 급격하게 덮쳐온다(낡아버림). 그런데 갑자기 밥을 30% 굶기면 상황이 180도 뒤집힌다. 세포 안에 에너지가 뚝 끊기면(NAD+ 증가), 세포 깊은 곳에서 긴급 비상벨이 울리며 '시르투인(Sirtuin)'이라는 장수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진다. 시르투인은 마치 깐깐한 공장장처럼 성장을 올스톱 시키고, 방어 모드(생존 모드)로 전환한다. 돌아다니며 망가진 DNA를 미친 듯이 수리하고, 활성 산소를 방어하는 항산화 효소를 콸콸 뿜어내게 만든다. 세포가 늙지 않게 방부제를 쳐주는 것이다.

세포의 극단적 재활용, 오토파지(Autophagy)

배가 고프면 세포는 살기 위해 기괴한 짓을 시작한다. 더 이상 밖에서 밥(영양분)이 안 들어오니, 세포 안에 굴러다니는 '고장 난 미토콘드리아'나 '변성된 찌꺼기 단백질'들을 주워 모아 캡슐(오토파고좀)에 가둔 뒤 맹독성 소화액으로 녹여버린다. 그리고 그 쓰레기를 쪼개서 다시 자기가 먹고살 에너지로 싹 다 재활용(리사이클)해 버린다. 이 극단적인 자가 포식 현상을 '오토파지(Autophagy, 스스로 먹다)'라고 부른다.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이 마법의 청소기 덕분에, 굶주린 세포 안의 치매 원인 물질이나 노화 찌꺼기들이 깨끗하게 싹 청소되어 몸이 회춘하게 되는 것이다. 왼쪽에는 거대한 잔치를 벌여 세포를 게으르고 유독한 쓰레기로 가득 차게 만드는 사람을, 오른쪽에는 단식을 통해 세포가 생존을 위해 격렬하게 자신의 쓰레기를 먹어 치우는 사람(자가포식)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

인슐린을 잠재우는 마법

현대인의 노화를 가속하는 가장 무서운 암살자는 밥과 빵(탄수화물)을 먹을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인슐린'이다. 인슐린이 혈관에 가득 차면 뱃살(지방)을 찌울 뿐만 아니라, 세포에 염증을 일으키고 노화 스위치(mTOR)를 강제로 켜버린다. 적게 먹거나 간헐적 단식을 하면 인슐린 수치가 바닥으로 뚝 떨어지면서 췌장이 휴식을 취하게 되고, 혈관 속의 염증들이 씻은 듯이 가라앉게 된다. 만병의 근원인 대사 증후군의 불씨를 굶주림으로 짓밟아 버리는 것이다.

배부름은 진화의 독이다

인류는 300만 년 동안 굶주림과 사투를 벌이며 진화해 왔다. 그래서 우리의 DNA는 며칠 굶었을 때 뇌세포가 극도로 맑아지고 몸을 수리하는 '기아 적응 시스템'이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다. 하루 세끼 고기를 배 터지게 먹는 배부른 현대의 삶은 우리 유전자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끔찍한 생화학적 과부하(독성) 상태인 것이다. 세포가 스스로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빛나는 거품 속에 가두고 산으로 용해시켜 원료를 새롭고 신선한 부품으로 재활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가포식'의 미세한 다이어그램

남은 과제

인간이 평생 밥을 30% 굶고 사는 것은 너무나 끔찍하고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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