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관계를 통한 생존
모든 생물들은 종족 보전과 생존을 위해 다양한 생존 전략을 펼치는데요, 이 중에는 둘 이상의 생물이 서로간의 상생을 위해 협력하는 관계, 즉 공생 관계를 맺고 있는 생물들도 있습니다. 개미와 진딧물, 말미잘과 흰동가리, 콩과 뿌리혹박테리아, 악어와 악어새 등 우리 주변의 공생 관계, 특히 서로 이득을 얻는 상리공생 관계들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 <베놈>에 나오는 인간과 심비오트(가상의 생물)도 공생 관계라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과연 인간과도 공생 관계를 맺고 있는 생물이 있을까요? 흔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정답은 “매우 많다”입니다. 인간은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외에도 소나 말 등의 가축 등 다양한 생물들과 공생 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생물과도요! 이 글에서는 위의 예시들보다 적게 알려진, 하지만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내 미생물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장내 미생물총이란?
장내 미생물총 (Gut flora, Gastrointestinal microbiota)이란, 인간이나 다른 동물들의 소화관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의 집합을 의미합니다. 물론 인간의 몸 속 다른 많은 곳에서도 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지만, 가장 다양하고 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는 곳은 대장 속입니다. 대장 속 물질 1g당 10^12 마리가 존재하며, 300에서 1000종의 박테리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박테리아의 비율은 개인마다 크게 차이가 있으며, 맹장 이외의 부분에서는 혐기성 박테리아가 99%를 차지합니다.
대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박테리아 중 친숙한 종류로는 Escherichia coli (대장균, 100%), Staphylococcus areus (황색포도상구균, 30~50%), Lactobacillus (유산균, 20~60%) 등이 있습니다 (괄호 안 %수치는 발견 비율). 대장균은 쉽게 번식하고 유전적으로 단순해 실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박테리아이며, 변종 중 극히 일부는 식중독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황색 포도상구균 또한 식중독의 원인이 되고, 유산균 같은 경우에는 발효에 사용됩니다.
장내 미생물총의 기능
이렇게 많은 미생물들이 몸 안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기에 인간과 공생관계에 있다고 부르는 것일까요? 처음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 과학자들은 미생물들의 기능은 세 가지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장내 미생물은 병원체를 직접적으로 억제합니다. 미생물들은 장 내에 군집을 형성하고 영양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경쟁자를 죽이거나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병원체들은 장 내에서 번식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됩니다.
장의 보호막과 면역 체계를 발달시킵니다. 장내 미생물은 생후 1~2년 내에 성인과 비슷한 구성을 갖추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창자의 상피 조직과 점막도 함께 발달하게 됩니다. 또한 장내 미생물총은 사이토카인(cytokine, 세포 간 신호물질)의 분비를 조절하고, 항체의 분비를 조절하는 등 면역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사활동을 통해 소화계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물질을 소화합니다. 섬유나 젖당 등 특정 탄수화물을 지방산으로 발효시켜 소화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기도 하고, 특수한 비타민을 합성하기도 하며, 금속의 흡수를 돕기도 합니다.
이후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총의 다른 기능들이 밝혀졌고, 현재도 꾸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추가적으로 밝혀진 기능으로는 약물이나 독성 물질을 분해, 호르몬 등을 통한 중추 신경계와의 신호전달 등이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장내 미생물과 정신적, 사회적 측면 간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시도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신경써 주세요
장내 미생물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다양한 변인으로는 항생제의 사용, 임신, 나이, 지역 등이 있지만, 우리가 조정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단연 식습관일 것입니다.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의 장에서는 일반적인 사람보다 적은 미생물 종들이 발견되며, 병원성을 띠는 미생물들이 더 많이 검출됩니다. 또한 탄수화물을 주로 먹는 사람의 장에서는 Provotella에 속하는 박테리아가 주로 발견되며, 단백질과 지방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에게서는 Bacteroides에 속하는 박테리아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최근에는 현대인의 질병들 중 일부가 미생물총에 비해 급격하게 변화한 식습관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우리 몸 안에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미생물들은 단순히 얹혀 사는 것이 아닌, 인간의 신체와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기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크리스마스나 기념일에 혼자 있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당신은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혼자였던 적이 없답니다.
바라던 바이오 2019 봄호
작성자: 18-105 정현우
분야: 미생물학 (Microbiology)
참고문헌:
[1] Wikipedia - Gut flora
https://en.wikipedia.org/wiki/Gut_flora
[2] Kenneth Todar (2012). "The Normal Bacterial Flora of Humans". Todar's Online Textbook of Bacteriology. Retrieved June 25, 2016.
이미지:
[1] https://1boon.kakao.com/pnn/5b9606a4ed94d200012bc12f
[2] http://www.bluestars.co.kr/xe/undersea_gallary/1519
[3] https://darkfoto.tistory.com/714
[5] https://www.bmj.com/content/361/bmj.k2179
[6] https://newatlas.com/gut-bacteria-microbiome-revolutions-round-up/55786/#gallery
동영상:
[1] Kurzgesagt - In a Nutshell - "How Bacteria Rule Over Your Body - The Microbiome" (2017.10.5,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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