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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더하기] 양자역학, 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니?

2019년 3월 30일 업데이트됨

고전역학이 물리학의 주류를 지배하던 시대, 뉴턴의 F=ma라는 위대한 방정식과 맥스웰의 방정식이 완성되면서 물리학자들은 물리학의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피에르 라플라스(Pierre Simon de Laplace, 1749~1827)는 물리학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죠.

하지만 1900년대 초에 이르면서, 고전역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속속 발견되고, 이는 새로운 역학들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925년 무렵부터 독일의 막스 보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 1901~1976), 파울리(Wolfgang Ernst Pauli, 1900~1958), 파스쿠알 요르단(Pascual Jordan, 1902~1980) 등이 행렬역학,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 1887~1961)가 파동역학을 제안했습니다. 행렬역학과 파동역학 모두 그동안 난관에 부딪혔던 현상들을 아주 탁월하게 설명해냈습니다. 여기에 영국의 폴 디랙(Paul Adrian Maurice Dirac, 1902~1984)이 제안한 새로운 이론이 덧붙여졌죠. 결국 이 세 가지 모두 같은 역학 이론임이 밝혀졌고, 막스 보른은 이 새로운 역학에 ‘양자역학’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플랑크 곡선

양자역학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이론은 이때까지 문제가 되었던 현상들을 잘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이상하게도 철학적인 문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운동량과 위치를 둘 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데, 이는 우리가 측정이라는 행동의 근본적인 불확실성과 우리가 ‘안다’라는 것의 한계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양자역학의 다른 방정식들은 ‘해석’에서 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은 양자 상태를 기술하기 위해 ‘파동함수’라는 수학적인 장치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아무도 그 파동함수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때까지 고전역학에서 사용된 법칙들에 있는 변수들은 명확히 의미하는 바가 있었지만, 양자 세계에서는 다릅니다. 양자역학적 식들은 우리의 직관과는 많이 벗어나는 것이 많으며, 같은 식을 두고도 여러 개의 해석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해석들이 있을까요?


슈뢰딩거 방정식(시간 비의존 형태).

코펜하겐 해석


코펜하겐 해석은 과학계에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해석입니다. 당시 아인슈타인 등 기성 물리학자들의 양자역학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코펜하겐에서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를 중심으로 양자역학의 표준적인 해석을 체계화하려 애쓴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양자역학이 무얼 의미하는지를 알아야 반박도 하고 설득도 할 수 있었던 것이었죠. 코펜하겐 해석은 상보성 원리, 즉 어떤 물질이 A, B라는 성질을 가진다면 한 상태에서 A나 B 성질만 가질 수 있고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는 원리에 기초합니다.

코펜하겐 해석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파동함수의 절댓값 제곱이 입자가 발견될 확률밀도함수라는 것, 그리고 중첩 상태로 나타내는 체계는 측정이 시행되는 순간 하나의 상태로 확정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상자가 닫혀 있을 때, 고양이의 상태는 죽은 고양이의 상태와 살아있는 고양이 상태의 중첩(반쯤 살아있는 고양이)으로 나타내지만, 상자를 열어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순간 두 가지 상태 중의 하나로 확정됩니다. 그러나 아직 그 사람의 측정결과를 알지 못하는 또 다른 관측자에게는, 아직 고양이는 중첩 상태에 있습니다. 이것은 고양이의 상태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관측자와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 고양이는 중첩 상태에 있다.

이러한 설명은 일상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우리의 상식으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현실에서 고양이는 우리가 관측하든 관측하지 않던, 죽어 있거나 살아있습니다. 코펜하겐 해석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태양과 달이 관측할 때만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우리의 상식과 일치하지 않는 이런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은 여러 과학자들은 새로운 해석을 제안했습니다.


에버렛 해석(여러 세계 해석)

1972년 코펜하겐 해석에 반대하던 휴 에버렛(Hugh Everett III, 1930~1982)은 여러 세상 해석을 제안했습니다. 코펜하겐 해석에서 측정을 통해 파동함수가 붕괴된다는 설명이 수학적으로 엄밀하지 못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이 이론은 다중 우주 이론을 사용합니다. 여러 세상 해석에서는 서로 다른 여러 상태가 중첩 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여러 세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측정하는 것은 여러 세계 중에서 하나의 세계를 선택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여러 세계 해석에 의하면, 상자 속의 고양이는 죽어 있는 고양이와 살아있는 고양이가 섞여 있는 중첩 상태가 아니라,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어 있는 고양이가 모두 존재합니다. 관측자가 상자를 열어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순간, 우주는 살아있는 고양이를 포함한 우주와 죽어 있는 고양이를 포함한 두 개의 우주로 분리되어, 관측자는 살아있는 고양이와 함께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거나, 죽어 있는 고양이와 함께 또 다른 우주를 형성합니다.


상자를 열자 우주는 두 개로 나뉘었다.

이 이론대로라면, 우리 몸속의 수많은 입자 하나하나는 지금도 새로운 우주를 무수히 많이 만들고 있는 것이겠죠. 다만, 이를 증명할 방법은 현재로선 없습니다.


앙상블 해석


앙상블 해석은 양자 물리학의 확률의 문제를 통계적으로 해석합니다. 파동함수가 담고 있는 것은 단일한 계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똑같이 준비된 여러 계의 확률에 대한 경향이라는 것입니다.


앙상블 해석에서는 파동함수가 한 입자의 상태를 나타낸다고 보는 대신, 동일하게 준비된 여러 계를 생각하여 반복되는 실험에서의 확률 분포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다시 말해 상자 속의 고양이가 살아있을 확률이 50%이고 죽어 있을 확률이 50%라는 것은, 한 마리의 고양이가 죽은 상태와 살아있는 상태가 중첩된 상태에 있다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고양이가 같은 상태에 있을 때 그중의 반은 죽어 있고 반은 살아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방사성 원소와 고양이가 든 상자가 1억 개 있을 때, 한 시간 후에 그중의 5,000만 상자의 고양이는 살아있고 나머지 5,000만 상자 속의 고양이는 죽어 있습니다.


주사위 하나가 1에서 6이 중첩된 것이 아니라 많은 주사위들 중 1/6 정도가 1을 가리키는 거겠죠.

앙상블 해석을 전자와 같은 작은 입자들에도 적용하면 이해하기 어려웠던 많은 문제가 쉽게 이해되는 듯 보입니다. 앙상블 해석을 적용하면 확률함수는 전자가 다른 에너지를 가지는 여러 가지 상태로 중첩되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전자가 여러 가지 다른 상태에 있을 확률을 나타낸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코펜하겐 해석에서 주요한 문제가 되는 ‘파동함수의 붕괴’라는 문제를 피할 수 있죠.


그러나 이러한 앙상블 해석을 받아들이면 양자물리학이 입자 하나의 물리적 상태를 수학적으로 기술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숨은 변수 이론


아인슈타인이 앙상블이론을 발전시켜 제안한 이론으로, 양자 물리학에서 입자 하나하나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은 입자의 상태를 결정하는 변수를 우리가 다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양자물리학이 결정론적이지 않고 확률을 포함하게 된 것은 입자 하나하나의 상태를 결정하는 숨은 변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제대로 몰라서 그렇다는 거죠.


늬들이 뭘 몰라서 그런 거야 임마.

파동함수 자체가 불완전한 것으로 간주하며, 물리적 대상, 예를 들어 전자는 측정하기 이전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데 단지 현재로서는 인간이 전자의 측정 이전의 상태를 알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여 알 수 없을 뿐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이미 실험을 통해 틀림이 밝혀졌습니다.


드브로이-봄 이론


드브로이-봄 이론(de Broglie–Bohm theory) 또는 파일럿 파동 이론(pilot-wave theory)이라고도 불립니다. 데이비드 봄이 주장한 것으로, 봄 해석에서는 여러가지 가능한 상태를 나타내는 파동함수 이외에 관측되지 않는 상태에서도 존재하는 실재의 상태(configuration)를 가정합니다. 대신에 전자(혹은 입자)는 이동하기 전에 파동을 내보내고(파일럿파) 전자(혹은 입자)는 이 파동을 타고 이동한다는 것입니다. 이 해석이 코펜하겐 해석보다는 좀 덜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파일럿파는 관측되지 않을뿐더러 입자보다 먼저 움직이는 파동이므로 앞으로도 관측할 수 없습니다.



서울 해석


양자역학의 해석은 외국 것만 있다는 편견을 버립시다. 우리에겐 ‘서울 해석’이 있습니다!


서울 해석은 1986년부터 장회익과 여러 한국의 물리학자, 철학자들이 모여서 만들어가고 있는 해석으로서 현재까지도 발전해 나가고 있는 해석입니다. 이 해석의 장점은 상보성 원리나 불확정성 원리 등을 도입하지 않고 양자역학을 이해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입니다. 이 해석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물리적인 대상에는 확률이 존재하지 않고 인식에만 확률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측정하는 순간 세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불연속적으로 새로 시작한다고 봅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죠?)



이외에도 아래의 수많은 해석들이 존재합니다.


숨은 변수 이론 (Local hidden variable theory)

적신 이론 (Bare theory)

코펜하겐 해석 (Copenhagen interpretation of quantum mechanics, CIQM)

다세계 해석 (Many-world interpretation, MWI)

다정신 해석 (Many-minds interpretation, MMI)

마음/물질 결합 이론

서울 해석 (Seoul interpretation of quantum mechanics, SIQM)

앙상블 해석 (Ensemble interpretation of quantum mechanics, EIQM)

이타카 해석 (Ithaca interpretation of quantum mechanics, IIQM)

정합적 역사 관점 (Consistent history perspectives, CHP)

프린스턴 해석 (Pondicherry interpretation of quantum mechanics, PIQM)

양자중력공간 이론 (A Theory of Quantum Gravity Space, QGS)


여러가지 해석들의 차이점을 정리한 표.

맺음


리처드 파인만이 “양자역학을 완전히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한 것처럼, 양자역학 이론들을 해석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이 기사에서 다룬 해석들은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으며, 어느 이론이 옳다고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양자역학을 해석하는 일은 대단히 철학적이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이론들을 적용하면 현실 세계를 조금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기에, 현재 과학계에서는 철학적 논쟁은 뒤로하고 계산과 활용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신만의 새로운 해석을 하나 만들어 저 리스트에 추가해 보는 건 어떨까요?


필요한 피직스 2019 봄호


작성자: 19-057 여승현

분야: 양자역학


참고문헌

[1]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8514&cid=58941&categoryId=58960

[2]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71786&cid=58941&categoryId=58960

[3] https://en.wikipedia.org/wiki/Interpretations_of_quantum_mechanics

[4] https://ko.wikipedia.org/wiki/코펜하겐_해석


이미지

[1] http://m.sci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544 (아인슈타인)

[2] https://ko.wikipedia.org/wiki/흑체 (플랑크 곡선)

[3] https://busy.org/@hunhani/5sg1sh-chapter-11 (슈뢰딩거 방정식)

[4] https://ko.wikipedia.org/wiki/슈뢰딩거의_고양이 (코펜하겐 해석)

[5] http://therasophy.com/?p=96499 (에버렛 해석)

[6] http://www.cuzbay.com/p/542519770545 (주사위)

[7] https://en.wikipedia.org/wiki/Interpretations_of_quantum_mechanics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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