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지식더하기 양자역학이 틀렸다고

양자역학의 '확률과 얽힘'을 쓰레기 취급하며 공격했던 아인슈타인의 EPR 역설과, 결국 아인슈타인이 틀렸음을 증명해 버린 '벨의 부등식'의 치열한 물리학 논쟁을 다룬다.

편집부 · 2023년 10월 5일 · 읽는 데 4분

빛나는 입자 두 개가 은하계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으면서도 빛의 속도를 무시하는 마법처럼 보이지 않는 빛나는 실을 통해 즉각적으로 소통하는 '양자 얽힘'의 시각적으로 놀라운 표현
빛나는 입자 두 개가 은하계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으면서도 빛의 속도를 무시하는 마법처럼 보이지 않는 빛나는 실을 통해 즉각적으로 소통하는 '양자 얽힘'의 시각적으로 놀라운 표현

"관측하기 전에는 전자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확률로만 둥둥 떠다닌다." 닐스 보어와 양자역학 일당들의 이 미친 헛소리에 아인슈타인은 피꺼솟을 하며 분노했다. 아인슈타인에게 우주는 원인과 결과가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시계였다. 그에게 관측을 해야만 상태가 결정된다는 건 엉터리 마술쇼에 불과했다. 결국 1935년, 아인슈타인은 두 명의 천재 제자(포돌스키, 로젠)를 데리고 양자역학의 논리를 철저하게 박살 내버리기 위한 가장 완벽하고 날카로운 논리적 창, 'EPR 역설'을 던진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반격과, 수십 년 뒤 죽은 아인슈타인의 무덤에 확인 사살을 날려버린 존 벨(John Bell)의 끔찍한 수학 부등식 논쟁을 따라가 보자.

유령 같은 원격 작용, 양자 얽힘(Entanglement)

양자역학의 논리대로라면 아주 기괴한 현상이 가능해진다. 두 개의 전자(쌍둥이)를 특별하게 비벼서 '얽힘' 상태로 만들고, 하나는 지구에, 다른 하나는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로 보낸다. 얽힌 쌍둥이는 성질이 반대여야 하므로, 지구의 전자가 팽이처럼 '시계 방향(위)'으로 돌면, 안드로메다의 전자는 무조건 '반시계 방향(아래)'으로 돌아야 한다. 양자역학자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지구에 있는 전자를 내가 딱 '관측'해서 위로 도는 것을 확인하는 찰나의 순간!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던 안드로메다의 전자가 유령처럼 그 사실을 눈치채고 0.000001초 만에 즉시 '아래'로 도는 것으로 상태를 확정 짓는다."

아인슈타인의 분노, EPR 역설

아인슈타인은 이 주장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빛보다 빠른 건 우주에 없다며? 어떻게 지구에서 내가 상자를 열었다는 정보가 250만 광년을 뛰어넘어 안드로메다 전자에게 '빛의 속도보다 빨리(즉시)' 전달된단 말이냐? 이 바보들아!" 이것이 그 유명한 'EPR 역설'이다. 아인슈타인의 주장은 이랬다. "안드로메다 전자가 텔레파시를 받은 게 아니라, 사실 처음 지구에서 전자 두 개가 출발할 때부터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이미 다 정해져 있었던 거다! 너희 양자역학 놈들의 방정식이 너무 멍청하고 부족해서(숨은 변수 이론) 그 미리 정해진 운명을 계산하지 못할 뿐이다!" 왼쪽에는 우주가 예측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분노에 차서 칠판을 가리키는 아인슈타인을, 오른쪽에는 주사위를 떨어뜨려 불가능한 조화 패턴으로 착지시키는 웃고 있는 존 벨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

벨의 부등식, 운명의 심판대

아인슈타인의 반격은 너무나 뼈를 때려서 양자역학자들은 수십 년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철학적 말싸움만 이어지던 1964년, 천재 물리학자 '존 벨'이 이 싸움을 종식시킬 기가 막힌 수학 공식을 들고나왔다. "아인슈타인 말이 맞아서 처음부터 상태가 정해져 있었다면(숨은 변수), 전자의 방향을 수만 번 측정했을 때 나올 수 있는 통곗값은 무조건 특정 숫자(부등식) 이하여야 한다. 만약 이 숫자를 넘어가 버리면, 진짜로 두 전자가 텔레파시(양자 얽힘)를 주고받았다는 뜻이다." 즉, 아인슈타인이 맞는지 보어가 맞는지 실험으로 판가름할 '벨의 부등식' 판사님이 등장한 것이다.

결과 발표, 아인슈타인이 틀렸다

1982년 알랭 아스페(Alain Aspect) 등 후배 물리학자들이 벨의 부등식을 증명하기 위해 정밀한 레이저와 얽힌 광자(빛)를 쏘아 미친 듯이 관측 실험을 반복했다. 통계 버튼을 누르자 모니터에 찍힌 숫자는, 아인슈타인의 부등식 한계선을 시원하게 뚫고 올라가 버렸다! 아인슈타인이 틀렸다. 우주에는 미리 정해진 운명 따위는 없었고, 250만 광년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전자를 관측하는 순간 유령 같은 텔레파시(양자 얽힘)를 통해 반대쪽 전자의 상태가 즉각 붕괴한다는 닐스 보어의 양자역학이 완벽한 진리로 증명된 순간이었다. (이 실험을 한 학자들은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양자 동전이 들어 있는 두 상자를 보여주는 EPR 역설의 개념적 다이어그램. 한 상자를 열어 '앞면'을 찾으면 수백만 마일 떨어진 다른 상자는 강제로 '뒷면'이 됩니다](https://image.pollinations.ai/prompt/a%20conceptual%20diagram%20of%20the%20EPR%20Paradox%2C%20showing%20two%20boxes%20containing%20quantum%20c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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