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아스팔트 이대로 괜찮은가
현대 도시를 덮고 있는 까만 아스팔트가 어떻게 태양열을 뿜어내는 거대한 오븐이 되고, 타이어와 섞여 맹독성 미세플라스틱을 흩뿌리는지 환경적 한계를 고발한다.
편집부 · 2024년 2월 16일 · 읽는 데 4분
우리가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발을 딛게 되는 시커먼 바닥. 지구 표면을 거미줄처럼 뒤덮고 있는 '아스팔트(Asphalt)'는 현대 문명의 혈관(도로)을 완성한 1등 공신이다.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시커먼 찌꺼기에 모래와 자갈을 비벼 만든 이 물질은 값싸고, 시공이 빠르며, 자동차가 달릴 때 푹신하고 조용하다는 완벽한 장점을 가졌다. 그런데 이 검은색 융단이 기후 위기 시대에 도시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찜통이자, 소리 없는 독성 물질의 배출구라는 사실을 아는가? 뜨거운 태양열을 붙잡아두는 거대한 블랙홀이자 숨 막히는 열섬 현상의 주범, 아스팔트 도로의 숨겨진 환경 공학적 비극을 파헤쳐 보자.
태양을 머금은 거대한 오븐, 열섬 현상
여름철 한낮에 아스팔트 도로 위에 맨발로 서 본 적이 있는가? 화상을 입을 정도로 끔찍하게 뜨겁다. 아스팔트가 '검은색'이기 때문이다. 검은색은 태양에서 쏟아지는 빛 에너지를 반사하지 않고 90% 이상 싹 다 빨아들여 버린다. 이렇게 낮 동안 엄청난 열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킨 아스팔트는, 밤이 되면 머금고 있던 끔찍한 열기를 도시 공기 중으로 슬금슬금 토해내기 시작한다. 해가 져도 도시의 열대야가 식지 않는 이유가 바로 온 도시 바닥에 깔린 이 거대한 아스팔트 오븐(열섬 현상) 때문이다. 숲과 흙이 숨을 쉬던 땅을 시커먼 열기둥으로 막아버린 대가다.
물길을 막아버린 방수포, 도시 홍수
아스팔트는 물을 단 한 방울도 통과시키지 않는 완벽한 방수막이다. 옛날에는 비가 오면 빗물이 흙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고 땅을 식혀주었지만, 이제 빗물은 아스팔트 표면을 타고 미끄러져 곧바로 하수구로 돌진한다. 기후 변화로 집중 호우(스콜)가 쏟아지면, 하수구가 이 엄청난 빗물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물이 역류하고 강남역 한복판이 똥물에 잠기는 끔찍한 '도시 침수'가 벌어지는 것이다. 도로가 거대한 미끄럼틀이 되어 빗물을 흉기로 탈바꿈시킨 셈이다.
달릴수록 갈려 나가는 독성, 미세플라스틱
가장 끔찍한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중에 있다. 자동차의 무거운 타이어가 거친 아스팔트 위를 시속 100킬로미터로 마찰하며 달릴 때, 타이어와 아스팔트 표면은 마치 강판에 치즈를 가는 것처럼 미세하게 서로를 갉아먹는다. 이때 엄청난 양의 '타이어 및 도로 마모 입자(TRWP)'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최근 전 세계 바다를 뒤덮고 있는 미세플라스틱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빗물에 씻겨 강으로 흘러간 이 아스팔트와 타이어 찌꺼기 속의 맹독성 화학 물질(6PPD-퀴논)은 하천의 연어 떼를 몰살시키고 밥상을 통해 결국 인간의 혈관으로 돌아온다.
구멍 뚫린 도로, 투수성 포장의 등장
더 이상 시커먼 오븐을 방치할 수 없게 된 공학자들은 도로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자갈 사이의 틈(공극)을 메우지 않고 뻥뻥 뚫어놓아 빗물이 스펀지처럼 땅속으로 쏙 스며들게 만드는 '투수성 아스팔트'다. 비가 땅속으로 스며드니 홍수가 막아지고, 머금고 있던 수분이 증발하면서 에어컨처럼 도로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기막힌 쿨링 효과까지 가져온다. 최근에는 아예 아스팔트 겉면에 빛을 반사하는 밝은색 특수 페인트를 발라(쿨 페이브먼트) 태양열이 도로에 스며들지 못하게 튕겨내 버리는 기술도 도입되고 있다.
남은 과제
구멍이 뚫린 투수성 아스팔트는 물이 잘 빠지지만 내구성이 치명적으로 약해서, 무거운 덤프트럭이 몇 번 지나가면 도로가 부서지거나 구멍에 먼지가 꽉 차서 숨통이 막혀버린다. 물은 통과시키면서도 강철처럼 튼튼한 모순적인 물성을 지닌 차세대 도로 소재를 발명하는 것이 건설 화학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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