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심우주 항해의 기술
화학 연료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온을 쏘아 10년을 날아가고, 행성의 중력을 훔쳐 속도를 높이는 심우주 탐사선들의 기상천외한 우주 항법을 분석한다.
편집부 · 2022년 2월 13일 · 읽는 데 4분
지구에서 달까지는 며칠이면 가지만, 태양계의 끝자락인 명왕성이나 그 너머의 '심우주(Deep Space)'로 가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우주여행에서 가장 큰 문제는 '기름(연료)'이다. 우주선이 빨리 가려면 뒤로 연료를 엄청나게 뿜어내야 하는데, 연료를 많이 실으면 우주선이 너무 무거워져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끔찍한 딜레마(로켓 방정식)에 빠진다. 그렇다면 연료통 하나 제대로 싣지 못한 보이저호나 뉴호라이즌스호 같은 탐사선들은 어떻게 태양계를 벗어날 정도로 미친 속도를 낼 수 있었을까? 허공에 화학 연료를 뿌리며 날아가는 야만적인 방식을 버리고, 원자를 이온화시켜 쏘고 행성의 중력을 훔쳐 달아나는 우주 공학자들의 가장 우아하고 치밀한 '심우주 항해술'을 파헤쳐 보자.
화학 로켓의 종말, 그리고 이온 엔진(Ion Thruster)
우리가 흔히 아는 우주선은 꽁무니에서 시뻘건 불기둥을 뿜어낸다(화학 로켓). 이 방식은 뻥! 하고 터지는 순간적인 힘(추력)은 어마어마하지만, 연료를 미친 듯이 퍼마시기 때문에 불과 몇 분이면 기름통이 바닥나버린다. 심우주를 가기 위해 과학자들은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고 10년 동안 주행하는 '이온 엔진'을 발명했다. 이온 엔진은 연료(제논 가스)에 전기를 먹여서 플러스(+) 전기를 띤 '이온'으로 만든 뒤, 자석의 힘으로 이 이온들을 우주선 뒤로 엄청나게 빠르게 쏘아(가속) 내보낸다. 뿜어내는 힘 자체는 종이 한 장을 들어 올릴 정도로 나약하지만, 연비가 미치도록 좋아서 우주 공간에서 끄지 않고 몇 년 내내 틀어놓을 수 있다. 진공의 우주에서는 저항이 없으므로, 아주 약한 힘이라도 몇 년 동안 계속 밀어주면 결국 총알보다 수십 배 빠른 엄청난 최종 속도에 도달하게 된다.
행성의 에너지를 훔치다, 스윙바이(Gravity Assist)
이온 엔진으로도 부족할 때, 우주선은 가장 기가 막힌 도둑질인 '스윙바이(새총 기동)'를 시전한다. 목성이나 토성 같은 거대한 행성 근처를 절묘한 각도로 쓱 지나가면, 행성의 어마어마한 중력이 우주선을 휙 낚아채서 팽이치기하듯 앞으로 미친 듯이 내동댕이친다. 이때 우주선은 공짜로 속도가 수만 킬로미터나 뻥튀기되는데, 사실 공짜는 아니다. 우주선이 빨라진 만큼 목성의 자전 속도가 아주아주 미세하게 느려진 것이다. 즉, 우주선이 행성의 '운동 에너지'를 훔쳐서 달아난 셈이다. 이 새총 기동 덕분에 보이저호는 연료를 거의 쓰지 않고도 태양계를 탈출할 수 있는 탈출 속도를 얻어냈다.
우주의 돛단배, 솔라 세일(Solar Sail)
아예 엔진 자체를 떼버리는 극단적인 방법도 있다. 바다 위의 돛단배가 바람을 맞고 나아가듯, 우주선에 아주 얇고 거대한 은박지 돛(솔라 세일)을 펼치는 것이다. 우주에는 바람이 불지 않지만,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알갱이(광자)'들이 돛에 부딪히며 아주 미세하게 돛을 밀어낸다(복사압). 이 빛의 압력은 너무나도 미약하지만, 엔진이나 연료통이 전혀 필요 없기 때문에 우주선의 무게를 깃털처럼 가볍게 만들 수 있다. 햇빛만 비추면 영원히 가속할 수 있는 궁극의 친환경 우주 돛단배다.
별빛에 기대어 길을 찾다, 펄서 내비게이션
태양계 밖으로 나가버리면 지구의 GPS나 나침반은 무용지물이 된다. 심우주 한가운데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탐사선들은 우주의 등대라 불리는 '펄서(Pulsar)'를 내비게이션으로 쓴다. 펄서는 1초에 수백 번씩 미치도록 정확한 주기로 전파를 뿜어내는 죽은 별(중성자별)이다. 우주선이 여러 개의 펄서에서 날아오는 전파의 깜빡임을 측정하여 삼각 측량을 하면, 우주 어디에 있든 자신의 위치를 1미터 오차 이내로 기가 막히게 짚어낼 수 있다. ![작은 탐사선이 거대하게 빛나는 목성을 지나치며 행성의 궤도 운동량의 아주 작은 부분을 훔쳐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튕겨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중력 보조(새총 기동)'의 선명한 3D 다이어그램](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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