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더하기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 폭죽
여의도 밤하늘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는 폭죽 속에서, 구리와 스트론튬 등 서로 다른 금속 가루들이 불을 만나 고유의 빛을 뿜어내는 '불꽃 반응'의 원리를 분석한다.
편집부 · 2021년 3월 30일 · 읽는 데 4분
여름밤 강가에서 열리는 세계 불꽃놀이 축제. 펑! 하는 굉음과 함께 까만 밤하늘을 찢고 새빨간 모란꽃이 피어나더니, 1초 뒤에는 찬란한 황금색 버드나무 가지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고, 그 위로 눈 시린 에메랄드빛 별들이 흩뿌려진다. 이 미치도록 아름답고 화려한 색깔의 향연은 그저 운 좋게 섞인 화약이 빚어낸 요행이 아니다. 불꽃놀이 폭죽(연화)의 둥근 화약 공 속에는 원자들의 전자를 불태워 정확한 파장의 빛을 끄집어내는 화학자들의 기가 막힌 '광학적 칵테일' 레시피가 들어있다. 스트론튬과 구리, 바륨이라는 무미건조한 금속 덩어리들이 폭발의 뜨거운 열기를 만나 밤하늘에 자신만의 지문을 흩뿌리는 예술, '금속의 불꽃 반응'을 들여다보자.
화약 공(연화) 속의 폭탄, 성(Star)
축제 때 쏘아 올리는 커다란 폭죽(연화)의 배를 갈라보면, 멜론만 한 구형 플라스틱 통 안에 까만 화약과 함께 새알심(구슬) 같은 화약 덩어리들이 촘촘하게 박혀있다. 이 구슬들을 '성(Star)'이라고 부른다. 폭죽이 하늘 높이 솟구친 뒤 펑! 하고 터지면, 이 수십 개의 성(Star)들이 사방팔방으로 튕겨 나가면서 불이 붙어 타오른다. 이때 우리가 보는 붉은색, 푸른색의 불꽃은 화약 자체가 타는 색깔이 아니라, 이 새알심(Star) 속에 아주 미세하게 빻아 넣은 특수한 '금속 가루(금속염)'들이 불에 타면서 뿜어내는 색깔이다.
전자의 점프와 비명, 불꽃 반응
왜 금속 가루를 태우면 색깔이 나올까?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우는 '불꽃 반응'의 원리다. 금속 원자 속에는 전자가 특정 궤도를 돌고 있다. 폭죽이 터지며 수천 도의 엄청난 '열에너지'가 발생하면, 가만히 있던 전자가 열을 받고 미친 듯이 흥분하여 궤도 위로 붕 점프해버린다(들뜬상태). 하지만 전자는 이 불안정한 붕 뜬 상태를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100만 분의 1초 만에 원래 있던 바닥 궤도로 툭 떨어지며 안정을 찾는데, 이때 자기가 먹었던 열에너지를 '빛 에너지(광자)' 형태로 토해낸다. 전자가 점프했다가 떨어지면서 지르는 비명이 바로 우리가 보는 불꽃의 화려한 색깔이다.
원소들의 지문, 빨강과 파랑의 비밀
금속 원자마다 전자가 떨어지는 높이(에너지 격차)가 완벽하게 달라서 뿜어내는 빛의 색깔(파장)도 고유한 지문처럼 완전히 다르다. 새빨간 심장 같은 불꽃을 만들고 싶으면 화약에 '스트론튬(Sr)'이나 '리튬(Li)' 가루를 섞는다. 산뜻한 노란색은 '나트륨(Na)'을, 에메랄드 같은 초록색 불꽃은 '바륨(Ba)' 가루를 섞으면 된다. 불꽃놀이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귀족의 색깔은 파란색이다. 파란색 불꽃은 '구리(Cu)' 화합물을 태워야만 나오는데, 구리는 온도가 조금만 너무 뜨거워져도 파란빛이 다 타서 하얗게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폭발의 온도를 기가 막히게 조절하는 장인들의 특급 기술이 필요하다.
모양을 결정하는 터짐의 기하학
색깔뿐만 아니라 불꽃이 둥근 모란꽃이나 스마일 얼굴 모양으로 퍼지는 것도 철저한 물리적 계산의 결과다. 화약 공(연화) 안에 새알심(Star)을 배치할 때, 테두리에 둥글게 배치하면 공중에서 완벽한 구형으로 펑 퍼지고, 별 모양 틀을 짜서 화약을 넣으면 밤하늘에 커다란 별 모양 불꽃이 박히게 된다. 빵 터진 뒤 아주 천천히 타들어가게 약품을 섞으면 황금색 버드나무(지다레야나기)처럼 하늘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기가 막힌 폭포수 연출도 가능하다.
남은 과제
금속을 태워 빛을 내는 폭죽은 필연적으로 끔찍한 연기와 독성 중금속 찌꺼기(미세먼지)를 허공에 뿌려 대기를 오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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