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전해져오는 말에 따르면 지동설을 설파하던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현재, 이 사실은 당연하듯이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 당시에 인간들은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명하게 받아들이기에 조금 무리가 있었습니다. 직접 관찰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대에는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많은 실험들과 근거들이 이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입증해주었죠. 이렇게 관찰할 수 없었던 지구나 우주와 같이 거대한 세상은 이제 관찰 가능해졌지만,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실제로 관찰할 수 없는 세상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빛으로도 볼 수 없고 오직 실험으로만 접근해야하는 아주 작은 세계, 바로 양자역학의 세계입니다. 그리고 그 접근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스핀”이라는 개념입니다.

전자가 자석이라고?
어떤 도선에 전류가 흐를 때 그 주위에 자기장이 생긴다는 것은 아주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직선 도선을 먼저 생각해본다면, 오른손 법칙에 따라 엄지의 방향이 전류의 방향일 때 나머지 네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회전하는 자기장이 형성됩니다. 이 직선도선의 양 끝을 이어 붙여서, 아래 그림과 같이 원형 도선을 만든다면, 회전하는 자기장이 마치 도넛 모양으로 형성될 것입니다. 이러한 모양은 우리가 자석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기장과 모양이 유사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고리 하나는 하나의 작은 자석으로 볼 수 있겠죠. 이와 같이 전류를 잘 조작한다면, 하나의 자석을 만들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전자석이 됩니다. 이러한 고리를 자기장 내에 놓았을 때 특정한 토크를 받게 되는데, 이는 자기모멘트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데에 시초가 됩니다.

조금 더 작은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전류는 전하의 흐름으로, 단위 시간동안 흘러간 전하의 양으로 정의됩니다. 여기서 “전하”라는 것은, 전자기장내에서 전기현상을 일으키는 주체적인 원인을 말합니다. 전하는 전하량이라는 값으로 그 크기를 나타낼 수 있는데, 전하량은 “전자“의 전하를 기본 단위로 합니다. 그 정수배만큼의 전하량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자가 움직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전류가 흐르는 것이고, 이 세상 모든 전류는 전자가 움직이고, 흐르기 때문에 생깁니다. 결국, 전자의 원운동만으로도 하나의 자석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하나의 자석이기 때문에 자기장에 영향을 받습니다.
전자는 전자기적 현상을 일으키는 기본 입자이기도 하지만, 태초에 전자는 원자의 구성 성분 중 하나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원자의 구조를 밝히기 위한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었죠. 그 중에 보어의 원자 모형을 본다면, 아래 그림처럼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특정한 궤도를 따라 원운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전자의 원운동은 하나의 자석과 같이 행동하기 때문에, 어떠한 자기장에서 힘을 받아 특정한 방향으로 운동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실험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 바로, 슈테른-게를라흐의 실험입니다. 이 실험에서는 진공에서 전기적으로 중성인 은을 기화하여, 이를 정렬된 슬릿을 통과하게 하고, 불균일한 자기장을 통과하게 하여 차가운 유리판 위를 향하게 합니다. 그러면, 이 원자 내에서 전자가 만드는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은 원자는 휘어지는 궤도를 따라 이동하여 유리판 위에 위치하게 될 것입니다.

현대에 받아들여지고 있는 원자모형은 사실 보어의 원자모형이 아닌 전자구름 모형입니다. 이는 양자역학이 발달하면서 새롭게 등장하게 된 모델인데요, 이 모델에서는 전자의 궤도나 원운동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전자 자체의 내재된 자기장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고, 이는 자기모멘트와 내재된 각운동량(Intrinsic angular momentum)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여 결국 스핀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앞서 언급되었던 고리가 만드는 자기장은 전자가 공전하면서 나타나는 각운동량과 관련된다면, 내재된 각운동량은 전자의 자전에 의한 각운동량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이것은 직관적인 비유일 뿐 실제로 전자과 회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모멘트와 내재된(intrinsic) 각운동량
자기모멘트는 전자기학에서 물체가 자기장에 반응하여 돌림힘을 받는 정도를 나타내는 벡터 물리량을 말합니다. 특수한 경우로, 평면상에 면적 S를 가지는 전류 고리를 생각했을 때, 자기모멘트는 전류x면적으로 표현됩니다. 이 개념을 전자의 공전에 대입했을 때, 전자의 각운동량을 포함하는 식을 얻을 수 있는데, 그 식이 바로 아래 그림에 유도되어 있는 식입니다.


현재는 보어의 원자모형보다는 전자구름 모형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불균일한 자기장에서 휘어지는 전자에 대한 설명은 전자 하나하나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자기장을 이용해야합니다. 이 자기장을 설명하기 위해, 자기모멘트와 같이 각운동량을 이용했고, 곧 전자의 스핀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실제로 전자가 빙글빙글 도는 것은 아니지만, 내재된 각운동량이 존재하여 전자 자체가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이죠. 이러한 입자가 가지는 내재된 각운동량을 입자의 “스핀“이라고 합니다.
슈테른-게를라흐 실험의 결과, 그리고 스핀
앞에서 언급되었던 슈테른-게를라흐 실험은 바로 스핀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전자가 스핀을 가지고 있어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다면, 분명 불균일하게 만들어진 자기장에 반응하여 자기력을 더 강하게 받는 쪽으로 휘어지며 운동할 것입니다. 실제로 이 실험에서 전자는 하나의 자석과 같이 휘어지며 운동했고, 스핀이라는 개념은 더욱 확고해지게 되었죠.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지금 다뤄지고 있는 부분은 “양자역학”의 한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양자역학은 원자, 전자와 같이 아주 작은 세계를 기술하는 학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양자화”입니다. 에너지, 전하, 전자의 각운동량 등이 연속적인 값을 가지지 못하고, 특정한 값만 가지게 된다는 것이 바로 “양자화”되어 있다는 것이죠. 이 양자화 현상은 스핀에서도 나타납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자기장에 통과된 은 원자는 위 또는 아래 두 방향으로 휘어지게 됩니다. “위나 아래로 휘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요?“ 라고 질문하실 수 있겠지만, 본래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으로 이 현상을 해결해보려고 하면 뭔가 의문이 생길 것입니다. 은 원자 내부에 전자가형성하는 자기장의 방향은 랜덤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랜덤하게 놓여있는 은 원자 내의 전자가 자기장에 들어간다면, 그 방향에 따라서 받는 힘이 다르기 때문에, 위 그림의 ”고전적 예측(Classical prediction)“과 같이 연속적인 결과가 스크린에 찍혀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 실험을 한 두 과학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연속적인 모양이 아닌, 불연속적이고 찍히는 위치가 랜덤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죠. 이 결과는, 전자의 스핀을 이용하여 전자를 정확히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스핀 양자수”라고 불리는 값은 +1/2 또는 –1/2의 두 가지 값만을 가지게 되죠. 각 전자는 자기장을 이용해 “관찰”될 때, 오직 2가지 방향으로의 궤적만을 그립니다. 실제로 보이지 않는 전자가 불연속적인 스핀을 가진다고 하기 보다는, 전자가 불균일한 자기장을 통과하면서 “관찰”되었을 때 나타나는 스핀은, 우리가 두 눈으로 보았을 때 오직 두 가지로 밖에 분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조금 더 엄밀한 표현이 되겠죠.
양자역학이라는 학문은 아직도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이 없고, 아직도 막 발전되고 있는 학문입니다. 양자세계에서 발견되는 신기하고 믿기 힘든 현상들은 아직도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들과 힌트들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저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체 무엇을 우리들에게 또 던져주고 있을까요?
<참고 자료>
[1] Chris Bernhardt, Quantum Computing For Everyone, The MIT Press
[2] 나무위키 - 스핀
https://namu.wiki/w/%EC%8A%A4%ED%95%80
[3] 위키피디아 - 슈테른-게를라흐 실험
[4] 위키피디아 – 자기모멘트
https://ko.wikipedia.org/wiki/%EC%9E%90%EA%B8%B0_%EB%AA%A8%EB%A9%98%ED%8A%B8#%EC%9C%A0%EB%8F%84
[5] 나무위키 – 그래도 지구는 돈다
https://namu.wiki/w/%EA%B7%B8%EB%9E%98%EB%8F%84%20%EC%A7%80%EA%B5%AC%EB%8A%94%20%EB%8F%88%EB%8B%A4
<이미지>
[1]http://www.ktword.co.kr/abbr_view.php?m_temp1=4928
[3] https://slideplayer.com/slide/10586543/
[4] https://ko.wikipedia.org/wiki/%EC%9E%90%EA%B8%B0_%EB%AA%A8%EB%A9%98%ED%8A%B8
[5] https://www.cheric.org/files/education/cyberlecture/e201001/e201001-1202.pdf
<동영상>
[1] https://www.youtube.com/watch?v=PH1FbkLVJU4

Physics 학생기자 김준모
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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