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을 거스르는 물체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체가 자기장을 완벽하게 튕겨내며 허공에 둥둥 떠오르는 마법 같은 '마이스너 효과'와 양자 잠금의 물리학적 원리를 탐구한다.
편집부 · 2024년 4월 27일 · 읽는 데 4분
인터넷에서 과학 실험 영상을 보다 보면 믿기 힘든 마술 쇼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액체(액체 질소) 속에 시커먼 돌멩이(초전도체)를 담갔다가 꺼내어 강력한 자석 위에 올려놓는다. 그러면 이 시커먼 돌멩이가 자석에 찰싹 붙지도, 튕겨 나가지도 않고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자석 위 허공에 1센티미터쯤 떠서 둥둥 공중 부양을 한다. 손으로 툭 쳐도 허공에 뜬 채로 빙글빙글 돌기만 할 뿐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해리포터의 마법 주문이라도 걸린 것일까? 아니다. 이것은 인류가 발견한 가장 기괴하고 위대한 양자역학의 기적, '초전도 현상(Superconductivity)'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절대적인 자기장 밀어내기, '마이스너 효과(Meissner effect)'다. 중력을 비웃으며 허공에 못 박힌 듯 떠오르는 물질의 비밀 속으로 날아보자.
전기 저항 제로(0), 고속도로의 톨게이트가 부서지다
초전도체를 이해하려면 먼저 '저항'을 알아야 한다. 전깃줄을 타고 전자가 흘러갈 때, 전깃줄을 이루는 원자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전자가 가는 길을 가로막고 툭툭 부딪힌다. 이 부딪힘이 '저항'이고, 부딪힐 때마다 뜨거운 '열(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그런데 1911년, 네덜란드의 온스 박사가 수은을 영하 269도(절대영도 근처)의 미치도록 차가운 지옥으로 식혀버리자 기적이 일어났다. 부들부들 떨며 길을 막던 원자들이 추위에 꽁꽁 얼어붙어 멈춰 섰고, 전자 두 개가 짝(쿠퍼 쌍)을 지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전깃줄을 유령처럼 쓱 통과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기 저항이 완벽하게 '0(Zero)'이 되어버린 상태, 한 번 전기를 흘려보내면 우주의 수명이 끝날 때까지 배터리 없이 영원히 전기가 뱅글뱅글 도는 기적의 물질, '초전도체'가 탄생한 순간이다.
자기장을 튕겨내는 방패, 마이스너 효과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체는 덤으로 더 기괴한 마법 하나를 얻게 된다. 바로 '자기장(자석의 힘)'을 극도로 혐오하는 성질이다. 일반적인 쇳덩어리에 자석을 대면 자기장이 쇳덩어리를 뚫고 지나가며 찰싹 달라붙는다. 하지만 초전도체 근처에 자석을 들이밀면, 초전도체 내부에 엄청나게 빠르고 저항 없는 소용돌이 전류가 흐르면서 자석의 힘을 100% 완벽하게 튕겨내 버리는 거울 같은 방어막(반자기장)을 쳐버린다. 외부의 자기장이 자신의 몸속으로 단 1밀리미터도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밖으로 밀어내는 이 철벽 방어가 바로 '마이스너 효과(Meissner effect)'다. 자석은 초전도체를 밀어내고, 초전도체도 자석을 밀어내니 결국 중력을 이기고 물체가 허공에 둥둥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허공에 못 박히다, 양자 잠금(Quantum Locking)
단순히 밀어내기만 한다면 초전도체는 자석 위에서 미끄러져 옆으로 휙 떨어져 버릴 것이다. 하지만 실험 영상 속 초전도체는 자석 위에 투명한 기둥이 있는 것처럼 허공에 딱 박혀(고정되어) 있다. 왜 그럴까? 100% 완벽한 초전도체와 달리, 실험실에서 만든 초전도체(제2종 초전도체)에는 아주 미세한 불순물(구멍)들이 섞여 있다. 이 미세한 구멍들 사이로 자기장 가닥들이 바늘처럼 얇게 뚫고 들어오게 된다. 이 뚫고 들어온 자기장 바닥들이 구멍 속에 콱 박혀서 앵커(닻) 역할을 해버린다. 물체는 떠 있으면서도 그 위치를 완벽하게 고정당해 버리는 이 끔찍하고 기괴한 현상을 '양자 잠금(Quantum Locking) 혹은 양자 핀 고정(Flux Pinning)'이라고 부른다. 컵을 뒤집어도 초전도체는 중력을 무시한 채 거꾸로 매달려 둥둥 떠 있는 기적을 연출한다.
자기부상열차와 무한 에너지의 꿈
이 기적의 밀어내기 힘(마이스너 효과)을 거대하게 응용한 것이 바로 공중에 떠서 시속 600km로 달리는 '초전도 자기부상열차'다. 열차와 레일이 닿지 않으니 마찰이 전혀 없고 소음도 없이 날아다닐 수 있다. 또한 병원의 MRI 기계도 이 저항이 0인 초전도체 코일을 사용하여 엄청나게 강력한 자기장을 뿜어내어 인간의 몸속을 투시하는 것이다. ![왼쪽의 빛나는 선로 위로 가볍게 떠다니는 무거운 미래형 자기부상 열차와 오른쪽의 일반적인 마찰이 심한 강철 바퀴 열차를 보여주는 분할 화면](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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